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내가 왜 ‘콘클라베’를 원서로 읽느냐면 하나의 매듭을 지어보고 싶어서이다.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을 주문했는데 잘못해서 원서를 주문해 버렸다.
표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영어로 된 책을 받았을 때 너무 황당하고 당혹스러워 ‘어,.......’하며 한참 동안 멍하니 책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냥 영어로 읽어볼까?’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대학 때 원서로 전공서적도 읽었는데 뭐 안될 거 있겠나 싶은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은 자신감이 일었다.
하지만 그때, 사회 상황상 수시로 일어난 수업 거부와 데모로 제대로 끝까지 공부해보지 못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도 영어 공부를 해보고자 여러 차례 ‘타임지 강좌’, ‘영어회화학원’, 비싼 영어테이프, 영어시집 등으로 시도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끝까지 해보지 못했다. 최근에야 유튜브 ‘영어소리튜닝’이라는 채널 100회분을 하루 20분 정도씩 해서 끝까지 두 번을 시청한 게 유일하다. 새로운 언어를 알아보고 싶은 욕구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책은 보통 반품도 안되고,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나의 새해 첫 도전으로 ‘콘클라베’ 원서 한 권을 끝까지 완독해 보기로 했다. 영어에 대해서 뭔가 하나의 과제를 매듭짓고 싶은 것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읽기 시작하니 문장을 충분히 해석하지 못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마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생소한 천주교 의식과 복장에 대한 묘사들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날마다 한 시간 내지 두 시간씩 수많은 낯설거나 뜻이 기억나지 않는 단어를 네이버 사전과 파파고로 찾으면서, 얼렁뚱땅 절반쯤 내용을 이해하며 책을 읽고 있다.
남들이 보면 귀중한 시간에 성과도 없을 일을 하고 있다고 비웃음 받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래도 내가 새해 첫 도전으로 선언한 이 과제는 끝까지 해냈을 때 내게 새로운 영감을 줄 것 같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자신감에 대한, 매듭에 대한 그리고 도전에 대한.
절반쯤 읽었고 절반쯤 남았다.
독서 모임 전까지 다 읽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나는 끝까지 해낼 것이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