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해요

나의 이름은...

by stream

-나는 무엇일까?-

‘나’를 뭐라고 부를지 몰랐어요.

물론 공작소를 19년 동안 운영해 온 공작소 선생님이라고 하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나의 중심이 느껴지는 어떤 이름이 있었으면 했어요.

작년에 몇몇 지인들과 ‘드리밍 살롱’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어요. 브랜딩 회사를 운영하는 분은 오랜 꿈이었던 화가가 되기로 한 이야기와 최근에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었어요. 그림책 테라피이스트인 분은 그림책을 읽어주며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어요. 도자기 페인터인 분은 자신의 작업장과 도자기 페인팅 작업을 보여주고 우리도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체험 시간을 열어주었지요. 그들의 발표를 보면서 자극을 받았어요. 사람들과의 관계든 공작소 일에서든 늘 남편 뒤에 숨어서 묻어갔는데 나도 그들처럼 스스로 내 앞에 서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가장 나다움을 대변해 줄 수 있고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습. 그게 뭘까?



-다시 작곡-

20대부터 시작된 고민, ‘나는 무엇을 하며 살까‘의 최종적인 선택으로 작곡을 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세상에 너무 많은 훌륭한 작곡가들에 기죽어서, 사실 기죽을 잽도 안되지만. 아무도 불러주지 않을 노래를 만들어 뭐 하나, 너무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아닌가 생각하고 몇 년 동안 작곡노트를 덮어버렸죠.

작년 말에 내게 무슨 이름을 붙여줄까 고민하다 보니 다시 ‘작곡’이었어요.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과 음악을 소리로 만드는 일,


노트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고 다시 펼쳤어요.

비록 미디나 복잡한 편곡으로 훌륭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몇 줄의 멜로디는 내가 세상과 교감한 결정체잖아요?

‘나는 작곡가다’ 이렇게 스스로 명명하기로 했어요. 누가 뭐라든. 아마추어니 프로니 그런 수식어는 필요 없을 거 같아요. 한 사람의 삶의 정체성을 말하는 데 있어 수준의 높낮음이 그리 큰 의미가 있을 거 같진 않거든요.

내가 가진 씨앗이 요만큼이라면 씨앗에 설계된 만큼만 피워내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작업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거죠.



-나에게 음악은-


언젠가 뭔가 마음이 팍팍하게 메말랐어요. 둘러보아도 부드러운 온기가 없고 내가 있는 공간 속의 공기가 멈추어 있었어요. 내 얼굴도 웃음기라곤 없이 석상처럼 굳어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왜 그럴까, 별 이유도 없는데........ 이렇게 메마른 상태로는 못 살겠다 싶은 생각이 들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흘러들어 왔어요. 어디에서 무슨 음악이 흘러들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 음악은 내 마음에 닿아서 부드럽게 스며들었지요. 갑자기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멈추어 있던 공기가 흐르고 물건들도 춤을 추고 내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어요. 비로소 숨통이 트이고 삶의 리듬이 느껴졌어요.

그동안 내게 음악이 없었구나, 음악이 없으면 나는 못살겠구나! 하고 강하게 느낀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너무 오래 단절되었던지 전에는 쉽게 흥얼흥얼 떠오르던 멜로디가 아예 꽉 막힌 것처럼 안 떠올라 고민이 되었어요. 한몇 달 그 지점에 닿으려고, 영감에 열려 있으려고 애쓴 결과 드디어 어느 순간 조금씩 멜로디가 똑똑 내 머릿속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노래로 만들고 싶은 글이 있어 흥얼거리며 조금씩 수정하며 작업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올해 안에, 제 노래로 엮는 작은 음악회를 열려고 해요. 딸은 음원도 녹음해서 올려보자고 하는데 그럴 수 있으면 멋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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