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했다.
음악을 매개로 만난 지인들과 매년 한두 번씩 하는 파티를 준비하는 남편에게.
그저 한 일곱여덟 명 우리끼리 노는 연말 파티일 뿐인데도 남편은 엊그제부터 우리 집을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 꾸미느라 애를 썼다. 공방에서 커다란 둥근 합판을 트럭에 실어 와서 천을 씌우고 메인테이블을 만들었다. 창가의 자잘한 화분들을 방 안으로 치워 공간을 더 비워냈다. 집 뒤편의 우드카빙 작업실에 있는 스탠드 조명들을 갖고 와서 밝고 아늑한 빛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일랜드 식탁 위의 잡동사니를 깨끗이 치우고 필요할 것 같은 그릇과 컵, 찻잔과 차도구들을 준비했다.
나는 미처 빨아두지 못한 빨랫감들을 치워놓고 거실에 청소기를 밀고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과 변기 청소를 했다. 새 수건을 걸어두고는 공간을 준비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다. 모처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보다 장소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서의 번거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이 나서 열심히 공간을 준비한 남편 덕에 모두 편안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둥근 테이블에 모두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고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여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노래와 기타, 리코더와 가야금, 멜로디언까지 동원해서 흥이 돋는 어울림의 시간을 가졌다.
멀리 경기도 광주에서 달려온 혜정이는 우리 집에서 자기로 해서 남편이 골방에 불을 때어 주었다. 혜정이와 나는 오랜만에 한 방에 누워 따뜻하게 밤늦게 까지 수다를 떨며 놀았다.
다음 날 아침 간단한 식사를 하고 성곡지 둘레길 산책을 하고 혜정이는 떠났다. 우리는 다시 둘이 되었다. 불평을 했지만 내가 제일 수혜자였다. 적적한 시골 생활에서 반가운 벗들을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냈으니.
다음에도 나는 힘들어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열정을 더 지지해 주어야겠다. 파티 플래너 경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