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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Feb 24. 2024

부담

아무 일 없는데 왠지 불안하고, 안 좋은 일이 내게

일어날 것 같고,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고. 이런 감정은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일상을 사는데 걸림돌이 된다.

왜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찜찜함으로 뇌가 짓눌려야 하는가.


아주 어렸을 때, 내 경우에는 8살 국민학교 입학 때 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 까지, 늘 뭔가 강압적인 학교 분위기, 무서운 선생님들, 지옥 같던 시험 기간에 시달렸던 것이 뇌 속에 너무 강하게 새겨져서 평생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 같다.

대학을 입학하고 교정의 플라타너스 길을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이제 자유다!’ 싶으면서 행복했지만 뇌리에 박혔던 부담감은 쉽게 걷히질 않았다.


2020년 2월, 코로나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면서 모든 실질적인 사회 활동이 단절되고 오로지 식구끼리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 살았다.

당연히 공방도 민박도 손님이 없고, 밥 먹고 숨 쉬는 게 다인 날들이 계속되었다.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늘 누군가에게 문의 전화가 오거나 대문 밖에 누가 찾아오거나 해서 완전히 프리하게 있지 못했는데, 날마다 잠 옷만 입고 편하게 있어도 되었다.

그러다가 봄이 되니 날이 따뜻하고 아름다워 하늘 보며, 산 보며, 그리고 아무 할 일이 없어 텃밭의 풀을 뽑으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바쁠 때는 손도 못 대었는데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니 시간의 흐름 만큼 느리게 풀을 뽑았다. 두 달이 되고 석 달이 되고 육 개월이 이렇게 흘라갔다.

할 일이 없다는 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고 그냥 편안하게 존재만 하고 있어도 된다는 거였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해야  할 일에 짓눌리던 의식이 평온한 언덕에 해방된 것 같은 느낌.

그냥 햇살을 쬐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걷고  앉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았다.

무언가 걷어내고 나니 평온한 내가 있었다.

코로나는 재앙이지만 그로 인한 상황 속에서 나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선물을 받았다.

괜찮고 괜찮다.

그냥 오늘을 살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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