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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진짜요 Jan 27. 2023

어느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라는 책제목의 상황이 나에게도 일어날 줄이야

1차 실무진 면접을 통과한 뒤 대표님과의 최종 면접에서의 일이었다. 


“세은 님은 입사하게 되면 회사 홍보 업무를 절반 맡게 되실 겁니다. 괜찮은가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내게 홍보 경력이 있다지만, 내가 주로 해온 건 기자들을 상대하는 언론홍보였다. 내가 지원한 회사는 마케팅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덕션이다. 타 회사의 콘텐츠 제작을 대행하는 에이전시에서 왜 언론홍보를 필요로 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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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설명은 이러했다. 회사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아직 회사 인지도는 낮단다. 회사 인지도가 낮더라도 고정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클라이언트가 있어서 사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내부 직원들의 마음가짐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면서 꽤 괜찮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으니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네이버나 구글에 회사명을 검색해도 제대로 된 글이나 기사 하나 나오는 게 없으니 맞는 말이다. 


더 시급한 건 채용 문제였다. 포털 검색 결과는 둘째 치고라도 회사 웹사이트나 SNS 하나 제대로 운영 중인 게 없으니 좋은 인재가 잘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또한 맞는 말이다. 나도 지원하고 면접 보러 가기 직전까지 ‘이 회사, 정말 지원해도 괜찮은 회사가 맞는 거겠지’ 반신반의했으니까. 


오케이. 그럼 여기까진 이해 완료. 

그런데 나는 언론홍보를 해온 사람이다.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보도자료나 기획자료를 쓰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슈가 터지면 읍소하고 읍소하고 읍읍… 아무튼 대표님이 생각하는 홍보, 사실상 브랜딩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대표님이 재차 물어온다. 

"가능할까요?"


머릿속 우려를 뒤로 한 채 내 입에서는 우렁찬 한 마디가 먼저 튀어나갔다. 

“네! 물론입니다”


며칠 뒤 인사팀을 통해 받은 합격 통보.

그렇게 나는 얼렁뚱땅 브랜딩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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