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신이 났다.
그동안 코로나로 같은 반 친구들이 A반과 B반으로 나뉘어 일주일에 한 번씩 등교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한 반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등교하기 때문이다. A반에는 주로 남학생들이 몰려 있었고 B반에는 차분한 여학생들이 많았다. 어쩌다 이름 때문에 한 끗 차로 B반으로 간 아이는 (물론 마스크만 쓴 채로 아무 말도 못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있는 A반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방학 이후에는 드디어 한 반으로 합쳐져서 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기가 무섭게 확진자가 늘었고 결국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일주일에 한 번 등교 그것도 잠시.
방금 받은 메시지에 의하면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하여 한시적으로 전원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었다.
친한 동생의 톡이 왔다.
"언니, 운동장 봤어요? 풀이 다 났더라고요."
"세상에나!"
"아휴. 애들이 얼마나 안 놀았으면... 제 맘이 다 그렇더라고요."
며칠 전 사막에 풀이 자라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그 메마른 모래 위에 풀이라니.
오늘 슈퍼에 가다가 담장 너머로 보이는 학교 운동장은 정말로 잡초 같은 풀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의 학교 운동장 전경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저 메마른 운동장에 있는 잡초를 보며 꿈같은 이런 상황이 갑자기 현실로 느껴졌던 것 같다.
현실 자각 타임...
작년과는 다른 세상이 현실이고
내년 말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빌 게이츠 말은 희망사항이다.
병설유치원 모래놀이터 또한 잡초가 무성하다
올해 휴직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나름 씩씩하게 생활했지만 점점 더 지쳐가고 있었다.
동네에 확진자가 없을 땐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과 놀이터도 가고 산책을 하기도 하면서 견디고 있었다.
8월.
확진자가 줄고 고만고만하길래 드디어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심하게 생활하면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중에 제일 최악이 되어버리다니!
매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허무하고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현실을 알려주던 저 풀떼기 잡초를 보고 있자니
수능 공부했던 시 구절이 생각나 찾아보았다.
......
밟아도 밟아도
다시 고개 드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 강한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잡초
그 잡초처럼 살리라
포기란 말은 생각도 말자
넘어지면 또 일어서는
오뚝이
오뚝이처럼 살아가리라.
ㅡ이문조의 '잡초처럼 살리라' 中에서ㅡ
그러게.
바로 저 구절!
그래. 나도 너처럼 이 상황이 끝날 때까지 마음 단단히 잡고 살아가련다.
이렇게 한번 더 구겨진 마음을 세탁소 다리미처럼 완벽하게는 못 펴도 스팀다리미로 천천히 펴 본다.
*에필로그*
언젠가 이 상황이 끝날 때쯤의 갈대숲 같은 운동장을 상상하며.
저거 뽑느라고 힘들겠다.
하지만 기쁘게 뽑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