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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ul 13. 2020

복잡계에 관한 보편 법칙

복잡계를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이 있을까?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요소들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활동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현상들의 집합체다.  예측 불가능은 복잡계의 특징이다. 


사람은 59가지 원소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산소는 61%로 몸을 구성하는 원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산소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사람을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없듯 복잡계의 구성요소를 이해한다고 복잡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구성요소들의 특징을 단순히 더한 것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게 되는 현상을 창발적 행동이라고 한다. 창발적 행동은 경제, 금융 시장, 도시 사회, 기업, 생물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생물, 도시, 기업은 복잡계다.





복잡계 연구의 대부 제프리 웨스트는 복잡계를 상세히 예측하기란 대개 불가능 하지만, 복잡계의 평균적인 두드러진 특징들을 대강 정량적으로 기술하는 일은 때때로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개인의 사망시점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인간의 수명이 100년 안팎에 놓일 것이라고는 예측할 수 있다. 복잡계를 물리적이고 수학적인 패턴으로 정량화 한 법칙을 스케일링 법칙이라고 한다. 


스케일링 법칙은 한 마디로 규모의 경제다. 체중이 2배로 늘어나면 먹는 양도 2배로 늘어날까? 아니다. 체중이 2배로 늘어날 때 필요한 열량은 1.75배다. 햄스터부터 대왕고래에 이르기까지, 포유동물의 평생 심장 박동수는 약 15억 번으로 크기와 상관없이 비슷하다. 


그런데 햄스터는 몇 년밖에 못 사는 반면 대왕고래의 수명은 100년쯤 된다. 평생 심장박동수는 비슷한데 수명이 차이 나는 이유는 몸집이 2배로 커질 때마다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는 약 25%씩 절약되기 때문이다. 생물이 커질수록 조직 1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 하나가 1초당 생산하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규모가 커질수록 1인당 필요한 도로와 전선은 더 적어진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더 적은 기반시설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은 더욱 증가한다. 아이디어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부는 더 많은 부를 창조한다. 동시에 질병과 범죄율 또한 도시 규모에 따라 증가한다. 







생물이 살아있기 위해 1초당 필요로 하는 에너지 양을 대사율이라고 한다. 우리는 음식에서 얻은 칼로리를 에너지로 변환해 생명을 유지한다. 그런데 에너지를 만들 때 쓸모없는 부산물도 함께 생성된다.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근본 법칙이다. 노화가 시작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탄생, 성장, 노화, 죽음의 과정은 도시와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열역학 제2법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붕괴에 이르기 전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청동기를 거쳐 철기 시대로 발전.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 컴퓨터의 발명 등이 패러다임 전환의 예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변화와 혁신은 어려워진다. 혁신적인 스타트업 회사도 규모가 커지면 관료적이고 행정적인 조직으로 굳어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도시는 크기가 커질수록 다양성이 증가한다. 커질수록 다양성이 감소하는 기업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인간이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죽는다.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은 복잡계 세상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생물, 도시, 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아주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작년에 읽다가 포기한 책이기도 하다. 책장에서 꺼내 다시 한번 도전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는 차고 넘친다. 스케일은 의사결정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동네에 터를 잡을지, 어떤 주식을 살지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세상은 복잡계다. 인생에 펼쳐 치는 수많은 선택지가 초래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좋은 의사결정은 좋은 인생으로 연결된다. 패턴 찾기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도 공식을 알면 풀 수 있는 것처럼, 패턴 찾기는 좋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패턴이 없는데 패턴을 찾는 우를 범한다. 로또 번호나 주가를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턴이 없는데 패턴을 찾는 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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