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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27. 2020

소아비만... 고민됩니다....

아이를 위하는 걸까? 애 잡는 걸까?

Q. 소아 비만... 고민됩니다. 


12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지금 아이의 식욕이 너무너무 과해서 심각합니다(먹을 거에 너무 집착을 합니다). 저희 아이는 소아정신과에서 ADHD 약을 처방해서 복용 중입니다. 발달장애도 있고요.

6살 정도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요. 아이가 7살 때까지는 정말 뼈만 앙상할 정도로 말랐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50킬로 정도로 살이 쪘습니다. 키는 안 크고... 살만 찌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후에 식욕이 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주체할 수 없이 먹어요.. 그만 먹자고 하면 난리가 납니다.


아이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콘서타 OROS서방정, 레피로 정, 리스펜 정, 인데놀정 


혹시 위의 약 중에서 식욕을 늘리는 약이 있을까요?


의사는 집중력 약으로 식욕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전혀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요. ADHD 약을 먹으면 아이들이 식욕이 준다고들 하는데.. 저희 아이는 왜 먹는 거에 이렇게 집착을 하는 걸까요? 냉장고 문만 열면 달려가서 먹는 거 확인하고 집어먹고...너무 힘듭니다.. 밥 먹고 데리고 나가서 운동을 해도 살은 빠질 생각을 전혀 안 하네요.. 병원 가서 식욕억제제나,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여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아이의 식욕은 약물로 인해서 촉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먹여왔다면... 받아들이기는 어려우시겠지만 그렇게 긍정적인 내용을 기대할 수는 없지 싶습니다. 그리고 adhd약이 식욕억제제의 역할을 해준다고는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애더럴을 다이어트 약으로 쓰죠. 식욕 떨어지는 게 부작용이거든요. 애더럴은 암페타민이고 마약입니다. 국내에서는 금지된 약물이죠.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에게서 이런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아이가 잘 되게 하기 위해서 통제하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엄마가 애가 adhd라고 정신과 가서 약을 처방받아서 먹입니다. 그랬던 이유는 약을 복용하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 같아서였다고 합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의사도 좀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게 맞겠죠. 치료에 대해서 보호자를 부추길 수 있으면 지갑에서 돈은 나오니까요. 약 파는 겁니다.


그 아이에게 엄마가 억지로 약을 먹였는데 나중에는 엄마가 억지로 약을 끊습니다. 약물 용량이 너무 높아져서 엄마 보기에 애가 죽을 것 같이 느껴졌거든요. 애 공부시킨다고 약을 먹였는데 애를 잡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무서웠답니다. 그래서 약을 끊었어요. 그때 아이가 고3이었는데 수학과 같은 이해 과목은 괜찮았는데 암기과목이 안 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약발 먹여 키웠는데 이제 약발 떨어졌으니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정신과 약물은 충동력에 개입을 합니다. 지금 먹는 약물 중에서 콘서타랑 인데놀은 각각 집중력과 떨리지 않는 약인데 그것들이 충동에 관여합니다. 즉. 행동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만큼 신체에 부담을 주겠죠? 그런데 어린아이의 신체가 그것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약물로 촉발된 충동 제어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자녀의 혈압 등이 또래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 약이 처방되어 있는 이유를 거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신체상태가 그렇게 바뀌어간다면 자기도 모르는 행동들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때문에 리스페리돈과 같은 약물을 처방했던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치료를 좀 바꿔보세요. 아이가 활동할 수 있고 약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요.


아직은 어려서 티가 잘 안 날 수도 있습니다. 약물로 인해서 충동에 특수 성격이 부여되면 그때는 중독상태로 빠지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런 연구도 있습니다. 어린아이 시절부터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 나중에 파국화되는 삶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추적 조사가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애도 어릴 때부터 먹어왔는데 고3이라는 결정적인 시기에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정신의학에서 정신질환을 규정하는 큰 틀 중 하나가 '인생의 파국화'거든요. 인생 망했다는 말입니다.


우선은 아이의 건강검진을 다시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폐라고 해도 언어가 뚫린다면 회복 가능성이 있으니 비약물 치료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치료사가 약이랑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거긴 패스하세요. 상담효과가 아무리 잘 나타난다고 해도 약이 들어가면서 원상태로 되돌아가버립니다. 즉, 약발로 언어가 뚫리는 게 아닙니다. 아이와 소통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게 더 좋습니다.


어머니들이 자녀 문제에 대해서 낫게 해주고 싶다고 이런 약 저런 약 쓰면서 조절하려고 하는 태도는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약을 쓰다가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망가집니다. 정신구조죠. 정신은 자연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정신의 인위적 개입에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묻습니다. 그리고 그 개입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을 견디게 만듭니다.

 

추가 답변


 어린아이가 자폐라고 하면 말도 잘 못하고 그래서 부모님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런데 자폐라고 해도 언어 부분이 뚫려야 대화가 되고 치료의 단서를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도 어릴 때 말은 잘 못했다고 하죠.

  

그런데 어린아이들에게 약 처방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콘서타나 인데놀 같은 각성제 계열도 있지만 리스페달과 같은 억제제가 포함이 된다면 중독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콘서타에 있는 메틸 페니 데이트의 각성효과로 식욕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디에타민(펜터민)과 비슷한 효과를 내죠. 그런데 이것이 정신작용에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독 상태로 빠져들어갈 때, 문제는 훨씬 심각해지기도 하고요. 


콘서타나 페니드 중독으로 일상생활이 완전히 망가진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약 안 먹으면 공부도 안되고 살아있다는 기분도 안 드니까 괴롭기만 하죠. 약을 더 먹으면 잠시 괜찮은데 반감기는 갈수록 짧아집니다. 약물이 정신작용에 개입하면서 정신 장치들이 더 강하게 자아를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부작용으로 등장하는 것들이 자아의 자가 치유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죠.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방에서 끙끙 앓기만 한다거나 혹은 불법적으로 약을 구해서 먹고 잠시 괜찮아졌다가 돈 떨어지면 다시 끙끙 앓기도 할 것이고요. 그 고통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사례로 들었던 청소년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약을 먹었습니다. 저도 그 엄마를 알고 있으니까 아직 어린데 약 쓰는 건 좀 자제하라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런데 약을 먹으면 책상에 앉아있으니까 먹였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이런 태도를 보일 때, 아이를 위한 사랑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태도를 딱히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게다가 억제제 계열들의 작용으로 낮아진 신체 효율로 운동해도 효과가 그렇게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약물로 인해서 떨어진 자아 효율을 수치로 계산한다면 원래는 10이라는 힘으로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약물을 복용하고 자아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운동하는데 10 이상의 힘을 요구하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같은 활동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가 않죠.


제 임상에서도 약 끊고 30킬로 넘게 감량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나이 어린 여자애가 정신과 약 이만큼 먹고 살 이~렇게 쪄서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할 정도였는데, 그살 빼고 나니까 예뻐졌죠.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해도 자아 효율이 유지가 된다면 살은 어느 정도 빠집니다. 일하면서 살이 빠지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그 효율을 강제로 떨어뜨린다면 일상생활을 하거나 따로 운동을 한다 해도 살이 빠지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자아 효율 문제는 그렇게 등장합니다.


사례 속의 아이도 평범하게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 있다면 살이 그렇게 까지 지진 않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만큼 떨어진 효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약물로 인해서 정신구조에 문제가 생겼다면 사후 효과의 방식으로 나중에 효과가 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시기는 대부분 잠복기 말기에서 사춘기 초기입니다. 신경증 발병의 가장 애매한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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