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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Apr 24. 2020

암세포도 생명이다? 지랄도 풍년이다!

암에 걸리면 발열, 염증반응, 림프절이 붓는 등 면역계가 침입자와 싸울 때 생기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암은 면역계를 피해 수년간 세력을 키우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면역계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몸속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적을 찾아 없애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면역세포는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며 침입자를 찾아내고 없애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면역계 덕분에 우리는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쉬기만 해도 회복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런데 일부 세포는 소멸하지 않고 끝없이 분열한다. 이는 세포의 돌연변이 현상이다. 세포가 죽지 않고 끝없이 증식되는 건 병이다. 이 병을 암이라고 한다.  암세포는 우리 몸에 있어서는 안 될 세포지만, 면역계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암은 특이하다. 


현재 암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수술, 방사선 요법 그리고 화학 요법이 있다. 그러나 잘라내고, 태우고, 중독시키는 방법으로 모든 암환자를 낫게 할 수는 없다. 설령 완치가 되더라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암이 방사선, 화학요법을 견뎌내고 되살아나는 능력은 이미 입증되었다. 몇 개의 암세포만 살아남아도 다시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 목숨을 위협한다. 


의학의 역사 속에서 드물지만 암이 저절로 완치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발견된다. 과거에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면역계가 암세포를 죽이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면역계가 암세포를 죽이는 게 왜 기적 같은 일이 됐냐면, 암세포는 면역계를 속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T세포(면역세포)를 설득한다. ‘나를 공격하지 마. 나를 죽이지 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악수는 살해 T세포와 정상적인 세포 사이에서만 일어난다. 그러나 암세포는 일종의 속임수를 동원하여 T세포와 악수를 나누고 공격을 피하는 것이다.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中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면역 항암요법이라고 한다. 면역 항암요법의 핵심은 면역계가 암세포를 적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면역 항암요법의 시작은 18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당시 과학으로는 복잡한 면역계의 비밀을 풀 수 없었고, 면역체계를 암 치료에 이용한다는 것은 헛소리로 치부됐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일부 면역계의 비밀이 밝혀졌고, 면역체계를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면역 항암요법은 혁신적인 암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면역계에는 안전장치가 있다. 멀쩡한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브레이크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암세포는 면역계를 속여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건다. 면역 항암요법은 암세포가 걸어놓은 브레이크를 푼다. 브레이크가 풀린 면역계는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한다. 



면역계가 특별히 예민하지 않고, 종양 또한 뚜렷한 돌연변이를 지나고 있어 면역계의 눈에 잘 띄는 환자에게서 CTLA -4를 차단하면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말기 암조차 씻은 듯 사라지고, 재발하지 않았다.《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中





면역항암제는 암 치료의 혁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모든 암에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면역 항암제로 치료 가능한 암이라도, 모든 사람이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면역계가 폭주하는 부작용만 겪다가 죽을 수도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부작용 없이 쓸 수 있을 만큼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고, 더 많은 암 종류를 치료할 수 있을 만큼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저렴해져야 한다. 


현재 면역항암제를 4차례 투여받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억 5천만 원이다. 암에 걸릴 확률은 누구나 비슷한데, 경제력이 치료의 기준이 된다면 그 어떤 치료법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인류는 퇴보할 것이다. 



2010년 이후 FDA 승인을 받은 210종의 신약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개발 과정에서 미 국립 보건원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1천억 달러에 이르는 그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것이다. 그러니 혁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中





찰스 그레이버의 책 암 치료의 혁신 면역 항암제가 온다를 읽으면, 3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면역항암제의 전반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암, 면역, 항암제 어려운 주제를 쉽게 잘 썼다.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힌다. 암 투병 중이거나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올바른 정보에는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 좋은 책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이때 필요한 대가는 돈이 아닌 시간과 관심이다. 


잘못된 정보는 암환자의 공포심을 유발한다. 공포심을 유발해 돈을 갈취하려는 속셈이다. 암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갑을 연다. 이는 환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오직 희망과 올바른 정보만이 환자를 살리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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