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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ul 18. 2020

나의 중국어 도전기

요즘 중국어 공부에 빠져있다. 시험이나 취업목적이 아닌 취미로 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면 집중력과 창의력 그리고 순발력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자를 외우다 보면 암기력과 어휘력에도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외국어 배우기는 머리가 좋아지는 취미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지 정작 나 자신이 외국어를 배울 생각은 안 했다. 어쩌면 한국어가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닐까?라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한국어란다. 다른 사람이 이뤄낸 성과를 쉽게만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부러워만 할게 아니라 내가 외국어 능력자가 되어보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다. 처음에는 쉐도잉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중국어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나에게 쉐도잉의 벽은 너무 높았다.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따라 할 수 조차 없었다. 


이러다가는 며칠 안 가 흥미를 잃을게 뻔했다. 그래서 중국어 초급 교재를 하나 장만했다. 한 권을 다 뗀 후 넷플릭스를 활용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초급 교재 한 권 땠다고 중간중간 들리는 단어가 있었다. 실제상황에서 mp3에 녹음된 발음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기초를 다지려면 초급 교재 한 권쯤은 공부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중국어 쉐도잉을 시작하는 건 알파벳도 모르면서 영어 쉐도잉 하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넷플릭스로 외국어 공부를 하려면 크롬 브라우저가 필요하다. 크롬에 NflxMultiSubs, Language Learning with Netflix라는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이중 자막과 구간 재생 그리고 스크립트를 사용할 수 있다.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면 다음 단계는 작품 선정이다. 외국어 공부를 하려면 재미있으면서, 최근에 제작됐고,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가 좋다. 넷플릭스에 있는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중 쉐도잉을 할 작품을 찾아야 한다. 영어 쉐도잉의 경우 ‘프렌즈’라는 강자가 있지만, 중국어 쉐도잉은 뭘 골라야 할지 막막했다. 


치아문난난적소시광이라는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2019년에 중국 텐센트 TV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장르는 로맨스다. 대학 졸업을 앞둔 여주인공 쓰투모와 머리 천재이자 얼굴 천재인 남주인공 구웨이이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1만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했는지가 중요하다. 집중의 다른 말은 의식적 연습이다. 1만 시간은 일종의 상징이다. 시간만 채운다고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쉐도잉도 마찬가지다. 의식적 연습이 없다면 드라마를 아무리 많이 봐도 외국어 실력은 늘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상태가 되면, 정신은 어느새 먼 산을 헤매고 머지않아 연습에서 얻는 이득 역시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실력 향상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무심하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신이 산만하거나 편안하게 즐긴다는 마음으로는 실력을 향상하기 힘들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집중해야 한다.  -  1만 시간의 재발견 中


중국어 공부를 할 땐 25분 동안 집중하고 5분간 휴식하는 포모도로 기법을 이용한다. 25분간 최대로 집중하고 5분 동안은 눈을 감고 쉬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멍 때리거나 하는 식으로 휴식한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을 3~4회 반복한다. 


25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시도해 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만지며 보내는 25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을 4번 제대로 반복하면 진이 빠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몸으로 알게 된다. 




NflxMultiSubs와 Language Learning with Netflix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대본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본이 있어도 읽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대본을 읽기 위해 병음을 달았다.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표시한 것이 병음이다. 


중국어 공부를 할 때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를 함께 사용한다. 병음을 달기는 구글 번역기가 좋다. 스크립트를 복사해서 구글 번역기에 붙여 넣기 하는 방법으로 병음을 달았다. 파파고는 네이버 사전과 연동할 수 있어서 단어 공부하기에 좋다.  





외국에 공부할 때 번역기를 사용하면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번역기를 통해 내가 잘 듣고 있는지, 내 발음이 괜찮은지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다. 의식적 노력을 할 때 피드백은 빠져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영어처럼 중국어 소리를 구분하는 기준값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 학원 다닐 형편은 안되기에 파파고를 선생님 삼아 발음 연습을 했다. 정확한 발음을 듣고 충분히 따라 한다. 그리고 넷플릭스로 돌아가 원어민의 발음을 듣는다. 넷플릭스와 파파고를 반복해 가며 같은 문장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드라마 속 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원어민의 음성을 무작정 듣는 것은 시간 투입 대비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접근방법이다. 우리의 귀와 두뇌에 영어 소리를 구분하는 기준값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한국어와 영어의 소리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교사 혹은 교재가 필요한 것이다.  - 완벽한 공부법 中








중국어 공부에는 낭독이 효과적이다. 대본을 소리 내 읽다 보면 내가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음을 보고 대본을 낭독한다. 그 후, 병음이 없는 대본을 보고 낭독한다. 읽히지 않는 부분과 모르는 단어를 체크한다. 체크한 곳을 중점으로 다시 병음 달린 대본을 읽는다. 모르는 단어는 따로 정리한다. 



영상에서 특히 따라 하기 어렵거나 말하기 어색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를 발견할 때면 성대모사하듯 수십 번 수백 번 따라 해 보자. 원리를 파고들어 공부하기보다, 소리의 흐름 자체에 집중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 방법이다. 그렇게 연습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다음에 비슷하거나 동일한 구조를 말할 때에는 지연스럽게 유사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수십수백 번의 연습으로 발성기관이 변화한다면, 머리로 생각한 것보다 더욱 확실하게 달라진 발음을 지속할 수 있다.  - 완벽한 공부법 中


넷플릭스를 보면서 대사를 따라 한다. 잘 들리지 않으면 파파고를 따라 한다. 문장을 외울 때까지 반복한다. 그리고 다시 넷플릭스 발음을 들어본다. 그리고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 본다. 


아직은 귀가 트이진 않아 알아듣는 말보다 못 알아듣는 말이 훨씬 많다. 그러나 점점 알아듣는 말이 많아지고 발음 따라 하기가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대로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이 오면 귀가 트일 거란 믿음이 생겼다.





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영어로도 꿈을 꾼다고 한다. 긴가민가 하면서도 정말로 영어로 꿈을 꾸는 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러다 오늘 새벽에 중국어로 꿈을 꿨다.  물론 외국어로 꿈을 꾼다고 외국어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외국어로 꿈을 꿨다는 건, 뇌의 배선이 외국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 


뇌 부의를 연결하는 뉴런의 강화를 통해 우리의 뇌는 계속 발달한다. 과거에는 전화선을 사용하는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속도는 느리고 가격은 비쌌다. 그러다 ADSL이라는 초고속 인터넷 망이 보급됐다. ADSL도 옛날 얘기다. 우리는 5G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어 배우기, 독서, 글쓰기, 운동, 악기 다루기는 뇌를 발달시킨다. 뇌의 연결망을 모뎀에서 5G로 바꾸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계속 머리를 쓰는 것.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일하고, 놀고, 살아가는 환경이 끊임없이 바뀌는 그런 세상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자신이 스스로의 발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  1만 시간의 재발견 中




꿈에는 지름길이 없다.
한걸음이라도 매일 걷는 것이 꿈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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