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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예 Aug 10. 2021

고등어

왜인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글

나 홀로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치찌개와 고등어, 조촐한 상차림.

혼자만의 식사이니 조급하지 않게,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했다.

 

반찬이라 봐야 고등어뿐.

천천히 젓가락으로 고등어 살을 발라먹는다.

지상에서 19층이나 떨어진 높은 곳의 식탁에서.

 

고등어는 노르웨이에서 건너왔단다.

깊은 바닷속, 제 몸 가누며 유유히 헤엄치던 녀석이

노르웨이 사람들이 한 번 방문해볼까, 말까 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죽기 이전에는 당도해 볼 일 없던 19층이나 되는 아파트 식탁 위에서

누군가의 그저 한 끼 식사 반찬으로 남을 것을 짐작이나 하였을까?

 

깊고 푸른, 어두워서 좀처럼 들어가기 무서운 심해 속을 제 집으로 삼고 종횡무진하던 녀석의 삶이

하늘에 가까이도 맞닿은 19층 아파트 위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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