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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pr 29. 2022

정신질환 범죄에 대하여

정신질환 범죄의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

*이 내용은 과거에 썼던 내용을 다시 재구성한 것으로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정신분석적 관점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서 TV 프로그램에서도 범죄와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방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구체적인 설명을 해줍니다. 그런데 프로파일러들도 범죄의 동기에 난색을 표하는 범죄가 있습니다. 바로 조현병 범죄로 알려져 있는 정신질환 범죄입니다. 이러한 범죄는 오래전부터 발생해오던 것입니다.  


 정신분석 공부를 하신 분들이라면 라캉의 에메 사례에 대해서 아실 겁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여배우를 공격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상황과 맥락 없이 일어나는 범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제가 다른 영상에서 ‘신경증은 절대로 멍청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정신질환 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황스러운 내용이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발생하는 범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병’이 위험한 사람의 ‘척도’로 기능할 수는 없는 겁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예비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언론의 책임을 좀 물어야 합니다. 언론에서는 정신질환이 폭력과 연결될 때, 대서특필하려 합니다. 병에 대한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난색을 표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뿐 아니라 의사들도 곤란해집니다. 정신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언론의 표현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험한 프레임을 뒤집어 씌운다면 치료가 기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건 한번 생각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정신질환이 완치되었다는 사례를 보도한 기억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어느 언론사를 통해서도 정신질환 치료에 대해서는 훌륭한 의사와 열심히 재활하는 환자들을 보도하고 그 사람들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서 약을 열심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약물 치료가 능사는 아닙니다.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중단했기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말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생물학적인 근거를 따져야만 하는 의학에서는 ‘뇌’ 문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범죄자의 ‘뇌’와 일반인의 ‘뇌’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포장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행동 원리로 적용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뇌가 정상이라는 연구도 또한 존재합니다. 심지어 정신분석에서도 편집 증자의 뇌는 일반인의 뇌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뇌 문제가 정신질환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이러한 단서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알려줍니다. 증상의 발달 자체를 뇌 문제로 검토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의 전문가로서 범죄자를 추적해서 잡아냅니다. 범인은 잡아도 그 동기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질환 범죄의 경우는 어쩔 수 없습니다. 프로파일러는 정신질환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남겨진 단서들은 범인을 지목하고 있어서 검거는 가능합니다. 프로파일러는 그것의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을 해봅시다. 잔혹하기로 소문난 고유정의 남편 살해 사건의 경우에는 그에 대한 타당한 임상적 가설이 있을까요? 현실 단서만 가지고 추론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동기에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프로파일링이 현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그 범인의 내적 동기에는 접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정신질환 범죄의 설명 자체는 얼렁뚱땅 무마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질환에 의해서 일어난 범죄라면 그 사람의 역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상의 발달과정 역시 추적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래서 섬세하게 접근하는 것은 조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전문적으로 접근할 때 시기와 질투, 분노 등의 한 가지 원인으로 범죄행위가 일어났다고 설명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마치 어린 시절에 양육을 잘못 받아서 정신질환에 걸려서 고생한다는 신경증적 태도 같은 것입니다. 과거 미국에서는 ‘정신분열증에 걸리게 하는 엄마’라는 개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범죄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정신분석을 공부한 분들도 그렇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 저는 그분이 프로이트를 잘 모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로이트는 증상의 해석에 있어서 유혹을 배제하라고 했습니다. 과거가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편합니다. 해석 작업 자체가 편하다면 분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고 보셔도 됩니다. 


 해석이라고 할 때는 이미 드러난 현상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내용을 덧붙이는 것으로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그러나 분석은 추가적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 메커니즘이 있다는 말이죠. 


 잠시 정신분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아직 많은 오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리비도 이론에 대해 아직 오해가 많습니다. 성욕이라는 말 덕분에 섹스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덕분에 심리 관련 전문 연구자들 역시도 정신분석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정신분석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정신분석을 섣부르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리비도 이론이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굽니다. 리비도를 에너지의 개념으로 보는 겁니다. 성욕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 같지만 성욕을 하나의 ‘장’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이 ‘장’에도 두 단계가 있고 각각의 내용에도 분화과정이 있습니다. 제가 이전 임상 영상에서 설명을 드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은 프로이트를 읽지 않는다는 말일 겁니다.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로서의 리비도 이론을 활용하는 입장에서 증상을 추적해 나가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정신분석가들은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리비도 이론을 통해서 추적하고 신경증 발생의 의미를 찾습니다. 화려하게 말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그는 것이 정신분석이 아닙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를 검토하는 겁니다. 그래서 때로는 정신분석이 점쟁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말도 안 하는데 알아맞히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그것들은 모두 단서가 있을 때 찾는 것이지 막연하게 점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할 때는 점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긴 합니다.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문명화 과정 때문입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늘어나는 이러한 범죄들에 대해서는 예방차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신경증 발병과도 같습니다. 나타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겁니다. 


 범죄는 수사의 영역에서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치료 영역에서 검토되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치료영역에서 범죄문제를 검토한다는 것은 체계화된 망상에 대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에서 유효한 가설을 발견할 수 있다면 치료 이론이든 프로파일 이론이든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처음에는 증상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한 다음에 본격적인 범죄분석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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