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리 여신상

시골공방 꿈꾸는공작소 이야기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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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욕 갔다 오다 보니 길에 뭐가 서 있길래, 저게 뭔고 하고 보다가 깜짝 놀라서......”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겨우 들리는 소리로 혼자 중얼거리시는 거야.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셔서 무슨 말씀이시지? 하고 있는데 동네에 새로 이사 오신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아니 저런 흉물스러운 걸 동네에 갖다 놓으니 사람이 얼마나 놀라노!”

하면서 호통을 치셔.

오늘 수업으로 마을 곳곳의 공간을 보며 아이들이 상상한 허수아비를 만들어 설치하고 차례대로 돌아보던 중이었어. 막 마지막으로 마을 안쪽에 설치한 작품을 보려고 아이들과 함께 몰려가던 참에 일이난 거야.

낡은 창고가 있는 마당에 들꽃이 만발하여 아이들이 만든 현리 여신상 허수아비랑 잘 어울려 보여서 마당 앞 길 가에 허수아비를 설치한 거였거든. 그런데 우리가 다른 작품부터 보고 온다고 딱 자리를 비운 그때 마을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가시던 할머니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신 거야.

눈이 안 좋으시니까

“거기 누고?” 하며 다가가셨나 봐.

그나마 쓰러지지 않으신 게 다행이었지.

아이들 작품 감상은 제쳐두고 얼른 허리 숙여 사과드리느라 정신이 없었어.

황급히 허수아비를 챙겨 들고 공작소로 돌아왔어.

제대로 발표도 못한 모둠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자리에서 간략하게 발표를 하게 했어.

마을을 지켜주는 현리의 여신상 허수아비를 만든 거였는데.......

서 있을 수 있게 각재로 만든 뼈대 위에 흰색 비닐 비옷으로 바람에 휘날리는 의상을 만들고 한 손에는 횃불, 다른 손에는 책과 호미를 든. 눈은 도토리 뚜껑으로 입은 전선으로 모양을 만들었어. 머리에는 철사로 만든 왕관도 씌우고. 웃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가 평소 다니던 길 가에 서있는 낯설고 기괴한 형상을 만난다면, 그것도 눈이 많이 안 좋다면, 기절초풍할 만큼 놀랄 수 있겠다 싶었어.

야외 설치작품을 할 때는 더 신중하게 상황을 잘 살펴야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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