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Nov 18. 2020

정신과에선 어떤 치료가 있나요?

약물 치료 말고는 없나요?

Q. 약 처방이 솔직히 다인데


약이 안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을 치료하거나 대화상담으로 마음을 달래주거나 이런 것이 필요한데 심리학이나 프로이트 정신 학파에서 하는 일 같은데 이런 건 어디로 가야 하나요 


A. 안녕하세요. 


치료의 기전을 따지는 방식이 정신분석(상담)과 의학이 많이 다릅니다. 정신의학은 뇌 속 물질을 규명해서 그것을 고치자는 태도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뇌와 중추신경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거기에 작용하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몸에 열이 나면 발열 시에 발생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약물을 투여함으로 해열을 합니다. 따라서 정신작용 역시도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 조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약이 듣지 않으면 정신의학에서는 효과가 나오도록 약물을 조절하는 것 이외에도 병동 나름대로의 정신 요법들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그렇게 실효성이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정신분석과 같은 학문에서는 전혀 다르게 봅니다. 인간에게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탈이 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행동상의 변화들도 나타나게 된다고 보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을 다루는 것도 대화상담으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되게 힘들고 버겁습니다. 정신분석에서 약물이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정신작용이 병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부분을 관찰하면 상담을 아무리 잘해도 약물효과가 정신작용에 일으키는 영향력으로 인해서 상담효과를 제거해버리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즉, 약 먹고 상담해봐야 별 도움 안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프로이트도 약을 쓰지 않았다고 하고요.


프로이트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세계에서도 많이 드뭅니다. 요즘 정신분석학 파하면 대부분 다 라캉을 하고 있죠. 영미 쪽에서 프로이트를 하고 왔다면 왜곡이 많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프로이트 식의 정신분석을 원하신다면 저희 카페로 찾아오셔도 괜찮습니다.


추가답변


정신의학 전통은 약물 치료입니다. 그래서 약물을 중심으로 치료를 하죠. 원래는 완전히 생물학적이었습니다. 상담이나 의미 이런 것은 전혀 따지지 않았죠. 문명이 발달하면서 정신의학에도 정신분석 등의 상담이론이 적용되게 되었고 덕분에 오늘날에도 정신과에서도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의사 상담은 꽤 비싼 축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보험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식입니다. 거기다가 정신분석은 의학계에에서도 고급 치료에 속하는 것이라 분석비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비용을 따로 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정신과에서 정신 분석하면서 약물치료를 동시에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프로이트의 분석 정신과 전혀 무관한 내용입니다. 프로이트 정통의 분석 정신은 '마취 없는 수술'이라고 부릅니다. 약을 쓰지 않죠. 

  

그리고 정신의학에서 적용되는 정신분석에서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는 약물을 중시하지 않았습니다. 후대에 와서 전문으로 배웠다는 사람들이 임상이 약해지면서 약물을 조금씩 강조하는 경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정신역동을 다루는 프로이트의 정신 물리학적 관점이 아직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이 점은 중독이나 그 외의 정신병적 현상들에 유용한 내용인데 접근하기 위한 이론적 내용이 많이 빠져있거나 왜곡이 되어 있습니다.


정신분석은 위의 질문자 분이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흥분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상담의 일반적인 인식인 위로와 공감으로 상대를 치유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위로와 공감이 발생시키는 그 순간의 마취효과로 더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하면 증상에 안주하기도 하죠. 그런 이유로 정신분석에서 위로와 공감이 큰 요소가 아닙니다.


학자들이 공감을 너무 해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이 합니다. 내담자들에게서도 너무 냉정하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고요. 분석가 입장에서는 눈물 닦을 휴지는 줄 수 있어도 같이 울어주지는 못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