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 셸던을 보며 4
딱 한편만 봐야지 하며 넷플릭스에 들어간다. 하지만 한 편에 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 세 편, 때로는 대여섯 편까지 봐 버린다.
영셸던은 시트콤 형식으로 한 편이 15분 정도로 짧다. 한편만 보면 잠깐 휴식할 정도로 딱이다. 하지만 매 편이 끝날 때면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한편 속에 할 이야기를 충분히 얘기해주지 않은 것 같아 멈추지 못하고 ‘조금 더, 한편만 더’ 하고 미적거리게 된다. 한편 더 보면 그다음 편도 역시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뭔가 좀 부족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눈이 아프고 머리는 흐리멍덩해진다. 몸은 뻐덩뻐덩 굳어 일어서려고 하면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난다. 아직도 정서적으로 채워지지 않았지만 몸이 더 버티지 못하니 마지못해 겨우 넷플릭스를 닫는다.
‘쩝......’
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걸까? 화면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한편 한편 완벽하기보다 조금 덜 말하는 듯이 슬쩍 흐려버리며 마치는 것. 슬며시 안달 나게 만들어 계속 이어 보게 하는 작전일까? 그렇다면 나는 완전히 말려 들었다. 점심이나 저녁 먹은 뒤, 혹은 쉬고 싶을 때 ‘영셸던 한편 만 볼까 ‘ 하고 시작해서 훌쩍 서너 편 붙잡힌다.
이기심과 심술까지 장착했지만 다정한 마음도 불쑥불쑥 엿보이는 캐릭터들. 그들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면모를 경험한다. 가끔 귀가 뚫린 듯 배우들의 입모양을 따라 또렷이 들려오는 영어 대사가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을 한껏 높여 주기도 한다. 내게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건 인간사를 간접 경험하며 창의적으로 휴식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눈이 흐리멍덩해지고 알맹이가 녹아 없어진 몸에 피로한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붙잡혀 있지 않도록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