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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Jul 05. 2021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 안 하냐고요?

가끔 유튜브로 방송 클립 등을 보다 보면 요즘 직장인들은 당연히 주식은 물론이고 가상화폐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젊은 세대가 노동의 가치도 제대로 모르고 일확천금이나 노리고 있다'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의 위험 추구 성향이 중장년 세대보다 높았기 때문에 저 소리는 그냥 피라미드에도 새겨져 있다는 '요즘 젊은것들은 예절이 없어서...' 정도의 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재테크 수단을 떠나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는 시대에 청년 세대가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이전에 썼던 글(링크)에서 경제학 박사가 받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로 '재테크에 능하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집을 얻기 전까지는 전액을 은행 예금과 적금으로 운용했다. 나름대로는 조금이나마 높은 이자를 받아 보겠다고 저축은행에 예금을 예치했다가 부도가 나서 영업정지를 당해 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 예금보호 범위를 넘겨서 예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단 한 번도 투자하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 절세를 위해 개인형 IRP에 조금씩 자금을 납입하기 시작했고 그 자금을 국내 및 해외 ETF 상품에 간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재테크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후회나 자책을 해본 적은 없다. 그냥 나란 사람의 성향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믿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시 주식 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단타 투자의 경우에는 순간순간의 동물적인 판단력이 중요해 보이는데, 빠릿빠릿하지 못한 내가 과연 이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다. 최근에 AI와 개인 투자자가 주식 투자 대결을 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개인 투자자의 화려한 기술을 보고 나니 나는 절대 저 사람처럼 단타를 통해 돈을 벌지는 못하겠다는 확신이 더욱 굳어졌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저평가된 괜찮은 기업의 주식을 찾아 장기 투자를 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투자 전략이 있겠지만 내가 이 분야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단타 매매와 장기 투자 두 가지로 단순화시켜 이해하고 있다. 이 방법도 참 이상적이긴 한데 역시 실천에 옮겨보지는 못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고(이건 전적으로 내 게으름과 무관심 탓이다.), 괜찮은 기업을 골라서 장기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매일 변동하는 주가를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게 될 나 자신의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IRP를 통한 간접적인 투자의 경우는 만 55세 이전에 인출을 하면 연말정산을 통해 공제받은 금액을 고스란히 토해 내야 하기 때문에 반쯤은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주식에 손대 보지 않았는데도 용기를 내어 자금을 불입하기 시작했고, 자금 납입 후에도 걱정과는 달리 매일 주가지수의 흐름에 신경 쓰며 기분이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내가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를 해서 언제든지 투자한 자금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인출할 자유가 있다면 이렇게 아무 신경 안 쓰고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나란 인간은 걱정도 많고 원금을 잃는 것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한두 번씩은 오르내리는 주가에 휘둘리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은 하루에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최대 폭이 정해져 있기라도 하지만 코인 등 다른 위험자산은 그런 제한폭도 아예 없다. 그 얘기는 만약 내가 코인에 투자를 했다면 아마 나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시장에는 날고 기는 고수들이 많고 일상생활과 위험자산 투자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이 글에서 나의 미천한 투자 일대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인식함과 동시에, 분명 나 혼자만 위험자산 앞에서 새가슴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의력도 한정된 자원이다. 고수들은 이 주의력을 적절히 분산하여 사용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유형의 사람은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면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주식, 코인 투자를 하시려는 분들은 높은 수익률만 보고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마시고 본인은 요동치는 시장에서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한다.


* 표지 사진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4217.html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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