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온 다섯 아이들

꿈꾸는공작소 이야기 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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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한 논이던 땅을 몇 해 째 돌보지 않아 억새밭이 되었어.

내 키보다 더 높고 금빛으로 윤기나는 마른 억새가 3월의 공기 속에 흔들리고 있었지.

남편은 예초기와 낫으로 억새풀을 베고 나랑 아이들은 억새풀을 모았어. 베어놓은 억새풀을 한 아름씩 안아다가 한 군데에 쌓았지.

알프스 소녀 하이디란 만화영화가 있어. 알프스 산속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홀로 맡겨진 하이디.

낯선 집에서 보내는 첫날밤이지만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푹신한 풀 침대에서 향긋한 마른 풀 내음을 맡으며 꿀잠을 자. 참 편안해 보여 한 번쯤 그런 풀 침대에 누워 보고 싶었어.

억새풀이 충분히 쌓인 풀 더미 위에 커다란 광목천을 펼쳐 덮고 가장자리를 감쌌어.

“자, 눕자!”

모두 올라가 드러누웠어. 5학년 우리 아이까지 여섯 명의 아이들과 아이들을 인솔해 온 어머니와 우리 부부, 이맇게 8명이. 파르란 봄 하늘을 바라보며 팔 다리를 대자로 쭉 뻗고.

따스한 햇살이 뺨을 어루만지니 사르르 잠이 들 것 같았지.

푹신하고 편안하니 기분이 좋아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해.


한참을 그러고 누웠다가 일어나 둥지를 짓기로 했어. 산속에 사는 토끼처럼, 산새처럼 풀을 엮어서 우리들만의 보금자리를 짓는 거야.

아이들이 억새풀 사이로 산토끼처럼 뛰어다니며 보이다가 안 보이다가.

풀 줄기를 모아 엮고 바닥에 풀을 깔고 작은 천을 덮어. 신발도 벗고 그 속에 쏙 들어가 앉는 아이들.

토끼들도 부러워할 아늑한 둥지를 만들었지.

아직 이른 봄, 짧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네. 차가운 공기에 뺨이 발그레해진 아이들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둥지에 남겨두고 산을 내려왔어.


< 부연 설명 >

2009년 3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5명의 아이들이 공작소에 왔어요. 인근 도시인 대구의 반대편 끄트머리 쪽 성서에서 1시간이 넘는 길을 달려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이어온 꿈꾸는아이들 프로그램의 첫 수업이예요.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놀면서 배우는 아이들, 자연의 감성을 닮은 아이들, 관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로 키우고자 설립한 솔방울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꿈꾸어온 방식에서 단절되고 교과 중심의 지루한 학교생활에 적응 못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던 어머니들.

지인의 소개로 꿈꾸는공작소를 알게 되어 어린이집 단체 체험학습을 왔다가 자연 속에서 창의를 찾는 공작소의 방식에 매료되어 아이들의 정기 수업을 요청해 주셨어요.

정해놓은 커리큘럼도 없이 시작한 꿈꾸는아이들 수업은 시골마을의 사계와 공작소의 다양한 제작 활동 속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어 늘 새롭고 신나는 수업을 만들고자 한 연구 수업이었어요.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공작소도 점점 성숙해졌고요.

꿈꾸는아이들은 다섯 명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인원이 늘어 두 반, 혹은 세 반까지도 분반하여 수업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