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르게 늦게 발표되었던 장학금
이전 글에서 장학금으로 인해서 유학을 고민하고 실망한 것을 적었다. 나는 나름 글쓰기에 자신도 있고, 내 스토리도 장학금을 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스펙이 부족한가 싶었다. 장학금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아무런 이메일이 오지 않아서 다시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찾아봤다. 장학금 신청 마감은 1차가 4월 30일, 2차가 6월 8일이었다. 그리고 selection이 1차가 5월 4일, 2차가 6월 8일이라고 되어 있었다. 5월이 한참 지났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동적으로 2차로 내가 밀려난 줄 알았다. 하지만, selection 과정이 오래 걸렸던 탓인건지 5월 17일 오전 6시 34분에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내가 inspiring scholarship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5천 파운드의 장학금을 수상하게 되었고 이번 달 말까지 디파짓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브리스톨 대학교의 상황에 집중했는데 Goin 이라는 모임을 들어갔더니 이미 장학금이 발표가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Goin은 내가 몰랐었다가 예전에 학교에서 커뮤니티에 초대해준 것이 기억이 나서 부랴부랴 메일을 찾아서 들어갔다. 에브리타임 같은 앱으로 여러 학교가 있고 학교로부터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하고 들어갔더니 나와 같은 국적, 학과 등의 사람 명단이 모두 떴다. 그래서 이 앱을 통해 나와 같은 과정에 합격한 한국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따로 단톡방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서 브리스톨 대학교가 주는 Think Big Scholarship 방을 들어갔다. 거기에서 어떤 사람이 문의한 것을 공유해주었는데 학교 직원이 이미 장학금 발표가 나서 합격자들에게는 메일이 모두 갔으므로 받지 못했더라면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5월 21일까지 발표를 기다리라고 했지만 어떤 사람은 저렇게 전달을 해서 그냥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Goin 이라는 앱을 통해서 알게된 한국분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나눴다. 나는 합격했다, 떨어졌다라는 메일 자체가 오지 않았다. 순간 더럼 대학교에서 장학금 오퍼가 늦게 온 것이 기억이 나서 내가 오퍼 수락을 안해서 장학금 메일이 안왔나하고 부랴부랴 오퍼 수락을 했다. 이후 같은 한국분은 장학금 리젝 메일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리젝조차 안주다니.. 브리스톨을 재수없게 생각하고 더럼으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5월 20일에 오후 6시쯤에 갑자기 64로 시작되는 국제전화가 하나 왔다. 내가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놓아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메일 알람으로 브리스톨 대학교가 전화를 했었는데 내가 받지 않았다고 왔다. 학교가 왜 갑자기 전화를 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장학금도 안주는 주제에 쌩돈 다내고 갈 캐시카우가 절실했던 것인지...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때 갑자기 학교에서 메일이 하나 왔다. 내가 Think Big에 붙었다는 것이다. 근데 이상하게 얼마를 받은 것인지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왓츠앱 inquiry 로 들어가서 문의를 남겼다. 학교 측에서는 인터내셔널 장학금 팀에 메일을 보내는게 가장 빠를 거라고 했다.
그렇게 저녁 늦게까지 기다렸지만 학교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아서 메일을 잘못 보낸건가 싶었다. 워낙 유럽은 행정처리도 느리고 하다 보니 전산 실수를 했나보다 했다. 그 다음 날에 Goin 앱에서 나와 같은 메일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한 명이 메일로 온 acceptance form 을 적으라고 해서 바로 이걸 적었다. 그랬더니 2시간 정도가 지나서 장학금을 수여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hink BIg 장학금은 제일 적은게 6,500이고 그 다음 13,000, 26,000 이렇게 준다. 나는 13,000 파운드를 받고 싶었지만 지금은 6,500이라도 어딘가 싶다. 단톡방만 보면 26,000을 받은 사람은 없었고 13,000 받은 사람이 한 명 정도 보였다. 그 방에 대략 100명 정도의 인원이 있기 때문에 이 방에 들어오지 않은 누군가가 탄 것 일 수도 있지만 큰 액수의 장학금은 소수에게 주어지는 것 같다. 정확하게 이 장학금이 몇 명한테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1만 파운드 정도의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보면 100명도 안주기 때문에 브리스톨 또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큰 액수는 내 생각에 한 자릿수로 준 것 같고 6,500 파운드 장학금이 두자릿 수 정도에게 준 것 같다. 나중에 7월에 그럴싸한 오퍼레터를 만들어서 준다고 하니 기대 중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결정해야 할 시간이 왔다. 더럼을 갈 것이냐, 아니면 브리스톨을 갈 것이냐 말이다. 장학금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더럼 대학교가 2만 8천 파운드고 브리스톨 대학교가 대략 2만 9천 파운드 정도가 된다. 등록금이 5천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그래도 외국 유학에 이정도 등록금까지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등록금에 7천만원을 넘게 쓰는건 내 기준에서는 조금 아깝다 ㅠㅠ 두 학교가 학과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된다. 브리스톨 대학교가 당장 다음주 화요일까지 디파짓을 내라고 했기 때문에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과목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문제는 내가 이 분야에 너무 문외한 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1년이라는 시간을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잘만 버틴다면 좋은 직업과 유망한 분야로 내가 잘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가 범위도 넓어서 내가 향후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직업을 결정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직업 중 하나기 때문에 전망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Bionmedical이 전망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의공학 역시 디지털 헬스와 결합해서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망성이 높다.
그리고 더럼 대학교와 브리스톨 대학교 장학금이 늦게 나와서 호주 쪽으로 가는게 낫겠나 싶어서 호주 유학을 잠깐 알아봤었다. 유학원을 통해서 호주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비전공자가 할 수 있는 과정이 거의 없지만 AI 학과는 비전공자를 많이 뽑는다고 했다. 실제로 학교 리스트가 있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모나쉬, 시드니, 멜버른 등 유명한 호주 대학교가 모두 AI 전공으로 비전공자를 뽑고 있었다. AI 학과가 만들어진지 정말 2년정도 밖에 안된 신생 학교들이 많아서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 것 같다. 내가 알기론 호주가 1차 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지만 IT쪽은 꽤나 발달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호주 AI 학과를 진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요즘에 워낙 인공지능이 뜨고 있기 때문에 비전공자가 커리어 전환을 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다만, 신생 학과인 만큼 얼마나 커리큘럼이 체계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호주가 영국에 비해 시차도 얼마 나지 않고 10시간이면 오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졸업비자의 경우 영국은 18개월로 줄어들었다. 원래 석사를 졸업하고나면 2년의 비자를 줬었는데 영국이 이민자가 들어오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 18개월로 줄었다. 그리고 이제는 가족 전체가 함께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호주는 아직 졸업비자를 2년 유지하고 있다. 만약 향후 취업이 목적이라면 영국보다 호주가 더 나을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유학하기에는 교육적으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는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영국으로 가는게 좋은지, 호주로 가는게 좋은지는 약간의 고민이 된다. 이전에 호주에 대해 알아봤을 때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은 최소 2.5년에서 3년 과정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AI학과는 1.5년에서 2년이라 과정이 길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게다가 호주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서 유학생이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기도 적당하다.
최근 영국에 대해 들은 것으로는 현재 정부가 노동당이긴 해도 반이민 정서가 강해서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이민자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영국 대학교가 자꾸 학비를 올리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영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 배짱을 부리는 것도 있고, 영국인들은 대학원 진학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학비를 비싸게 받아서 재정 충당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높은 학비를 설정해서 유학생을 줄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100명을 뽑았더라면 학비를 올리는 만큼 좀 더 적은 수의 유학생을 뽑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캐나다와 영국 모두 넘치는 인도계, 중국계로 인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 학비는 내년에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에 스위스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신 분 블로그를 봤는데 스위스는 유학생 등록금이 학기당 150만원 정도이지만 이번에 3배나 늘렸다고 한다. 3배 늘려도 2년이면 2천만원 정도니까 감당할 수는 있지만 스위스 역시 그 속내는 중국인들의 유학을 덜 오게 만들고 싶은 속셈이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물가가 살인적이기 때문에 등록금이 싸도 그만큼 생활비로 나가는 돈이 무시 못해서 사실 영국으로 가나 스위스로 가나 최종적으로 드는 돈은 엇비슷하다. 지금 유럽이 반이민 물결과 극우주의가 휩쓸고 있는 만큼 유학에 영향을 가지 않을 수 없다. 미국만 보더라도 트럼프가 연구 자금을 줄이면서 대학이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석박사 유학이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다. 트럼프가 당장 쫓겨나지 않는 이상 이런 경향은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의 경우 고학력 인재를 모으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만 바라볼게 아니라 차라리 유럽으로 눈을 돌린더라면 좋은 펀딩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영국의 경우도 그런 측면이 조금 보인다. 작년에도 내가 지원해봐서 아는데 영국 대학은 석사에게 주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을 가지 못하는 고학력 인재를 주워 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셰필드의 경우도 5천 파운드 주던 장학금을 1만 파운드로 올렸고 글래스고 대학교의 경우 한국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 자체가 없었는데 이번에 글로벌 리더십이라고 해서 1만 파운드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전에는 몇몇 대학교들이1i 장학금을 줘도 쥐꼬리만한 2천 파운드, 3천 파운드 이랬는데 이번에는 액수가 좀 커졌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장학금은 개발도상국 국가에게만 주는게 아니라 선진국도 해당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국이 반이민 정서 태도를 유지하고는 있어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학력 인재를 쟁취하려고 하는 야심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고려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단순히 학비만 생각할게 아니라 박사 진학 시 펀딩 여부, 만약 공백기가 생겼을 경우 중간에 취업해서 돈을 조금 벌어야 하므로 현지 취업 가능성, 학과 커리큘럼, 생활 환경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적은 돈이 들어가는게 아니다 보니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내가 옳은 선택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