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백구와 나비

훌쩍 사라져 버린 둘

by 느긋한 구름

개집에 묶여있던 백구와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만 들었지

정작 실제로는 본 적이 없던 고양이, 나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암자에는 두 동물이 있었다.


백구는 종종 있다 없다 했다.

저 멀리서부터 짖어대던 백구를 피해

개집에서 멀찍이 떨어져 걸었던 때가 있었다 하면,


텅 빈 개집 옆으로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애벌레 따위를 보며

느긋하게 암자로 향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아마, 내가 암자에서 어린 시절을 본 백구는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개집이 비어 있던 때

그전에 있던 백구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 기억이 잘못된 걸까.


나비는 기른다기보다는 가끔 밥을 주는 것에 가까웠다.

암자 왼편에 있던 종이 상자에 새끼 네 여마리가 있었는데

새끼들 모두 황색 털을 가지고 있어

막연히, 나비도 그런 털을 가지고 있겠거니 생각했을 뿐이었다.

나비에 대한 기억은 이것이 전부다.

아마, 좀 시간이 흐른 후

거의 자란 새끼들을 이끌고

다시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내 어린 시절에는 두 동물이 있었지만,

딱히 그들과 친밀하게 애정을 쌓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딱히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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