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Nov 17. 2020

식욕억제제가 우울증에 도움을 주나요?

아니오. 그건 다이어트 약의 각성효과입니다

Q.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고 경계선 성격 장애가 의심됩니다. 덕분에 가족들을 많이 힘들게 했죠.

어느 날, 살을 빼기 위해 식욕억제제 디에타민류 약을 복용하면서 뜻밖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늘 화가 나있고 무기력감과 심한 감정 기복에 시달렸는데 디에타민이 개선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정신과 처방약을 먹을 때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멍해서 중도 포기했는데 이걸 먹고 나니 활력이 생기고
일상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화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요.

디에타민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가요? 소량으로 계속 복용을 해도 될까요? 항우울제와 어떻게 다른 건지 궁금합니다 


A.


그것이 효과가 나왔다는 건... 질문자분이 생각하는 우울증과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보셔야 할 겁니다.


항 우울제는 먹으면 좀 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아 효율을 좀 떨어뜨려서 쉬게 만들고 주변에 대한 관심도 좀 철회합니다. 정신과 약 전반이 그러한 억제 효과를 일으킵니다. 메틸 페니 데이트 계열의 각성제는 반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죠.


질문자분이 이야기하는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은 펜터민 성분입니다. 펜터민의 효과에도 각성이 있습니다. 흥분제죠. 그렇게 흥분상태가 되면 초반에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복용하다 보면 나중에는 같은 용량으로 그 상태가 되지 않아서 갈수록 약물 용량을 늘리려고도 할 겁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살도 잘 빠지는데 그 상태가 지속되면 약 없이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되기도 하죠. 처방량 이상의 복용을 하려고도 하고요. 소량으로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내성이 발달하기 때문이죠.


2018년도에 고속버스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칼로 찌른 여자분이 펜터민을 과복용했다고 하죠. 언론에서는 평소 생활도 조사를 했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발생한 범죄는 평소 생활과 전혀 무관합니다. 약물로 인해서 발생한 이상행동에 따르는 범죄입니다.


adhd약으로 처방되는 페니드나 콘서타 과복용도 비슷하게 등장합니다. 초기에는 긍정적이다가 그 상태에 매료되면 점차 복용량을 늘려가고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약이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하죠. 그 약도 장기 복용 시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의사도 오래 처방 안 해주는 약입니다.


의사 처방량 이상을 넘어가려고 할 때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디에타민 말고도 항우울제 같은 것도 함께 들어가고 있는 상황인 거 같습니다. 상반되는 효과가 있는 약물이 들어가는 것은 의존성이 배로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병이 있다고 해서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 합리화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치료는 자기 행동의 책임과 맞물려있는 것이지 병으로 책임을 면제받으려고 할 때 더 심해집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말이 '낫지 않는'이라는 이미지로 많이 쓰이고 있기에 그것을 자기 행동의 방패로 삼고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태도는 버리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답변


이 경우는 굉장히 위험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때 발생한 각성효과가 정신 장치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히 높습니다. 강제로 효율을 높여주는 상황을 맛보게 되면 인간은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정상상태'로 믿습니다. 따라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마약으로 비유하면 메스암페타민을 흡입한 상태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된다면.....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독으로 이어지게 되면 약 달라고 사정사정합니다. 예를 든다면 히로뽕에 취하고 싶은 여성들이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 약 좀 달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요.

 

질문자분이 개선됐다고 느낀 것은 디에타민으로 흥분된 신체 상태에서 처리되는 정신 에너지의 양과 관계가 되는 내용입니다. 이게 메스암페타민이랑 양적 차이는 있는데 거의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일반상태에서는 화를 내면서 견디던 것이 약으로 그 흥분도가 낮아졌으니 개선됐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겁니다. 따라서 약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증상은 여전히 발생할 겁니다. 더 심하게요.


나중에 중독상태에 들어서게 된다면 약이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이 좀 이상해집니다. 더 예민해지고요. 인간 정신작용을 인위적으로 조율하려 하면 정신은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몸에 묻습니다. 중독으로 인해 발생한 고통은 그림자처럼 우리를 습격합니다. 그 어떤 약도, 그 어떤 치료자도 중독으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 있게 해주진 않습니다.


정신에 작용하는 약물이 의식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을 가지는 순간, 몸은 그 신념을 반박하듯 아파올 수 있습니다. 병이 행동을 설명해서 아무리 난리를 친다고 해도 중독의 고통은 처벌하듯 철퇴를 날리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과 상담하러 가도 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