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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pr 30. 2022

김상욱 선수 피습

그는 무엇을 위해 선수를 습격했나?

*원래는 영상 순서대로 올릴까 했었는데....최근 이슈위주로 먼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본쓰고 영상찍고 하는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군요. 



안녕하십니까? 원래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슈가 될만한 사건이 벌써 터졌네요. 


김동현 선수가 운영하는 팀 스턴건에 소속되어 있는 김상욱 선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가 조현병 환자에게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그가 원래 김상욱 선수의 수강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2014년에 조현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최근 단약을 시작했다고요. 

 

 물론 큰일 날 뻔한 사건입니다. 식칼로 사람을 공격한 사건이니까요. 그것도 전문 선수니까 제압이 가능했지 저 같은 일반인은 큰 일을 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무엇을 위해 김 선수를 공격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범인은 자기 행동의 이유를 "스파링을 목적으로 자꾸 때리고 괴롭혀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당연히 옆에서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은 모두 다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다른 영상에서 치료를 위해서 실시하는 것도 공격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증상은 교육을 위해서 실시하는 스파링조차 공격으로 인식했다는 말입니다. 


 저 역시도 병동에서 근무할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보호사로 근무할 때 대체로 환자분들하고 잘 웃고 지냈었습니다. 같이 담배도 피우고 대화도 많이 했죠. 그중에서 편집증에 시달리는 분들하고도 친분이 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두 번째 아들"이라는 망상을 이야기하는 덩치 좋은 남자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분을 보고 있으면 느낌이 마치 '안 선생님 같았습니다. 


그분은 조현병을 진단받고 십수 년간 병동 생활만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으면 지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평소에는 푸근했습니다. 

 

 그분은 자기 망상을 기록하는 노트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보여주지 ㅇ낳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저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서 그 분과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있다고 판단이 되니까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마 그전까지는 그 노트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의사로 한정되어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수간호사까지는 봤을 겁니다. 

 그 노트에는 자신의 망상 내용이 있었습니다. 자기 여자 친구의 존재라든지 운영하는 방송국이라든지요. 그 방송국의 pd가 여자인데 그 사람이 자기 여자 친구라고요. 그렇게 체계화해놓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트를 보여주고 나서 얼마 후에 그분은 이유 없이 저한테 고함을 질렀습니다. 병동에서 보호사한테 갑자기 고함을 질렀으니 어쩌면 보호실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곧바로 얌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당시에는 그런 현상에 대해서 경험이 부족하고 이해가 좀 어려웠습니다. 대신 어느 정도 좋은 감정이 없다면 그런 반응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초기 정신분석에서 정신병이 분석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전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식의 부정 전이조차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 우리가 주목했던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2018년 12월 31일에 보도된 강북 삼성병원에서 조울증 환자가 의사를 습격한 사건입니다. 그 당시에 말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보안체계가 약하다는 말도 나오고 정신질환자의 폭력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관련 단체들도 골머리를 썩었다고 하죠. 자기를 치료하는 의사를 찾아가서 한 행위니만큼 그 부정적 이미지가 컸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범인 박 씨는 스스로 정당방위를 주장하면서 횡설수설했다고 합니다. 그의 모친은 군대를 다녀온 뒤 집에서만 은둔하면서 상태가 점점 심해져 병원에서 고인이 되신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박 씨는 병원 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간 것이라 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살겠다고 용기 내서 찾아간 것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겁니다.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정작 생활에서 모친도 무서워서 떨어져서 살았다고 합니다. 

 

 모친이 그렇게 두려움에 떨었다는 것은 그의 망상과 일치하지 않았다면 폭력이 등장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여동생이 신고해서 폐쇄병동에 입원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자, 이 정도로 진행이 됐다면, 즉 증상이 발달했다면 그의 정신에서는 초자아가 힘을 쓰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자아가 마음대로 해버리는 것이죠. 

 

이 사건은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다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동원해서 증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에서는 그게 잘 연구가 안 되어 온 것 같습니다. 


 박 씨는 대체 왜 병원을 찾아간 걸까요? 그는 사회적 단절 상태에 있었습니다. 사회적 단절 상태에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적습니다. 떠올린다면 자신의 치료자가 되겠죠. 

 그의 치료과정이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현재 실시하는 대로라면 정신과 약물 위주로 치료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신과 약물은 우리 정신작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는 약의 영향으로 신체적인 변화도 어느 정도 겪었을 겁니다. 살이 찌거나 혹은 조금 둔해졌겠죠. 또는 내분비계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공격받는다는 생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해석 망상이 등장한다면 아주 사소한 사실도 크게 부풀려 버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행동화 문제도 같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박해자가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때 그는 의사를 선택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자기를 받아줄 사람이고 또 다른 의미에서는 자신을 처벌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마치 슈레버가 자신의 박해자로 플렉지히 교수를 선택했던 것과도 같습니다. 슈레버의 경우 1차로 신경증이 발병했을 때 플렉지히 교수가 그를 성공적으로 치료했었습니다. 

 박 씨 역시도 처음에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고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괴로움과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우려는 의사에게 존경심이 드러났을 수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존경스러운 의사의 존재만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합니다. 그가 약물을 치료제가 아닌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입니다. 어느 순간 약물로 인해 공격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존경하던 사람은 박해자가 됩니다. 그래서 편집증의 박해자는 그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김상욱 선수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범인은 체육관 계단에서 선수를 기다렸습니다.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1:1의 상황이 연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차단되는 공간이 필요한 겁니다. 


 어쩌면 범인은 자신의 선생님으로서 받아준 사람에게 인간적인 존경심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표현이 폭력적인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요. 만약에 그가 진짜 악의를 품고 선수를 해치고자 했다면 잡히고 나서 얌전했을까요? 마찬가지로 강북 삼성병원에서 의사를 살해한 박 씨도 검거되려고 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여기서 라캉의 사례를 잠시 이야기해보죠. 라캉의 유명한 에메 사례입니다. 31살의 라캉은 이 여자 환자에게 매우 깊은 관심을 표시합니다. 

 그 당시 파리에서는 정신병에 대해서 차별화된 다양한 진료를 구성하는데 힘을 쏟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정신병의 증상, 임상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정신분석에 따르면 자신에게 존재하는 죄책감을 달래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서 자기를 처벌하는 신경증자의 존재가 있습니다. 특별하게 보이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꽤 자주 보입니다. 


 어느 청소년들은 독특한 행동을 취합니다. 뭔가 나쁜 일을 하나 하면 사소하게라도 착한 일을 하는 겁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죠. 그리고 착한 일을 하고 나면 또 사고를 칩니다. 이걸 반복하는 것이죠. 강박증에서 등장하는 겁니다. 물론 증상 구조에서 자가 치유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면 편집증적 범죄가 궁극적으로 처벌받고자 하는 의도를 통해서 저질러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기 처벌의 차원에서 벌어진 범죄는 해당 주체를 얌전하게 만듭니다. 


김 선수를 공격한 사람이든 의사 살해범인 박 씨든 범행 이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 해진 겁니다. 그들의 예후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에메 사례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메 역시도 여배우 뒤플로스를 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처벌을 받았죠. 그녀는 어떤 생활을 했을까요? 거기서 생활이 엉망이었을까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조용하고 착한 노동자로 일했습니다. 석방된 이후에는 주목할 만한 정신병적 상태를 드러내지도 않았습니다. 끔찍한 범죄자가 될 뻔했던 사람 치고는 의외의 결과입니다.

 

범인은 어째서 김상욱 선수를 지목해서 공격했는지 생각해봅시다. 망상은 일상생활의 수준에서 형성되지 않습니다. 표상과 생각의 수준에서 만들어집니다. 아마도 그가 계속 김상욱 선수 밑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면 김 선수는 그의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격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가 운동을 그만두자 김상욱 선수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된 겁니다. 


 이러한 편집증에서는 동성애 충동 문제가 등장합니다. 물론 의식에서는 강렬하게 거부하지만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이 등장합니다. 그 덕분에 정신병적 특징인 '부인'이 등장합니다. 다르게는 부긍이라는 말도 쓸 수 있습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것이죠. 차후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핵심적인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범인의 증상은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까지 발달을 한 상태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현실에서 자신을 처벌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겁니다. 이것은 자신을 지배하는 질서를 다시 잡기 위해서입니다. 처벌이라는 형태로 그 질서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면 에메처럼 다시 얌전하게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약물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정신질환자의 태도가 어떤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미처 연구되지 않은 정신의학의 진료실에서도 단서를 통해서 즉각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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