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니페스트에 빠지다 3
딱 한 편만 보려고 했지만 중간에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 결국 세 편을 연달아 보고서야 약간의 일단락이 되었고, 단호하게 TV를 끌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 앞뒤를 넘나드는 구성.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그들 사이의 관계, 외부 세력의 개입, 그리고 그 와중에 더욱 깊어지는 사랑까지. 매니페스트는 단순한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설정을 넘어서, 이야기 자체의 밀도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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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기 생존자들을 위험인물로 간주한 세력들은 미케일라를 제거하려 한다. 미케일라를 미워하던 경찰서장도 반대파로 보이고, 취조팀과 노조지원팀 모두가 음모의 일원이었다. 취조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그녀를 경찰서 밖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전 남자 친구 재러드가 클럽 화재의 용의자로 그녀를 ‘긴급 체포’해 구치소에 가둔다.
반대파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 상황을 모른 채 당황하는 미케일라에게 재러드는 말한다.
“조용히 있어, 지금 내가 당신 목숨을 구한 거야.”
미케일라는 그가 반대파의 일원이 되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그를 고소했지만, 결국 재러드는 또 한 번 그녀를 살린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재러드는 쪼잔한 배신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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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과 그레이스, T.J는 오랜 옛날에 사라졌다 돌아온 인물이 남긴 고서의 내용을 연구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사망일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 켈과 함께, 이들은 천둥 벼락이 치는 폭풍 속에서 멀미에 시달린다. 그들 곁에 있는 올리브에게는 맑고 화창한 날씨인데도.
과거 클럽에서 광신도의 계략에 휘말려 죽을 뻔했던 T.J는, 벤과 올리브의 계시 추적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희랍어 실력을 이용해 그 고서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였을까? 폭풍우 속 배 위에서 그들은 고서 속 인물들이 본 ‘은빛 용’을 함께 본다. 그것은 바로 828기 비행기.
서로 다른 시대에 사라졌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설정은 소름 끼칠 만큼 인상적이었다.
고서는 말한다.
“예정된 죽음을 피하는 길은 오직 계시를 따르는 것뿐이다.
다른 방법은 소용없다.”
마침내 이들이 해독을 끝냈을 때, 폭풍이 멈추고 맑고 화창한 날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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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지크는, 그로부터 1년이 되는 날 죽음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몸이 점점 동상으로 얼어붙는 걸 느끼며, 산비가 개발한 시약으로 자신을 살리려 한다.
하지만 그 시약을 맞은 산비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단기 기억 상실, 폭발적 흥분…
지크는 그런 산비를 보며 주사를 미룬다. 산비는 결국 정신을 잃었다가, 전 애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회복한다.
벤은 그제야 확신한다.
계시를 거스르려는 과학은 아무 소용없다.
살아남는 길은 오직, 계시를 따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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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마을 이장님이 방송을 했다.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몇십 년 동안 기억하면, 5천만 원을 드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 함께 기억하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설정.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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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도,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매니페스트처럼 이야기를 이렇게 끌고 가는 상상력과 집중력, 그리고 이야기 너머의 신념까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정을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데서 시작되어, 끝내는 의미가 되는 그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