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well Jul 25. 2021

팟캐스트 겉핥기 4 - 기타

이 글에서는 앞서 다루었던 분야에 포함되지 않지만 꽤 자주 찾아들었던 팟캐스트를 두서없이 소개한다. 팟캐스트라는 점 외에는 프로그램의 특성, 웃음 포인트 등에서 전혀 공통점이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1. 탁PD의 여행 수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 이야기를 주로 하는 팟캐스트로, 처음 아이폰으로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을 때 원년멤버 중 하나다. 그때는 여행과 관련된 본 에피소드보다 'Deep入(딥입)하기'라는 코너에서 했던 유럽의 미니국가 특집을 재미있게 들었다. 본 에피소드는 각 국가를 여행한 여행자가 출연해서 여행기를 함께 풀어놓는 식으로 진행되고 'Deep入(딥입)하기'에서는 역사, 지리 등에서 얻은 소재를 여러 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미니국가 특집은 사실 본 에피소드로 들어갔어도 상관없었을 텐데 주제가 특이하다 보니 이 코너로 분류가 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지도 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바티칸, 모나코,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산마리노, 몰타, 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작은 국가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 특집에서는 13부에 걸쳐 이들 국가의 역사부터 여행 정보까지 총망라를 해 줘서 유난히 흥미롭게 들었다. 정보 전달 면에서도 훌륭하지만 '여행 수다'라는 제목에 맞게 중간에 개그 요소도 충실하게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였다. 미니국가 특집 이후로는 정기적으로 챙겨 듣지는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팟빵에만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오고 애플 팟캐스트 앱에는 업로드가 중지되었다.


2. 최동민의 '작가를 짓다'

EBS 라디오에서는 매일 '오디오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은 DJ 한두 명이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동안 진행을 하고 보통 요일마다 다른 코너가 있어 코너지기가 함께 나오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이 프로그램에는 진행자가 없다. 대신 짧게는 10~2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정도 분량의 작은 프로그램 여러 개가 오디오천국이라는 큰 천막 아래에 독립적으로 입주해서 매일 두 시간의 분량을 채우고 있다.


'작가를 짓다'는 오디오천국의 한 프로그램이다. 이 팟캐스트의 PD이자 진행자 중 한 명인 최동민 작가는 예전에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전설적인 팟캐스트를 제작했고, '작가를 짓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다른 진행자와 최동민 작가 모두 세상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데 웃기지는 않지만 묘하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다. 시즌 1에서는 유명한 문학 작가의 일생과 문학세계를, 그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조력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작가들의 인생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운데 거기에 지금까지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조력자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별다른 유머나 기교 없이도 내용이 풍성한 팟캐스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약 1년 가까이 계속되었던 시즌 1은 초창기 에피소드 몇 개 말고는 계속 챙겨 들었고, 팟캐스트에서 다룬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몇 권 읽어보기도 했다.


두어 달을 쉬고 돌아온 시즌 2에서는 범위가 예술가로 확장되었는데 석 달 만에 다시 중단이 되어 버렸다. 나도 시즌 2는 잘 듣지 않았는데 낯선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팟캐스트의 소소한 단점을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EBS 라디오 방송을 그대로 송출해서 그런지 녹음된 소리가 상당히 작은 데다 진행자들의 목소리까지 크지 않은 편이라,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볼륨을 최대로 올리지 않으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재미있게 들으면서 문학 작가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던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3. 한준희 소준일의 축구축구

이 팟캐스트 역시 EBS 오디오천국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2년 동안 140회 이상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역대 오디오천국 내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된다. EBS 오디오천국 제작진은 프로그램 이름을 지을 때 '축구축구'처럼 단순하게 소재를 두 번 반복하여 짓는 이상한 취향이 있다. 과거 프로그램 목록에서 '박재홍 임용수의 야구야구', '우지원 김승현의 농구농구', '윤덕원, 제경숙의 토닥토닥 육아육아', '박상미의 마음마음', '박광일 정명섭의 역사역사', '김주택 정태양의 오페라 오페라'까지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정도면 나름 콘셉트로 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한준희 해설위원의 해박한 축구 지식과 입담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팟캐스트는 인기가 없을 수가 없다. 시즌 1에서는 유럽, 남미 리그 주요 클럽의 역사를 설명했고 시즌 2는 유명 선수 또는 감독 간 비교 (예: 메시 vs 호날두, 펠레 vs 마라도나 등), 시즌 3은 주제별 Top 10 (예: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한 판 Top 10 등)을 소개했다. 듣다 보면 이야기가 20세기 초에서 최근까지를 망라하고 온갖 들어보지 못한 선수나 감독의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축구라는 거대한 산 앞에 겸손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듣기 좋은 팟캐스트라고 생각한다.     


4. 송은이 & 김숙 비밀보장

이것도 팟캐스트 입문 시 몇 번 들었던 팟캐스트다. 애플 팟캐스트 순위에서 꾸준히 3위 안에 들 정도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려온 팟캐스트다. 영혼의 콤비인 송은이와 김숙이 고민 상담을 해 주는 형식인데 들을 때 잔 재미는 있었지만 딱히 계속 듣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란 인간이 그렇게 취향이 독특한 편이 아닌데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 있지만 나에게는 끌리지 않는 것들이 가끔 나오는 걸 보면, 인간의 취향에는 참으로 다양한 층위가 있는 것 같다.


5. 배성재의 텐

매체의 특성상 팟캐스트는 라디오와 상당히 비슷한 면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이 애플 팟캐스트, 팟빵 등 팟캐스트 앱에 업로드되고 있고, 나의 팟캐스트 소개 글에도 라디오 프로그램이 자주 등장한다.


'오직 남자들을 위한 라디오'를 표방하는 '배성재의 텐'은 SBS 파워 FM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축구 중계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배성재 (전) 아나운서가 안정적인 진행실력과 적절한 드립력을 동시에 뽐낸다. 음악이 꽤 나오는 다른 라디오 방송과는 달리 이 프로그램은 배성재와 일별 코너지기의 사연 소개 및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프로그램을 자주 들은 것은 아니지만 한 번 호흡을 맞춘 코너지기와는 꽤 길게 인연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을 주 시청층으로 설정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비밀보장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매일 듣고 싶을 정도는 아니어서 가끔 심심할 때 찾아 듣는 정도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apps.apple.com/kr/app/%ED%8C%9F%EC%BA%90%EC%8A%A4%ED%8A%B8/id525463029


매거진의 이전글 팟캐스트 겉핥기 3 - 영화 및 과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