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통증 후 갑자기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가다
최근에 나는 브리스톨 대학교 장학금을 받은 이후 아이엘츠 점수를 다시 취득하기 위해서 공부 중에 있었다. 7월 10일이 시험 이었고 이틀 전에 공부하러 밖으로 나갔는데 살면서 처음 겪은 무서운 경험을 했다.때는 오후 1시 정도였던 것 같다. 집 앞이 바로 버스 정류장이라서 시간 맞춰서 나갔다. 저상버스를 탔을 때 순간 발가락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을 딛는 순간 발가락이 꺾였고 뼈가 부러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신히 교통카드를 찍고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데 발 고통이 말도 못했다. 버스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정말 예전에 손가락이 골절되었던 것처럼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발가락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버스를 내리면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정형외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데 에어컨을 세게 틀었음에도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두통이 밀려왔고, 숨까지 찼다. 내 몸이 너무 이상해서 전기버스라서 어지럼증이 생겼나보다 하고 있었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 내렸는데 발을 간신히 디뎠고, 정말 세상이 빙빙 돌아갔다.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고 정말 이러다가 내가 기절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 안까지 걸어 들어갔다. 자리에 있어서 몸을 숙이고 있었는데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는데도 얼마나 덥게 느껴지던지 숨이 헉헉 몰아셔졌고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에어컨 쪽으로 가까이 가는게 나을것 같아서 간신히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직감으로 이대로면 얼마 안가 정신을 잃을 것 같았고 그게 너무 무서워서 마지막에 있는 힘을 다해서 핸드폰을 키고 119에 간신히 전화를 걸어 내 위치를 말했다. 내가 있던 위치에서 고작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바로 종합병원 응급실이 나오는데 걸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간절히 구급차가 오길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대낮이어서 구급차가 빨리 왔고 나는 그대로 실려갔다.
소방대원 분이 혈압을 쟀는데 혈압이 낮았다. 병원에 전화한 후 바로 혈압 강화제를 넣었다. 그리고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 이후에는 진통제와 혈압 체크를 계속 했다. 한 3시간 정도 응급실에 있었는데 초반에 혈압을 한 10번도 더 잰 것 같다. 부모님한테 연락을 소방대원이 해줘서 부모님이 병원에 도착했다. 엑스레이와 CT를 촬영한 이후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발이 너무 이상했다. 발을 쩔뚝거렸고 혈압이 105 정도까지 올라온 이후 퇴원했는데 계속 토할 것 같고 숨이 찼다. 그날 저녁도 숨이 자꾸 차는 것 같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 다음날에는 발이 이상해서 다른 병원 정형외과로 향했다. 의사가 나를 엄청 심각하게 쳐다봤는데 엑스레이상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미세골절이면 엑스레이로 안보일 수도 있다며 CT 스캔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발을 확인해봤더니 두번째 발가락에 멍이 들어 있었다.
세 번째 날에는 하필 시험을 보러 강남을 가야했다. 발에 깁스를 하고 가는데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 아이엘츠 시험 시간이 평일에 오전 9시 아니면 오후 1시 30분 시작밖에 없었다. 스피킹을 뒤늦게 보고 싶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오전 9시밖에 없었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다칠 줄 알았나.. 그 날 아침 오전 8시에 신분당선 판교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출근시간이라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발깁스만 없었어도 그냥 밀고 탔을 것 같은데 깁스때문에 도저히 탈 자신이 없어서 지하철 하나는 그대로 보냈다. 그 다음에 온걸 탔는데 그것도 진짜 사람이 많아서 간신히 정신 붙잡고 서있었다. 신논현에 내리고 나서는 하 정말... 엘레베이터 찾는게 왜이렇게 어려운지.. 심지어 그게 출구랑 가까이 있지도 않고 ㅠㅠ 결국은 에스컬레이터 타고 가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문 하나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 8시 50분까지가 입실 시간이었는데 출구로 나와서 간신히 아픈 발 붙잡고 전력질주해서 한 48분쯤인가에 도착했다. 정말 그 날 아침에 시험비용 30만원 그대로 날리는 줄 알았다. 아침부터 온갖 고초를 다 겪다 보니 시험에 집중해야 하는데 심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간신히 리스닝부터 라이팅까지 끝내고 나서 오후에 스피킹 준비를 하는데 강남 근처는 왜이렇게 사람이 다 많은지 식당이고 카페고 넉넉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왜이렇게 다들 문이 무거운지 ㅠㅠ
스피킹 시험 간신히 치렀는데 하필이면 재수없게 하나같이 알츠브로에서 준비한게 안나왔다. 개같이 시험 망하고 발은 발대로 아프고 정말 속으로 욕을 얼마나 했는지.. 그냥 너무 서러웠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이동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하필 그날 오후에 피부과를 가야해서 강남에서 택시타고 이동했고(이건 수월했다) 피부과 선생님을 본 이후 집에 오는데 또 힘들었다. 오래간만에 피부과를 간건 차차 설명할 거지만 화농성 한선염이 아니라 피지낭종이 크게 하나 나서 한 달 전 쯤에 급하게 수술(?) 한지라 그거 점검하러 갔다. 피부과 교수님이 내 발을 보면서 발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냐고.. 건선성 관절염 환자는 작은 관절이 일반인들에 비해서 잘 부러지니까 정말 조심하라고 걱정해주셨다. 병원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러 가는데 역시 퇴근 시간이라 버스 타는게 쉽지가 않았다. 좌석버스는 서서 못가니까 빈 자리 있는걸 타야 하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몇 대를 보냈다. 그러다가 간신히 1150번 와서 탔는데 하필이면 제일 뒷자리 하나밖에 없어서 간신히 앉았다. 그리고 판교역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아니 나 발 아파서 간신히 엉금엉금 기어 나가는데 기사님 제발 나 좀 내리고 문 닫아줘요 ㅠㅠ
하 진짜 너무 힘들어서 나이 서른이 넘어서 부모님한테 나 좀 데리러 오라고 전화했다... 결국 아빠차타고 집에 왔다. 그 날 하루가 얼마나 고단하고 우울하던지 정말 말을 못할 정도다. 가뜩이나 컨디션 상태 안좋은데 중요한 시험까지 봐버렸고 그걸 또 스피킹에서 망해버려서 좌절감이 너무 들었다. 게다가 리스닝을 몇 개 놓친터라 점수가 6.5가 안나오면 어쩌나하고 정말 걱정이 컸다. 라이팅도 매번 GPT랑 할 때마다 5.5-6.0을 줘가지고 우울했다. 아픈 와중에 배려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세상이 왜이렇게 살기가 힘든건지 그 날 하루가 정말 10년은 더 늙은 것 같다. 저녁에 일찍 잠들려고 누웠는데 괜히 서러운게 밀려들어와가지고 1시간을 뒤척거리다가 잤다. 그 다음날에는 정신이 멀쩡히 돌아왔다. 그리고 발가락을 다시 보니까 세번째 발가락도 멍들었고 발가락 앞쪽도 멍들었고 두번째, 세번째 발가락도 다 멍들었다. 이러니 이렇게 아팠지... 정형외과 선생님이 우선 다음주 화요일에 사진을 더 찍어보겠다고 했다. 류마티스 내과를 가서 CT 좀 찍어달라고 해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고민이다.
그 다음 날에 바로 시험 점수가 나왔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잘 나왔다. 리딩 점수가 아쉬웠지만.. 학교 기준이 전 영역 each 6.5 이상이었는데 스피킹만 유일하게 6.0이 나왔다. 진짜 개망했는데 6.0이나 주다니.. 시험관이 후한것 같다. 2년 전에 봤을 때는 절대 그 수준가지고 6.0 안줬을 것 같은데 뭔가 기준이 바뀐건지 아님 나만 너무 망했다고 생각한건지(나는 스피킹이 5.5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시험관이 발 다친거에 동정심이 느껴진건지..;; 진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학교가 한 과목 재시험을 허락해주기 때문에 다시 좀 더 준비해서 스피킹만 다시 봐서 6.5 받으면 이제 아이엘츠에서 탈출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시험 준비하랴... 따로 공부하랴.. 너무 바빴다. 그동안 브리스톨 대학교에 큰 디파짓을 냈고 기숙사도 신청했다. 이번에는 아무쪼록 아무 탈 없이 다 일이 잘 되기를 바랬는데 아니 이게 뭔 마른하늘에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6월에는 피지낭종이 크게 허벅지에 나는 바람에 그거때문에 아파서 걸어 다니지도 못했고 이번달 초에는 발가락 다쳐서 3주 동안은 깁스하고 살아야 한다. 일진이 너무 안좋아서 괜히 걱정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