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 셸던'을 보며 5
셸던 아빠 조지의 뚱뚱한 배가 보기에 부담스러웠다. 산처럼 불룩 솟은 배를 안고 전용 소파에 털썩 앉으며 어김없이 손에 맥주를 들고 있는 조지. 고등학교 풋볼 코치로 일하고 있는 그는 대학의 풋볼 코치가 되는 게 꿈이었다. 풋볼 경기를 우승으로 이끈 해에 드디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다른 도시에 있는 대학의 코치로 가게 되었다.
셸던은 칼텍으로 진학하고 조지 주니어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분가하기로 했다. 셸던의 엄마 메리와 누이동생 미시는 살던 집을 팔고 조지의 직장을 따라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가족생활의 커다란 변화 기를 맞아 메리는 전통적인 가족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모두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옷을 말끔히 갖춰 입고 온 가족이 잔디밭 같은데 서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대다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듯, 예시로 보여준 사진들 속 인물들은 모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어쨌든 메리의 강행으로 사진을 찍기로 한 날,
“4 oclock!”
대학 코치가 될 생각에 설레는 조지는 4시까지 오라고 한 번 더 다짐하는 메리와 아이들에게 기분 좋게 인사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되어 현관문 앞에 나타난 사람은 조지의 직장동료들. 가족이 모두 현관문 앞으로 몰려와서 초조한 얼굴로 이들을 바라본다.
“He’s gone.”
조지가 죽은 것이다. 이 전에 심장발작으로 갑작스레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했던 조지는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조차도 너무나 깜짝 놀랐다. 그런 전개는 상상도 못 했다. 늘 루저처럼 보였던 조지가 드디어 세상에 인정을 받고 자신이 바라던 대학 코치가 되려는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다니!
보들보들 사랑스럽던 셸던도 귀여운 미시도 7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훌쩍 자라 사춘기 청소년이 되었다. 꼴통 사내아이 조지 주니어는 듬직하고 사랑 많은 가장이 되었고, 예쁜 할머니 코니는 처음보다 주름이 많이 늘었다. 셸던이 정든 자기 방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큰 상실감을 겪고 있던 것만 빼면 모두가 새로운 변화에 설레던 시점. 드라마 작가는 이제 그만 극적으로 드라마를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그렇다고 조지를 죽게 하다니. 뚱뚱한 배가 보기 거북하던 조지였지만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에 상냥한 웃음을 띠고 할 수 있는 한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려고 했던 조지. 커다란 풍채로 드라마의 중심축이 되어 주었는데.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시청자로서도 너무나 슬펐다.
조지의 죽음을 갑작스레 맞은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셸던은 조지가 현관문을 나서던 그 마지막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ee y’all later”
하며 집을 나서던 아빠 조지를 셸던은 인식도 못하고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기에.
셸던은 몇 번이고 조지를 그 순간에 불러들인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그 순간 속으로.
“Dad, wait!...... I have been, and always shall be, your friend. “
“Dad, wait!...... Bye. “...
“Dad, wait!...... I love you.”
“Dad, wait!...... Can I go with you?”
그때 그렇게 말했더라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곁에 있을 줄 알고 주의를 기울여 주지 않았던 존재, 그의 웃음도, 다정한 목소리도 더 이상 닿을 수 없다. 되돌아가 바꾸고 싶은 그 순간.
우리 아빠도 그랬다. 아빠가 출근한 날 저녁에 아빠의 동료가 집에 찾아왔다. 어렸던 우리 삼 남매는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했고 젊었던 엄마만 오열하며 쓰러졌다.
그래서였으려나. 근래 들어서 아무리 슬픈 드라마를 보아도 맨숭맨숭 눈물 한 방울 적시지 않던 내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혼자 집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슬픈 마음이 북받쳐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서로 주고받던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일시에 정지해 버린, 남겨진 가족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게 다가왔다.
아무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기에 늘 의견 충돌로 분분했지만 셸던의 가족은 서로 사랑했고 생기가 넘쳤다. 함께 나누는 따뜻한 식사가 있었다. 각자에게 자신의 자리가 있었고 싫은 점이 있어도 서로를 존중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에 애정을 느꼈고 그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더 슬펐던 거 같다.
평소에는 조지에게 불평, 불만을 말하던 가족 모두의 가슴에 남겨진 한 마디는
‘사랑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