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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Feb 04.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3) 사상 최초로 굴을 먹은 남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이스트는 숨을 멈췄다. 콧속 깊은 곳으로 뭍에서는 한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가 밀려들어왔다. 그는 바닷가에 처음 왔을 때를 상기했다.

    그는 그 때 파도를 보았는데 -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마을 여자들에게 그것이 '파도'라고 들은 후에야 그것을 파도라고 불렀다 - 모래사장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하얀 부말이 괴이하다고 생각했다. 물거품은 멈춘 것처럼 백사장에 엉겼다가 뒤로 물러가는 물결을 따라 다시 바다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다시 바다로부터 하얗게 밀려왔다. 그 끊임없는 움직임에 빠져들어 숨을 크게 들이켰을 때 그는 그 냄새를 처음 맡았다. 오줌 지린내 같기도 했고 살짝 썩은 음식 냄새 같기도 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계속 들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강을 지난 그 냄새는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을 뭉근하게 조여왔다. 결국 그는 코를 막고 바다로부터 눈을 돌렸다. 나중에서야 마을 여자들로부터 그것이 바다의 냄새라고 전해들었다. 바다의 냄새는 하루 이틀 묵은 것이 아닌 듯 했다. 뭍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전설에서, 바다는 지구의 모든 생명을 내었다고 했다. 오이스트는 생명체의 역사를 더듬었지만 그 처음을 알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 냄새 또한 처음에 어떤 것이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지금 오이스트의 눈 앞의 접시에는 흐물거리고, 하얗고 검은 줄무늬가 쉴새없이 번들거리는 괴이한 물체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그 바다의 냄새를, 열번 스무번은 농축한 것 같은 그런 냄새가 풍겨나왔다. 오이스트는 도저히 그것을 집어 들 수 없었다. 접시를 내어놓은 마을 여자는 처음에는 생글거리는 얼굴이었지만 오이스트의 표정을 보고는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오이스트는 자신의 지금 기분을 전할 수 없었다. 여자도 뭐라고 한참 설명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어 오이스트는 그저 입꼬리만으로 웃음을 지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여자에게 악의가 있는 것 같지 않았으므로 그도 선의의 표시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은 찌푸렸는데 입은 웃고 있으니 흉한 얼굴일 것이 분명했다.

    접시 위에 내어 놓았으니 아마도 먹으라고 내놓았을 것이라 오이스트는 추측했다. 하지만 이것을 먹는다니! 오이스트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모양새도 모양새거니와, 돌 같은 것에 둘러쌓여 어디를 먹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 굴을 처음 먹는다라고 하면 당연히 그 모양새나 냄새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써야 할텐데, 그것이 이야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 보았다. 굴은 남성에게 참 좋은데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개그가 생각났다. 그래서, 여자들만 사는 어떤 마을이 인류 최초의 어촌이었고, 거기까지 찾아간 남자가 굴을 먹은 첫 남성이라는 이야기를 써보았다. 그래서 굴의 이름도 주인공 오이스트의 이름을 따서 'Oyster' - 남성형 어미가 붙어있다는 것에 착안... ㅎㅎ - 가 되었다는... 바다의 냄새를 여성의 체취로 연결시켜서 쓰는, 조금은 성인 취향이 될 것 같은 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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