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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주 Sep 02. 2022

통번역사에 대한 인식

멋짐 뿜뿜 전문직 vs AI의 위협을 받는 기술자, 그리고...

통번역사에 대해 다들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통번역 대학원 2년, 그리고 대기업에서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일했던 2년을 되돌아봤을 때

나조차도 확실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전혀 상반된 이미지들이 뒤섞여 스쳐 지나간다.

얼마 전 퇴사를 한 신분으로, 그간 느꼈던 기분들을 적어 볼까 한다.


일단 주변 사람들은 개인적인 호의가 있어서인지(?) 나의 통번역사 직업을 멋지게 봐준다.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유창하게 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회의장에서 네모난 박스.. 아, 부스라고 해? 거기 앉아서 마이크 앞에서 동시통역을 하면

참 멋지더라.'


'전문직이라 좋겠다. 너만의 기술이고 평생 갖고 갈 수 있는 보험 같은 거잖아.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대략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는 괜스레 자부심이 느껴졌다. (물론 배후에는 모종의 개인적 불안감도 있지만...ㅎㅎ)

실제로 같은 일을 하는 나의 동기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일에 임한다.

통번역 업무를 사랑하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료들은 생소한 영역의 업무가 들어와도,

두렵지만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언어의 세계에서 떨림과 설렘을 느끼며 계속 성장해나간다.



통번역사 하면 자유롭게 본인이 할 업무만 받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 같다.

다만, 이 세계에도 회사에 소속되어 비교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통번역 자리들이 있다.


통역 및 번역 업무 하나하나가 다음 업무 계약 여부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방대한 양의 업무를 처리하는 노하우가 쌓이는 것 같다.

그리고 소속되어 있는 회사가 원하는 용어 선택과 통번역의 스타일 등에 익숙해지면 한층 수월해진다.


인하우스 통번역사는 기업의 생태계를 익히고 다른 업무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통번역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배려하고 존중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개념이 어려워 상대방이 단번에 알아듣지 못할 때

통번역사의 실력을 쉽게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통역 언제 된대?'라는 식으로 한 개인이 통역사도 아닌 통역으로 불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통역사님, 통역사 선생님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거기 통역'으로 불리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건 비단 통번역사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AI 통번역 기능이 갈수록 발전하고 업무의 많은 번거로운 부분을 줄어주었지만,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이 영혼을 다해 만들어내는 작업물들이 있는 법이다.

그것이 아직까지는 기술 발전과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본인들의 가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언어뿐만 아니라 의료, 법률, 디자인 등 분야에서도 인간이 아직 필요한 부분들은 분명 남아 있다.


100세 시대에 직업은 계속 바뀔 거라고 한다. N잡러와 슬래시족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아무리 직업이 다양해져도, 그 직업을 선택하기까지는 개개인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테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선택(직업)들이 동등하게 존중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단하게 여겨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똑같이 신성되게 바라봐줬으면 싶다.


예비 통번역사들, 현역 통번역사들 파이팅!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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