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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Dec 11. 2018

미국, 일본, 홍콩, 그리스 등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들

(2018.10.26 작성)

<국가부도의 날>이 11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억의 밤> 등 IMF 시기에 벌어진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있었지만 IMF 관리체제 하에 놓이게 된 1997년 한국사회를 본격적으로 그려낸 영화는 처음이다. 미국이나 일본, 홍콩, 그리스 등 경제위기를 겪었던 다른 사회에선 어떤 영화들로 그 시기를 조망했나 알아보자.




미국 - <빅쇼트>,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라스트 홈>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기점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역사 상 최악의 금융 위기로 손꼽히는 만큼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또한 여러 편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빅쇼트>, <라스트 홈>등을 꼽을 수 있다.


<마진 콜>은 어느 투자회사를 배경으로 금융위기 하루 전날,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트레이더 하나가 시장이 붕괴할 것을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카메라는 거의 사무실 안에서만 맴돌고 대부분의 장면이 대화로 이루어져 있지만 마치 슬래셔 무비를 보는 듯한 공포를 맛볼 수 있는 영화다. 자본의 논리라는 미명 하에 주인공들의 내린 결정이 그만큼 잔혹하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빅쇼트>는 하락장에 과감하게 베팅을 한다는 뜻의 주식용어로, 모든 것이 순풍을 타고 가는 것처럼 보이던 시기에 시장의 몰락을 예견한 4명의 트레이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클라이막스에서 드디어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관객들이 대박 난 주인공들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고 싶은 순간, 이들의 성공이 많은 사람들의 파산에 빚진 것이라는 씁쓸한 사실을 꼬집어 주는 수작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바로 <라스트 홈>이다. 성실히 살아왔지만 주택론을 갚지 못해 거리로 나앉게 된 내쉬가 우연히 자신을 집에서 끌어낸 장본인인 부동산 브로커 릭을 위해 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돈을 손에 넣게 되었지만 과거의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살던 집에서 내쫓아야 하는 내쉬의 딜레마가 뼈아프다.



일본 - <버블에 GO!! 타임머신은 드럼식>  

도쿄 땅을 팔면 미국 전 국토를 살 수 있다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거품경제 시대의 일본은 그랬다. 2007년작 <버블에 GO!! 타임머신은 드럼식>은 드럼세탁기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1990년으로 날아가서 거품경제 붕괴를 막아보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1990년 3월 대장성 장관이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 선언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으나 드럼세탁기를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에서 추측 가능하듯 영화는 전체적으로 만화적이다. 거품경제가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모든 것은 세리자와라는 대장성 관료가 악의를 품고 꾸민 일이라 치부한다. 결말에서 과거를 바꾸는데 성공하고 현재로 돌아온 주인공은 레인보우 브릿지가 3개로 늘어난 ‘장밋빛 일본’을 목격한다. 그러나 극 중에서 이대로 라면 미래는 없다 외치던 800조엔의 일본의 국가 부채는 10년이 흐른 지금 1085조엔으로 늘어났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스 - <나의 사랑 그리스>

제목만으로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영화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그리스의 사회상을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녹여냈다. 정치학도 다프네와 시리아 난민 청년 파리스,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위기를 맞은 지오르고와 그의 회사를 구조조정 하러 온 스웨덴인 엘리제, 그리스로 은퇴이민을 온 독일인 세바스찬과 팍팍한 삶에 지친 주부 마리아 이렇게 세 커플의 이야기를 <부메랑>, <로세프트 50mg>, <세컨드 찬스>라는 부제를 붙여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준다. 각 에피소드는 반(反)난민 극우단체, 해외자본에 의한 기업 해체, EU 내 경제불균형 등 심각한 문제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희비극이 교차하는 결말에 이르러 감독은 마리아의 입을 빌려 타인과 다른 세상에 대한 관심과 포용, 즉 ‘사랑’이 답이라 역설한다.  



홍콩 - <탈명금>

두기봉 감독의 2011년작 <탈명금>은 한문 제목을 그대로 풀면 ‘목숨을 빼앗는 돈’이라는 뜻이다. 영화는 의리에 죽고 사는 삼류건달 빠오와 실적 압박에 쫓기는 은행원 테레사, 새 집을 장만하려는 강력계 장반장과 코니 부부 등 평범한 개개인의 삶이 머나먼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어떻게 출렁이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리스 경제가 파산 위기에 놓이자 홍콩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주인공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놓인다. 우여곡절 끝에 세 주인공에게 해피엔딩이라 할 법한 결말이 찾아오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금융 자본에 있어 국경이 사라진 시대의 엄혹한 현실을 목도한 이상 횡재수로 얻은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이 마냥 해피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2018.10.2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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