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가 왜 등장할까?
사람들은 마음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때도 쓰는 말이고 상처 받기 쉽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매우 다양하게 쓰는 말이죠. 문학에서는 이런 표현도 합니다.
상처 받은 아기 새와 같은 마음
야생에서 새와 같은 동물들은 상처를 받으면 곧 죽습니다. 상처 받은 아기새라는 표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죠. 그런데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연약할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방어기제'란 마음을 자체적으로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생각은 조금 힘들 수가 있습니다. 다만 마음을 작동시키는 시스템은 결코 연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마음이 약해지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쇠약해지고 상황에 대해서 무력할 때, 주변 자극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조금의 곤란함은 별 신경도 안 쓰고 넘어가기도 하죠. 인간의 삶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져도 경험을 통해서 좀 더 튼튼해지고 조금 더 무디어져 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서 얻어가는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 그 자극의 강도가 약해진다는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극의 강도가 약해지지 않는다면 신경증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두렵거나 불쾌한 상황이나 자기 욕구불만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시스템입니다. 그 목적은 현실에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뚫리지 않는 방어를 갖추면 조금은 안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과도하면, 즉 자기 방어가 너무 심할 때는 문제가 등장합니다.
방어기제는 외부 자극을 견딜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최소한의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불편한 감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견디고 지낼 수 있고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어기제가 중첩되면 신경증의 발달이 진행됩니다.
자기 방어가 심각해지면 삶이 괴로워집니다. 성격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성격이 내향적이라면서 프로이트의 구조론을 떠들어대는 경우도 생깁니다. 현재의 자기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심각한 말들을 끄집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성격구조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프로이트가 말한 것은 '인격'에 대한 구조였었습니다. 성격이라고 할 때는 자아 안에서만 기능합니다. 현실을 대하는 자아의 반응이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도 '방어기제'로 분류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주지화' 혹은 '합리화'가 그 분류에 속할 수 있겠죠?
프로이트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크게 문제를 삼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나 프로이트가 방어기제를 개념화시켜버렸었습니다. 프로이트가 딸의 연구를 밀어주고 싶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안나의 방어 기제 개념 구분화에 찬성을 하긴 했죠. 안나 프로이트가 쓴 '자아와 방어기제'를 읽어보면 프로이트처럼 테크니컬 한 부분들이 관찰되긴 합니다. 자아 구조를 설명서처럼 해설해주고 있죠. 이 점은 프로이트랑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프로이트의 분석을 통해서는 안나가 구분한 것만큼 많은 방어기제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프로이트가 중요시한 내용들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종종 이야기를 했던 것이지만 다시 한번 정리한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억압이란 단순히 잊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기억 저편에 사라진 첫사랑과 같은 이미지를 지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점은 오해입니다. 억압이란 관념을 의식에서 아예 퇴출시켜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의식으로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초자아의 검열 때문이죠. 이 초자아의 검열이 좀 느슨해지는 잠든 시간에나 슬쩍 들어오려는 시도를 하지 그 외에는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억압된 것이 귀환하기 위해서는 꿈, 실수, 신경증과 같은 방식이 필요합니다. 억제는 수치스러운 감정을 억지로 참는 것이고요. 불편함이 있어도 견디는 겁니다.
합리화란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체면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죠. 우리는 이것을 의식 수준에서 어떤 탓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좋아합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고 싶지 않을 거야라는 여우의 혼잣말처럼 믿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생각의 합리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임상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제가 올린 사례 [좌절의 안다미로]에서 설명하는 '남자 공포증'이 그러한 합리화의 예시입니다.
이렇게 합리화 작용이 일어나면 충동 작용에 영향이 발생했다는 말이 됩니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충동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합리화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조금 새롭게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저 포도는 맛없을 거야"로 생각하는 것으로 설명되는 것보단 활동하지 않기 위해서 [신포도]라는 전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충동 작용이 영향을 받으면 최소한의 시도의 움직임도 막히기 때문입니다.
동일시도 있습니다. 동일시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닮아간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닮는 경우는 그 예시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이 동일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순수 동일시와 역동 일시, 히스테리 동일시 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순수 동일시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동일시의 내용입니다. 사랑해서 닮는다는 거죠. 역동일시는 조금 복잡합니다. 내가 아빠를 미워한다고 해봅시다. 그래서 아빠 같은 사람 안될 거라고 굳은 결심을 한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이 사람에게 무척 잘해줍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엄마를 되게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이 아빠랑 똑같이 변해가는 겁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까 사랑하는 엄마의 옆에 있는 사람이 '아빠'라서 미워하지만 닮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역동일시'라고 부릅니다.
히스테리 동일시는 집단 동일시라고 합니다. 어느 학교에서 어떤 애가 학교 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는데 그 급식을 먹지 않은 아이도 식중독 증상을 보이는 겁니다. 원인은 없는데 집단에 의해서 일어나는 동일시죠.
방어기제 중에서도 사람들이 무척 선호하는 '승화'가 있습니다. 병에 투자될 에너지를 자신의 일에 쏟아부어서 긍정적인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이 승화라는 것도 꼭 긍정적으로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승화에 질투가 들어가서 다른 사람의 자리를 뺏으려는 그런 움직임이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또 기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살바도르 달리라는 유명한 예술가는 프로이트 추종자였습니다. 그는 꿈에서 등장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서 그림 작업 끝내고 모델들과 방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녀들을 발가벗겨 놓고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느낌이 오면 잠이 들려고 했습니다. 잠들기 전의 자극을 통해서 꿈을 꾸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승화는 방어기제에서 빠지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리비도 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방어기제는 대상 리비도의 철회와 관련성을 지니는데 승화는 대상 리비도나 자아 리비도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그렇지만 시험에는 무조건 방어기제로 나올 겁니다.
정신분석은 무조건 승화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분석 주체가 바라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 외에도 각각의 신경증과 정신병에서 관찰된 특징적인 내용들이 있습니다. 안나 프로이트의 연구를 가지고 개념화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방어기제라는 것이 미리 안다고 해서 그에 따르는 방어를 할 수는 없는 문젭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의 방어기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신의 행동을 모두 기록한다고 해봅시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에서 방어기제가 어떤 순간에 드러나는지를 인지하기 위해서 하나하나 살펴본다고 해봅시다. 그런 경우에 인간의 행동은 어떻게 될까요?
그 내용들을 관찰하기 위해서 행동은 굉장히 늦어져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어기제의 파악이란 그 즉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추후의 해석을 통해서 관찰이 됩니다. 흔히 드러나는 현상에 따라서 방어기제를 판단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정신분석 현장에서 방어기제를 그렇게 중요하게 검토하진 않습니다. 프로이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5 분석에서도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후대에 안나가 책 쓴 걸 프로이트가 밀어주다가 방어기제들이 엄청나게 확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들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방어기제 자체를 프로이트가 중시했다고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부분은 고려를 하는 것이 공부할 때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때도, 프로이트는 정신에 '자극 보호대'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극 보호대'를 뚫고 들어오는 외적인 사건(외상)을 두고 트라우마라고 했지요. 그런 것들을 따져보면 정신분석에서 인간의 정신은 그렇게 연약하다고 여겨지진 않습니다. 그 맥락에서 프로이트는 신경증자를 두고 '인류의 스승'으로 묘사했다고 여겨집니다.
갈등 해결에 보통 애를 쓴다고 해서 신경증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노력을 현실에 투자하면 필연적으로 성숙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