5. 소일거리

나는 무엇을 했나

by 느긋한 구름


산에 둘러싸인 암자에는

정말 지독히도 할 것이 없었다.

주변에 다른 집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같이 놀 친구도 없었고

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미끄럼틀이나 그네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자연스레 나는 암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TV를 보며 지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집과 암자의 TV 채널 구성이 달라서

볼 것이 없었다.

자주 보던 만화 채널이 나오지 않아.

EBS 같은 공영 방송국에서 틀어주던

프로그램만이 유일한 볼거리였다.


재미없는 TV에 질렸을 때,

나는 마당에 나가곤 했다.

그러나 마당 역시 놀거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나는 그 작은 마당을 정말 이 잡듯이 탐험하곤 했다.

마당을 둘러싼 작은 산을 오르기도 하였는데,

산을 타는 나를 할머니께서 막으셔서

중턱 즈음의 통나무에서 산을 내려왔었다.


하루는 약수터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물이 흐르는 약수터는

주변이 벽돌로 둘러싸여 있고,

물을 뜰 수 있도록 작은 창이 하나 있었다.

옷장에 들어가거나

이불과 베개로 나만의 '비밀 기지'를

만들곤 했던 나로서,

그 약수터는 아주 이상적인 비밀 기지처럼 보였던 것이다.


약수터에 들어가 있는 나를 찾고

할머니께서 나를 혼내셨는지는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할머니께서 한숨을 쉬며

약수터의 물을 전부 떠다 버리는 모습만이 기억에 남았다.

이제와서는 두 기억이 이어지는 일이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별개의 일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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