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을 읽고
책의 제목이 정말 강렬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하여 하는 활동인 노동에 감히 ‘가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으니 말이다. 또한 나에게만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는 제목이기도 하다. 노동의 산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다를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사무직 노동자들은 적어도 한 번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가짜 노동이 나타나는 이유, 가짜 노동의 형태, 가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의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노동을 신성시하는 신앙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긴 노동시간을 가짜 노동을 하며 버텨야 하는데 텅 빈 노동은 보통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저자들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짜 노동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인상은 최소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고 고발하는 차원에서는 유용한 책이라는 점이었다. 지인에게 추천을 받았고 평소 관심사와도 연관성이 많았기 때문에 분명히 재미있게 읽은 책은 맞다. 그러나 해결방안 부분에서는 눈치 보지 말고 퇴근하라든지, 관리자들은 의미 없는 일을 시키기보다는 차라리 직원들을 놀게 하자든지 등의 다소 이상적인 또는 무책임한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고 악한지 여부를 떠나서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가짜 노동이 만연하게 된 데는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책에서 제시된 방안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삶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하는 활동인 노동의 의미와 내가 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가짜 노동의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가짜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kCwBLff0Fk&ab_channel=%EB%94%94%EA%B8%80%3ADiggle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