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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12. 2022

강남역 살인사건 2

그의 증상은 어떻게 발달했을까?

(영상을 촬영할 때는 대본과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네요.)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조금 어려운 내용들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임상 문제를 검토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과거에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현재 살해를 일으키는 범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흔히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린 시절에 어떤 방식으로 자라서 이런 범죄자가 되었다는 식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럴듯해 보이죠. 그런데 실제 임상과는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납니다. 


 제 지난 경험에서 어느 소설가가 저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트라우마로 인간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을 좀 해달라고 한 겁니다. 자기 글 쓰는데 반영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시간을 들여서 답변을 해주었는데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냥 프로이트를 읽으라고 말해줄걸 그랬네요. 하긴 그래도 1~2년 읽어서 될 건 아닐 겁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전문적으로 상담을 한다거나 혹은 의료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해도 잘 잊어먹긴 합니다.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행동을 설명하려 할 때, 어린 시절에 어떻게 자라서 지금도 그때의 트라우마로 이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회복에는 그리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현재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된다면 자기 행동을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트라우마가 현재 행동의 이유라면 스스로 그 행동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극복되지 않는다는 건 다른 위장 요소가 섞여 있다는 말이고요.      



 범인의 증상 발달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언론을 통해 입수한 정보는 조금 제한적이긴 합니다. 김성민은 청소년기부터 앉았다 일어서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누군가 자신을 욕한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 신학원에 다녔는데 거기서 그는 자신은 추진력 있게 일을 하려 하는데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2003년의 그의 행동을 보면 강박행동이 등장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즉 청소년기에 이미 발병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조금 이르다면 초등학고 고학년 시기에 이미 발병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경증 발병 자체는 이차성징이 다가오는 아주 애매한 시기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논리 변화 문제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논리에서 성인의 논리로 변하는 거죠. 피아제의 구체적 조작기에서 형식적 조작기로 넘어갈 때 논리가 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구체적 조작기가 6~7세에 시작되고 형식적 조작기가 11세 즈음에 시작되죠? 프로이트도 사춘기를 조금 일찍 잡는 경우에는 10살 정도로 잡기도 했었습니다.


 김성민이 환청의 문제를 드러내고 다닐 정도라면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보통은 거의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괴로움을 호소할 수 있는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하죠. 그런데 이 환청 문제를 드러내고 다녔다는 것은 편집 망상체가 이미 형성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게 또 한 세 가지 정도로 등장합니다. 다루거나, 겨냥하거나, 가르치고 지시를 하는 거죠. 당사자를 다룰 때는 구체적인 목소리로 들립니다. 겨냥하고 있을 때는 외설적 장면이나 욕설로 등장하고 성적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기도 합니다.(너! 또 했냐!) 가르치고 지시하는 환청의 경우는 행동이 굼떠집니다. 듣고 나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는 자아에 어떤 추가적 에너지가 공급이 된다는 징후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조금 생각해본다면 초자아의 검열을 무시하려는 그러한 작용이 자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정신과 의사들이 가끔 ‘초자아가 없다’는 식으로 말을 쓰곤 하는데요, 초자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로 왜곡되어서 알려진 것이 많다고 생각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014년에 여성들로부터 괴롭힌다는 망상이 있었습니다. 이는 그에게 들리는 환청과도 관계가 될 겁니다.

 앞서 설명한 환청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성민을 겨냥하는 환청이 있다면 어떨까요? 동성보다는 이성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수치심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분노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 곧장 행동화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환청 문제는 직접 경험하면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김성민이 왜 남성이 아닌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는 2008년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상태였었습니다. 아마도 이 시기에 기본적인 자기 관리 능력에 손상이 있었을 겁니다. 1년 이상 씻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이것은 자기 주변의 변화를 막고자 하는 행동입니다. 자신의 컨디션이 좀 괜찮아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변이 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신경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잘 씻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녀 모두요. 이 때는 잘 씻지 않는 것 자체가 증상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변화를 막음으로 증상이 더 이상 발전하는 것을 방어하려는 시도로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신경증에서 ‘청결’이란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지독하게 씻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담당했던 편집증자도 한동안 정말 씻지 않았습니다. 머리는 항상 산발이었었고요. 아직 나이도 많지 않은데 코털이 콧구멍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도 볼 수 있었죠. 집에서는 손도 못 대게 했었습니다. 물론 저와 안면이 있었던 사이니까 제가 그것을 정리해주는 것은 가능했었죠.


 급성기에는 자기 관리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정신에서 편집 망상체가 자리를 잡으면 그때 자기 관리 능력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겉으로 전혀 티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신 환상이 작동하질 않습니다. 환상 대신 망상이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환상에 대해서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일종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신 장치로 기능하는 환상은 훨씬 중요합니다. 환상에 에너지가 들어가면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고요. 또는 어떤 사건을 환상으로 처리함으로 정신 에너지가 자아에 과잉 투자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환상은 자아에 직접 꽂히는 에너지를 순화해주는 그런 작용을 해줍니다. 현실의 거친 에너지를 견딜 수 있게 해 주죠.


 정신병이 발병하면 이 순화 작용이 멈춰버립니다. 그래서 거친 에너지가 곧장 자아에 꽂혀버리죠. 자아에 투자되는 에너지가 순화되지 않는다면 과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초자아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게 되고 초자아의 명령을 듣지 않게 됩니다. 


 이때 자아는 나름대로 현실을 다시 조율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동안 초자아를 통해 통제되던 기능이 해방된 겁니다. 그래서 주변을 자기 멋대로 규정하기 시작합니다. 신경증과 정신병을 구분할 때 이런 말을 합니다. 정신 장치 내의 갈등은 신경증으로 등장하는데 자아와 현실의 갈등은 정신병으로 등장한다는 말입니다. 주체를 지배하고 있던 질서의 차원이 달라진다는 말이죠. 


 편집증과 같은 정신병 발병에서 행동과 말이 이상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 질서와 달라지고 자기 망상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들러붙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망상입니다. 그래서 일상생활 다 하지만 말 한마디 했다고 결혼할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등장하는 거죠. 


 게다가 이렇게 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약물은 도움 되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낫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습니다. 왜냐? 약물 작용이 정신 에너지 처리방식에 간섭하면 순화가 아닌 철회의 방식으로 과잉 에너지를 컨트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변한 건 없죠. 


 범인 김성민의 이상행동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과 관계가 끊어지고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탐구를 해야 합니다. 그게 전문가의 일이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을 막연하게 ‘뇌’로 판단해버리면 탐구는 물 건너 가버립니다. 단순하게 설명하고자 한다면 뇌를 원인으로 지목하면 됩니다. 모든 복잡한 문제에는 아주 간단한 잘못된 해답이 있기 마련입니다.


 김성민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서 범죄를 저질렀을까요? 약물이 어떤 식으로 지각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편집증 상태에서 주변에서는 계속 약물 복용을 권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어떻습니까? 일단 자아의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몸이 처집니다. 


 그런데 정신병자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병을 자기 몸처럼 사랑합니다. 여기서 약물이 궁극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병이 아니라 자압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으키는 증상은 자아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을 복용한다면 자아는 공격을 당하게 되고 맥을 못 추게 됩니다. 따라서 박해 망상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이후에는 어떻게 변해가게 될까요? 범인은 여성들에 대해 피해망상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피해망상이 등장한 걸까요? 이 지점에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막연히 출발점을 ‘망상’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덕분에 여성 혐오 같은 정치적 선동질이 먹힌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현상을 보면서 페미니스트들의 정신승리 방식 자체가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즉. 같은 방식으로 사회를 공격한 거죠.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의 내면에서 작동한 정신작용은 페미니스트들을 통해서 거대하게 드러난걸로도 여겨집니다. 


 여담인데 페미는 정신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너무 강조할 때 그건 그 사람들 망상하고도 비슷한 거죠. 현실에 들러붙기 위해서 망상을 동원하는 정신병자의 태도 하고도 같은 거니까요. 


 이 편집증이 발병할 때, 동성애 충동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프로이트의 슈레버 분석에서부터 등장한 내용입니다. 슈레버의 경우 편집증 발병은 주치의였던 플렉지히 박사를 향한 동성애 충동을 방어하려고 했던 겁니다. 동성애 충동은 슈레버가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자기는 남자고 그것도 남성성을 중시하는 독일에서 이름난 판산데 동성애 충동 자체를 인정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자아는 긴급한 조치를 실행해야만 합니다. 그 방식이 동성애 충동의 대상을 박해자로 가공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이 됩니다. 이성으로도 가공이 됩니다. 


 제 편집증 내담자는 아버지에게 그런 동성애 충동을 느꼈고 방어하기 위해서 자기 주변의 다른 여자들을 망상에 등장시키기도 했었습니다. 


"아~ 여자가 날 좋아해 줄까?"


"아~ 여자가 내 손을 잡아줄까?"


"어떤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나머지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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