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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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를 끓였지.


날이 몹시 차가워진 날, 좋은 사람들과 모이는 저녁에.


밀가루 반죽을 했어.


쫄깃하게 하려고 약속 시간 두 시간 전에.


밀가루는 섬유소 풍부한 우리밀통밀로, 쫄깃함을 더하는


달걀흰자도 섞었어.




호박과 감자, 양파와 대파를 썰었어.


맛있는 국물을 위한 육수 코인도 넉넉히 투하.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냈어.


반죽은 둥글게 잘 숙성되어 손에 들러붙지도 않고


말랑말랑 쫀드쫀득.




보글보글 끓는 육수 냄비에 모두 둘러 섰지.


한 덩이씩 반죽을 나누어 들고 조물조물 만지다가 납작하게 펴며


한 조각씩 똑똑 떼어 넣었어.


육수에 누런 통밀반죽 조각들이 둥둥 쌓여갔지.


야채도 넣고, 국간장과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추었어.


마지막에 후추와 통깨로 마무리.


다 같이 한 그릇씩 후루룩 냠냠. 뜨끈한 국물과 함께 담백한 수제비 한 입.


그런데, 맛이, 뭔가 빠진 거 같아. 수제비는 정말 자신 있는 종목인데.


너무 오랜만이라 감각을 잃었나?


뭐가 빠진 거지?


아, 맞다! 파 송송 계란 탁!


그만 빠뜨리고 말았네. 아쉬워라 다 먹고 나서 생각나다니.......


최고의 맛을 못 보여주었네.


썰어둔 파도 넣지 않고.


국물의 고소함을 책임져줄 달걀도 풀지 않고..


힝, 다음엔 잊지 말자, 파송송 계란 탁.


맛있는 수제비엔 파 송송 계란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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