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도 아니고, 꼰대도 아닌 (혹은 반대인)
나는 1985년에 태어났다.
요즘 말로 하면 애매한 세대다.
MZ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좀 있고,
꼰대라고 하기엔 아직 마음이 젊다.
우리는 늘 중간에 끼어 있다.
윗세대의 말은 잘 들었고,
아랫세대의 언어도 이해하려 애썼다.
회사에서는 “요즘 애들 좀 설득해봐”라는 말을 듣고,
동시에 “그래도 선배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역할이었다.
우리는 대체로 말 잘 듣는 세대였다.
나는 16년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기획자로, 마케터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입사 초반에는 “버티면 된다”는 말을 배웠고,
중간관리자가 되어서는 “그래도 이해해보자”는 말을 배웠다.
성과를 내야 했고, 동시에 사람도 잃지 말아야 했다.
우리는 조직에서 늘 완충재 같은 존재였다.
위의 압박을 아래로 완화시키고, 아래의 불만을 위로 번역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우리는 극단적이지 않다.
크게 반항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지도 않는다.
대신 꾸준하다.
85년생은 IMF 이후의 불안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대학을 다닐 땐 취업이 어려웠고,
취업을 하고 나니 집값이 올랐다.
회사를 나와보면 자영업은 쉽지 않고,
다시 조직으로 들어가면 숨이 막힌다.
그래도 우리는 일했다.
그냥 열심히.
‘워라밸’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전에
야근을 먼저 배웠고,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에
이미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두 개의 일을 한다.
낮에는 생존을 위해, 밤에는 나를 지키기 위해.
기획자로 일하면서도 가끔은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아직 이 일을 사랑한다”고.
돈은 늘 부족하고, 현실은 늘 빠듯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나라에서 계속 산다.
85년생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법은
아주 거창하지 않다.
위 세대를 미워하지도 않고,
아래 세대를 질투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해하려 애쓴다.
그리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젖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우리는 혁명 세대도 아니고, 포기 세대도 아니다.
그냥, 열심히 사는 세대다.
그리고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오늘도 기획을 하고, 마케팅을 하고, 글을 쓴다.
이게 85년생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