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사라져 버린 둘
개집에 묶여있던 백구와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만 들었지
정작 실제로는 본 적이 없던 고양이, 나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암자에는 두 동물이 있었다.
백구는 종종 있다 없다 했다.
저 멀리서부터 짖어대던 백구를 피해
개집에서 멀찍이 떨어져 걸었던 때가 있었다 하면,
텅 빈 개집 옆으로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애벌레 따위를 보며
느긋하게 암자로 향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아마, 내가 암자에서 어린 시절을 본 백구는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개집이 비어 있던 때
그전에 있던 백구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 기억이 잘못된 걸까.
나비는 기른다기보다는 가끔 밥을 주는 것에 가까웠다.
암자 왼편에 있던 종이 상자에 새끼 네 여마리가 있었는데
새끼들 모두 황색 털을 가지고 있어
막연히, 나비도 그런 털을 가지고 있겠거니 생각했을 뿐이었다.
나비에 대한 기억은 이것이 전부다.
아마, 좀 시간이 흐른 후
거의 자란 새끼들을 이끌고
다시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내 어린 시절에는 두 동물이 있었지만,
딱히 그들과 친밀하게 애정을 쌓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딱히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