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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Nov 26. 2018

<친구>에서 <암수살인>까지 곽경택 감독의 사건사고

(2018.10.2 작성)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철회에 따라 10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암수살인>이 무사히 대중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극화한 실화 소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제작을 추진한 바람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던 것. 3년 전 <극비수사>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감독이 아닌 제작총지휘를 맡은 곽경택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곽경택 감독은 유독 만드는 작품마다 이런저런 사건에 많이 휘말려 왔다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한국형 조폭영화의 시초이자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없던 시절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급 흥행을 기록한 영화 <친구>는 곽경택 감독의 세번째 연출작이자 첫번째 출세작이었다. 영화는 실제로 부산 출신인 곽경택 감독 본인과 친구들 이야기를 녹여낸 이야기로 극중에서 라이벌 조직의 깡패로 등장하는 준석(유오성 분) 캐릭터와 동수(장동건 분) 캐릭터 역시 진짜 조직폭력배인 감독의 친구들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 <친구>가 개봉한 이듬해인 2002년 가을 곽경택 감독은 부산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 제작사 및 배급사, 곽경택 감독이 폭력조직의 협박을 받고 수 억원을 범죄단체에 지원했다는 투서가 들어왔던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정산이 끝나고 지급받은 흥행보너스 5억원 중 절반을 주인공의 모델인 친구 정모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당시 정모씨가 복역 중이라 대신 믿을 만한 선배에게 전달했는데 이 선배가 역시 조직폭력배였던 것. 이후 감독은 검찰에 자진출두해 어디까지나 영화의 소재가 되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자 어렵게 사는 친구를 돕기 위한 돈이라며 해명했고 다행히 그해 연말에 무혐의로 결론 지어졌다.  



2002년<친구>의 기록적인 흥행 후 곽경택 감독이 골라 든 카드는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실화를 영화화한 <챔피언>이었다.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준석 역을 연기했던 유오성이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나 2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한 채 흥행에 실패했다. 그런데 2002년 6월 영화가 개봉하고 아직 상영을 하고 있던 7월 중순 주연배우 유오성이 제작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제작사에서 제공한 영화 예고편 영상 일부를 사용해 모 스포츠 브랜드에서 광고를 만들었는데 제작사 측에선 이를 영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았으나 배우 측은 이를 영화와 무관한 광고로 판단한 것. 이후 제작사와 감독은 역으로 배우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사태는 진흙탕 싸움이 되었다. 두 작품을 함께 한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이자 동갑내기 친구 사이였던 만큼 이후 오랫동안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았으나 <친구2>를 기획하면서 감독이 유오성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결국 화해에 이르러 영화 <친구2>가 만들어지게 된다.  



2015년 개봉해 28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극비수사>는 <친구2>로 재기에 성공한곽경택 감독이 다시 한 번 실화 소재를 선택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유괴사건을 배경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뭉친 베테랑 형사 공길용과 감 좋은 무속인 김중산을 따라간다.

그런데 영화가 호평 속에 종영을 앞둔 때 당시 유괴 피해자의 어머니 인터뷰 기사가 떴다. 피해자 본인을 비롯해 가족 누구도 영화화에 동의한 적이 없고 개봉 후 2차 피해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로부터는 영화화 허락과 자문을 받았다. 두 사람의 이름을 배역명으로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과는 접촉하지 않았던 것. 제작진은 이를 의식했는지 피해 아동과 주변 인물의 이름을 바꿔 사용했으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인 만큼 이름을 다르게 쓰는 정도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가려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태균 감독이 연출하고 곽경택 감독이 제작총지휘를 맡은 영화 <암수살인>은 2007년 부산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에서 모티프를 따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제작진은 수년에 걸친 제작 과정에서 <극비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와는 직접 만나 인터뷰도 하며 캐릭터를 구축하고 플롯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받았으나 피해자 유가족과는 허락을 받기는 커녕 접촉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가 시작된 후에야 영화가 당시 사건의 실제 범행 수법과 장소, 시간, 피해 상태 등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행히 개봉 직전에 유가족 측이 제작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여 상영금지 가처분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데 대해서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8.10.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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