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었어.
주말 이틀 동안 대구 메이커스 페스티벌 행사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왔어.
이틀 동안 대구 시내 작은 공원에서 목마들과 오토마타로 구성된 나무놀이터랑 나무자동차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거든.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목마도 타고 만들기도 했지. 남편과 나는 피곤했지만 다음날 일찍 일어나 공작소에 나가야 했어. 아침 8시에 행사 짐 실은 5톤 트럭이 오기로 했기 때문이야. 8시쯤 도착한 트럭에서 출장 나갔던 목마들과 여러 짐들을 받아 내려 일단 공작소에 넣었어. 다시 집에 돌아와 잠깐 쉬고 간단 식사를 하고 나서 민박 청소부터 했어. 행사 참여를 위해 전 날엔 손님을 받지 않아서 평소 보다 일찍 청소를 할 수 있었어.
둘이서 빠르게 청소를 끝내고 나서는 밀린 이불 빨래도 해야 했지만 그 보다 공작소에 할 일이 많았어. 늘어놓은 짐들을 정리하고 저녁의 주민목공수업과 내일 오전 어린이집 수업 준비를 해야 했거든. 어린이집 수업은 구체적인 진행계획도 제대로 잡아놓지 못했어. 게다가 그다음 날 있을 교육농장 홍보행사와 금요일에 예정된 초등학생 92명 체험학습 준비도 해야 했어. 특히 금요일 수업은 오랜만에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업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가슴에 차있었어.
공작소 멤버는 남편과 나, 내 여동생 이렇게 세 명이야. 2007년 처음 공작소를 열면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지. 대구에서 동생이 들어오면 셋이 척척 해내면 되겠지 하며 슬슬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어. 무거운 짐들은 같이 하면 덜 힘들기도 하고 자질구레한 물품 정리는 동생의 전문분야.
그런데 동생이 오지 않네. 연락도 없고. 많이 피곤한가 보네, 오후에는 오겠지. 하며 어쩔 수 없이 둘이서 공작소 안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목마들 먼저 창고에 다시 가져다 놓았어. 무거운 목마들을 트럭에 실어 창고에 갔는데 창고 중간에 딱 막고 있는 짐더미며 나무더미를 그대로 두고 목마를 넣으려니 너무 답답했어.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시간이 없지만 중앙을 먼저 비우기로 했어. 중앙에 있던 무거운 물건들을 둘이서 힘내어 옮기고 옮겨 그나마 덜 복잡하게 정리했지. 하면서 아직도 오지 않고 있는 동생에게 점점 뿔이 나는 거야. 너무 힘들었거든.
공작소에서는 어린이집 수업을 위해 작은 목마들과 오토마타를 2층으로 옮겼어. 테이블에는 상자들마다 행사 때 쓴 물건들이 자질구레하게 담겨 있어 모두 풀어 제자리에 정리해 놓아야 했어. 평소 동생하고 같이 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데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야. 동생은 아예 퍼져버렸는지 오후 늦도록 오지 않네. 일반 직장에서도 팀원 중 누군가가 빠지면 다른 팀원들이 더 힘들게 일해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 또 최후의 순간엔 우리 둘만 남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했어.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아직도 안 온다고 화를 내다가 문득, 그 오랜 시간 동안 동생이 우리와 함께 해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둘 만 있었다면 이렇게 해올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이, 그것도 오랫동안 생각과 손발을 맞추어온 한 사람이 우리와 한 팀으로 늘 함께 해왔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고 위로였던가 하는데 생각이 미쳤어. 그렇게 생각하니 뿔났던 마음이 스르르 누그러지데. 내가 아프거나 힘들어 쉴 때는 남편과 동생 둘이서 힘들게 내 몫까지 일했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드디어 정리를 마치고 어린이집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나무 조각으로 동물인형을 만드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야. 동생도 정말 재미있어할 텐데....... 솜씨 좋은 동생이 나무 조각을 조립하고 곱게 색칠하는 모습이 떠올랐어.
오후 네 시 반쯤 되어서야 동생이 왔지. 우리는 같이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수업 준비를 했어. 남편과 둘이서 정리하면서도 제일 무거운 핀볼게임은 미루어 두었다가 동생이 와서야 2층으로 들어 올릴 수 있었어. 셋이서 호흡 맞춰 들어 올리는데, 이거지!
저녁 수업 준비를 하는데 허리가 조금 뻐근해. 이럴 때 조심하지 않으면 허리에 탈이 날 수 있어 남은 작업이 부담스러웠어.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성인 목공수업을 마치고 교육생들이 돌아가고 난 자리는 완전 난장판. 공구들은 널려있고 안팎으로 먼지투성이에 나무 조각들도 사방에 흩어져 있고. 하이고, 9시 20분인데 언제 다 치우고 내일 아침 수업 준비를 하나 싶어 앞이 캄캄한 기분이 들었어.
그런데, 셋이서, 온갖 공구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책상을 닦고 바닥을 쓸고 나뭇조각들을 모아 담고. 척척하다 보니 어느새 청소가 끝났더라.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유아용으로 바꾸고 동선을 생각하며 테이블을 배치해서 유아 수업 세팅을 했어. 나무 재료들과 수업을 위한 공구들도 챙겨놓고. 2층 놀이공간과 1층 만들기 공간 운영을 어떻게 진행할지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고 나니 비로소 한시름 놓였어.
‘이렇게 하면 되겠다.’
공작소도 깨끗해졌고, 2층 배치와 미리 만들어둘 나무인형 작업은 내일 아침에 일찍 와서 마저 하면 되겠고. 홍보페스티벌 준비는 내일 오후, 초등학생 체험학습 준비는 또 다음날 하기로 하고. 아, 긴 하루였다.
“오늘은 요까지!”
남편이 외쳤어. 휴우, 긴 숨을 내쉬며 잘 정리된 공간을 바라보았지.
아침에는 버겁고 막막한 일 더미가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니 싹 정리하고 준비된 내일을 맞이하게 되었어. 우리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새삼 놀랍고 신기했어. 17년, 오랜 시간 고군분투하며 일해 왔던 경험이 우리도 모르게 큰 힘으로 축적되었나 봐. 함께 해온 멤버가 고맙고 우리가 나이에 맞게 능숙하다는 게 뿌듯했지. 일이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는 여유와 꿈을 이루며 나아갈 힘이 우리에게 있는 걸 확인한 날이야.
집에 돌아와 씻고 우리는 단잠에 빠져들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