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읽고
들어가는 글의 제목을 보면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야심이 넘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인간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이 책은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부분에서는 원자에 대해, 두 번째 부분에서는 지구와 우주에 대해 물리학과 화학의 관점에서 다룬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생명에 대해 화학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네 번째 부분은 과학자의 관점에서 본 인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 분량의 제약과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 등을 고려할 때 당연히 각각의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수준까지 다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략 어느 정도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에 대해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책을 써냈다는 점에서는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보였던 야심을 단순히 허풍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수능 때 과학탐구영역 시험을 보고 난 후 과학에서 손을 뗀 지 20년이 넘는 내 입장에서도 절반 이상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편이었다. 이전에 유시민이 쓴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일종의 교양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물론 물리학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유시민의 책에 비해서는 내용이 좀 더 전문적이다.
이런 책을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무리해서 핵심단어를 뽑아 본다면 ‘환원론’과 ‘창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환원론은 만물을 쪼개고 쪼개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부터 탐구하는 태도인데 이 책에서 저자가 기본적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원자로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방식이 정확히 환원론이다. 창발은 어떻게 보면 환원론과 반대되는 태도인데 층위가 바뀔 때마다 완전히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물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만나서 만들어지는데 물의 특성은 그 구성요소인 수소와 산소 원자의 특성과는 전혀 다르다. 이러한 창발을 강조함으로써 저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각각의 과학 분야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리학자인 저자에게는 하늘은 우주와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오기 때문에 여기에 인간을 더하여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 제목인데 이를 패러디하여 지은 제목인 것이다. 잘 지은 책 제목이지만 바람이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야심만만한 책 제목을 내용이 상당 부분 충족시키고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