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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30. 2020

본질에 집중하는 힘은 포기에서 나온다.

코코는 자신의 임무를 집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것이라 여기는 것 같다. 이는 개의 DNA 속에 저장된 본능이기도 하다. 


아내가 집에 없을 때, 코코는 대부분의 시간을 문 앞에서 보낸다. 내가 없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처음에는 단지 아내를(또는 나를) 기다리기 위함인 줄 알았는데 우리 부부가 함께 있을 때도 코코는 자주 문 앞에 있는다. 딱히 누굴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외부와 연결된 길목에서 집을 지키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마치 삼국지 속 장비가 장판교를 지키듯 코코는 우리 집을 지킨다. 밖에서 수상한 소리라도 나면 으르렁 거리다가 큰 소리로 짖는다. 코코는 몸집에 비해 가슴통이 큰데 개들이 원래 그런지 푸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몸에 비해 큰 가슴통으로 인해 짖는 소리가 크다. 가끔씩은 집이 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짖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금방 조용해진다. 3년 가까이 코코를 키우며 시끄럽다는 민원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집을 지키는 것과 더불어 코코는 우리 부부를 지킨다. 집안일을 하려고 하면 코코는 시종일관 따라다니며 참견을 하는가 하면 밖에서 돌아오면 한참 동안 냄새를 맡는데, 별일 없이 잘 다녀왔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아내의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코코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한 친구는 아내를 때리는 척했다. 그 모습을 본 코코는 사납게 짖기 시작했고 친구는 졸아서 장난을 멈췄고 나는 내심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코코의 최우선 순위는 집과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그 외에 활동들(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공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은 그다음이다. 잠을 자다가도 밖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리면 어느새 일어나서 짖을 준비를 한다. 산책을 하다가도 수상한 사람이 접근하면 경계를 한다. 대체로 개들은 모자를 쓰거나 얼굴을 가린 사람을 경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근무 중 이상 무 




가장 중요한 일들을 선별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에센셜 리스트(Essentialist)라고 한다. 제대로 된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에센셜 리스트의 모토다. 에센셜 리스트가 되면 몇 가지 중요한 일만을 선정해 적게 일하면서도 높은 성과는 물론 타인으로부터도 인정받는 삶을 살게 된다. 


에센셜 리스트는 정해진 방식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옳은 방식을 설계하며 살아간다. 에센셜 리스트는 외부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빠르게 진척시키기 위해 주변 장애물을 제거한다 - <에센셜리즘> 中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는 에센셜 리스트였다. 그는 과거 알렉산더 대왕처럼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콘스탄티노플 점령에 나선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은 공략이 불가능한 요새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곳을 정복하지 못하면 영토 확장을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콘스탄티노플 정복은 추후 1,000가지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단 하나의 결정이었던 것이다. 



본질에 집중하는 에센셜리즘은 각자의 상황, 환경, 가치관, 역량,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방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각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코코는 집을 지키는 것이, 메흐메트 2세는 영토확장이 에센셜리즘이다. 


하버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매사추세츠 최대 자산운영 편드에서 일하고 있는 스펜서 글렌던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생동안 내 몸과 타협을 했다. 그것이 내게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간 이식 후 면역억제 요법을 받아야 했던 스펜서에겐 면역체계가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다른 사람은 콧물 정도로 끝날 감기가 스펜서에겐 일주일을 않아 누워야 할 병이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스펜서는 하루에 한 가지만 완수하는데 집중하기로 한다. 언 듯 생각하기에 하루에 한 가지만 완수하는 것으론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만약에 하루에 한 가지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를 이룬 하루가 쌓인다면  스펜서와 같은 엄청난 성과를 이룩할 있게 된다. 


어느 올림픽 대표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기회비용이다. 남는 시간에 하이킹을 하지 않고 영화를 보로 간다면 기회비용은 무엇인가? 하이킹을 하는 대신에 영화를 보는 것이 내 패들링 실력에 도움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 잘 판단해야 할 문제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中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한 시간 동안 유튜브를 본다면 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선택에는 기회비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시간에게 통제당할 것인지, 시간을 통제할 것인지는 무엇을 포기하느냐에 달려있다. 


2020년 나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나만의 에센셜리즘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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