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아티스트와 프로덕션, 뮤직 서비스가 탄생하고 떠나갑니다. 이 길 위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까’를 생각하다보니 다양성의 존중, 음악 자체라는 본질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현신이었던 데이빗 보위가 많이 떠오르네요.
포크, 글램 락, 팝, 디스코, 일렉트로닉, 재즈, 아트 락, 블루스, 인더스트리얼 등 메이저부터 마이너 장르까지...팝 역사에서 데이빗 보위만큼 많은 장르를 섭렵한 아티스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활동했던 시대에는 마이너였던 장르들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시도해나가며 장르의 다양성의 빛을 밝혀왔죠. 무명의 후배 뮤지션들에 대한 애정도 깊어 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아티스트들은 트렌트 레즈너, 플라시보, 아케이드 파이어처럼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이들입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재조명도 데이빗 보위가 효시이고, 텍사스 블루스의 전설이 된 스티브 레이 번이 무명 세션 기타리스트였던 시절에 데이빗 보위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이름으로 기억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미디어와 음악 서비스가 범람하는 지금 데이빗 보위의 '72년작 앨범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의 어프로치와 성공, 생명력에 주목하게 됩니다. 종말 5년 전의 지구를 배경으로 화성에서 온 지기 스타더스트(데이빗 보위의 수많은 페르소나 중 가장 유명한 바로 그 지기 스타더스트)와 거미들이 락으로 지구를 구하고 자멸한다는 본격 SF 흥망성쇠 락 오페라로 글램 락 장르의 영원한 정전으로 남은 앨범이죠. 본 앨범은 '새로운가?'라는 관점에서는 기성의 포크/하드 락의 계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사운드적인 특질이 기존의 틀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본 앨범이 역사에 남는 명반으로 남게된 것에는 이유가 있겠죠. 데이빗 보위가 그 스스로에게 부여한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그 정체성이 불분명하지만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사명을 외치는 외계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그 아이덴티티가 부르는 글램 락은 ‘기존의 모드와 락큰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와 세계의 음악’이라는 너무도 뻔뻔한 선언의 힘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만든 스토리의 힘으로 온 세상의 이목을 끌어내고 '데이빗 보위는 뭔가 확실히 다른 녀석'이라는 인식을 세상에 심어놓은데 성공한거죠. 오랜 세월 동안 글램 락이라는 장르가 공멸해버렸음에도 본 앨범은 거의 유일하게 세월의 공격과 무게를 견뎌내고 정전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로의 접근 방식이 일상화되는 시대의 조류를 타고 앨범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지요. 락 본연의 정체성으로 봤을 때 앨범의 수록곡들이 뛰어난 퀄러티와 메세지를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생명력이지요.
그는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본 앨범의 큰 성공 이후로도 데이빗 보위는 글램 록에 머무르지 않고 수많은 장르를 시도하며 성공과 실패를 맛봤습니다. 자기 혁신의 역사는 그가 외계로 돌아가며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끊임 없이 계속 됐죠. 스스로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마지막 장을 채웠던, 삶의 마지막 관문도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장으로 삼았던 외계인.
많은 아티스트가, 스타트업이, 기성의 기업들이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세상에 내보이고, 고객을 모으고, 경쟁자와 시대의 도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지요. 데이빗 보위가 평생 추구해왔던 다양성과 자기 혁신, 흥망성쇠를 이겨내는 에너지를 떠올리며 앞으로 함께 나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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