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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Oct 22. 2021

뉴스 다이어트하는 중입니다.

작년에 밀리의 서재에서 『뉴스 다이어트』라는 제목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인 롤프 도벨리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뉴스는 당신에게 해롭다'라는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칼럼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결국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뉴스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끊고 살아도 크게 지장이 없으며, 정 뉴스를 봐야겠으면 실시간으로 속보를 확인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분석이 들어가 있는 주간지의 기사를 읽으라는 조언을 담고 있다. 사실 책이 주는 메시지가 책 제목에 이미 드러나 있고 책 내용은 똑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책의 문제의식에 상당 부분 공감했기 때문에 작년에 읽었던 책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직후에는 내가 뉴스를 아예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를 위해, 그리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뉴스를 보지는 않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상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뉴스 다이어트까지는 아니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지 않는 습관을 이미 2년 정도 들여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영국 유학을 2014년 여름에 나갔는데 영국에 있을 때도 유학 이전처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뉴스를 댓글까지 꼼꼼히 챙겨 봤다. 공부하는 중간중간 자투리로 남는 시간을 한국 뉴스를 보는 데 써버렸던 것인데, 아마 몸은 외국에 있었지만 한국이 그리웠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계속했던 것 같다. 


아내와 10개월 된 아이를 런던으로 데리고 왔던 2018년 여름, 저녁때 집에서 애를 보면서도 쓸데없이 뉴스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부터 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 왔던 차에, 아이랑 놀아주기에도 모자란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포털 사이트의 기사를 보는 것을 멈추고 언론사 앱을 하나 깔아서 거기 있는 뉴스만 보자고 결심했다. 개별 언론사는 보통 포털 사이트처럼 뉴스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할 환경이 안 되고, 언론사 앱의 뉴스 기사에는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기 때문에 기사와 댓글 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중간에 몇 번 앱을 갈아타기는 했지만 이러한 습관을 2년 정도 잘 유지해 오고 있었고, 뉴스 보는 시간을 이전에 비해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올해 초 정도부터 뉴스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되었다. 업무를 하다 보니 한정된 주의력이 쉽게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주의를 기울일 대상을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스럽게 작년에 읽었던 이 책을 떠올리고 뉴스를 한 번 끊어보기로 결심했다. 스마트폰에서 언론사 앱을 삭제했고, 회사 직원 시스템에서도 실시간 뉴스 확인 창을 보이지 않게 설정했다. 책에서 권한대로 주간지 한 곳의 웹사이트에 가끔 들어가서 기사를 읽긴 하는데, 이 주간지는 1~2주 전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올리기 때문에 속보를 접할 일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8월부터 하던 업무가 바뀌었는데 새로운 업무는 계속 기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회사 인트라넷에 올라오는 스크랩 자료를 훑으면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내용만 대충 확인하고 있어서 완전한 뉴스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도 몇 개월 뉴스를 거의 끊어봤더니 신경 쓸 일이 줄어들게 되어 좋았다. 뉴스에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사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뉴스를 접하게 되면 나처럼 무덤덤한 편인 사람도 은연중에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뉴스를 다 끊고 사니 이러한 이야기를 전혀 접하지 않게 되면서 평화로운 정신상태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이렇게 뉴스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도 재난지원금 신청 등 실제 내 인생과 관련된 중요한 일은 『뉴스 다이어트』 책에 나오는 대로 주변에서 알아서 얘기해 주거나 다른 경로로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실감했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회사 상급자들과 식사를 하거나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할 때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친한 동기나 후배들을 만난다면 화제를 쉽게 다른 쪽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상급자들은 그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실 그럴 때도 ('평소 뉴스도 안 보고 뭐해?'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겠지만) 그냥 이야기 들으면서 맞장구만 쳐 주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니긴 하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매일 신문 기사를 조금씩 보고 있긴 하지만 뉴스 다이어트 상태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 뉴스를 끊음으로써 조금이나마 더 단순한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now.rememberapp.co.kr/2020/02/22/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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