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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11. 2022

강남역 살인사건 1

당시의 사회적 배경에 대하여

(대본이랑 영상이랑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네요. 하하..)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일어난 범죄는 사회적인 영향력을 일으켰습니다. 이 범죄는 여성 혐오를 들이밀면서 페미니즘을 부추겼고 남녀 대립을 심화시켰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범인 김성민이 먼저 들어왔던 6명의 남성들은 그냥 보내고 새벽 1시에 들어온 23세의 여성 하모 씨만 주방용 식칼로 찔러 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들어서 여성 혐오로 주장한 한 극단적 여성 집단은 사회적 구조가 문제라고 떠들어대기 시작되었습니다.  범인도 체포되고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도 한 몫했을 것입니다. 

범인 김성민

 이후 김성민의 조현병 병력이 등장했고 범죄의 동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들도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는 여성 혐오에 찬성하는 의사들에게 깊은 공감을 나타내는 반면 여성 혐오가 아니라는 주장에는 강렬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댓글을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날 때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지적능력과는 무관합니다. 특정 신념이 작용해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이런 일을 주도하는 어떤 드러나지 않은 우두머리가 있을 겁니다. 


 김성민은 2008년부터 2016년 초까지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게다가 조현병으로 4차례나 입원을 했죠. 2016년 1월 퇴원할 때 주치의는 약물 복용에 대해서 주의를 주었다고 합니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해 3월 말에 범인은 가출했고 약을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이런 내용만 보면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 재발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제가 이 시리즈의 첫 영상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실과의 관계가 끊어져야 범죄가 가능해집니다. 약물이 치료제로 기능했다면 현실과의 관계를 더 튼튼하게 해 줬을 겁니다. 이 것은 이후에 좀 더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이 사건으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을 예비 범죄자로 매도하기 시작한 겁니다. 남녀를 갈라 치기 하고 덕분에 각종 밈도 만들어졌습니다. 손날좌는 아직도 유명하죠?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남성들에 대해서 좀 안 좋은 감정도 가졌습니다. 당연합니다. 저도 버팔로는 싫어합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보죠. 강남역 사건이 아직도 여성 혐오로 일어났다고 믿는 분들이 있나요?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것은 감정적인 선동에 우리가 영향을 받았다는 말입니다. 이때는 아무리 논리적인 증거를 갖다 줘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선동의 영향에 들어갔다면 개인 심리가 아니라 집단 심리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집단 충동에 휩쓸리는 결과가 일어나는 겁니다. 


 일반적인 이런 심리 기전도 문제가 되겠지만 학자들도 이런 혐오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사건 덕분에 일본 학자의 책 하나가 많이 팔렸습니다. [여혐혐]이라는 제목으로 불립니다.  저도 읽어봤는데 저자가 정신분석을 일종의 포르노로 각색한 내용이라서 저는 역겨웠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진실로 믿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충격이긴 했습니다. 저자도 이야기하는데 프로이트 이론을 라캉 소개서를 통해서 참조했다고 합니다. 즉, 프로이트는 읽어본 적도 없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 쓴 겁니다. 선동은 그렇게 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선전 전술이니까요. 그리고 페미니즘에서 정신분석 왜곡이 꽤 심했습니다. 정신분석은 판타지 소설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때 당시에 더 문제가 되는 게 정신과 전문의들도 여성 혐오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범죄의 원인이 혐오나 사회적 구조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범죄로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인 문제로 바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 범죄를 여성 혐오로 규정한 의사라면 그 의사의 학벌이 어떻든 얼마나 어떻게 치료를 했든지 정신질환의 메커니즘은 거의 모른다고 봅니다. 언론이나 개인 블로그에 그런 글 써서 여성들에게 인기를 좀 끈 의사들이야 있죠. 정신질환을 생물학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 되고요. ‘이럴 땐 이런 약’이라는 방식으로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파악하고 있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대중적인 입장에서 여성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일어난 거니까 힘내세요.라는 거죠. 거기에 동조하면 사회적 인기에 편승하는 게 가능했을 겁니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페미 코인은 그렇게 나왔죠. 결국 맘에 드는 말만 해주라. 이런 겁니다.

 제 관점에서 정신 장치의 작용 기전들은 꾸준히 연구가 되어야 합니다. 의사의 권위가 정신질환의 메커니즘을 설명해줄 수 없습니다. 강남역 사건에서 보였던 몇몇의 의사들은 권위를 통해서 증상을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신경증은 정말 교묘합니다. 언제나 의사의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나가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죠. 


 예를 들어봅시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간헐성 폭발성 장애라는 말이 또 등장했어요. 드러나는 행동에 따라서 이러한 말은 늘어날 것이고 나중에는 정식 진단명으로도 채택이 될 겁니다. 저도 얼마 전에 들었지만 dsm 5에서 증상의 범주를 결정하는 건 임상이 아니라 해당 임상을 경험한 의사들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사실 알고는 적잖이 놀랐는데요.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과학계에서 있었습니다. 바로 태양계에 대해서인데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우리는 9개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2개죠? 이것이 어떻게 결정이 되냐면 과학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이 되는 겁니다. 어떤 행성의 특징이나 행성상의 질서의 공통점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를 따른다는 거죠. 또 dsm 5역 시도 그런 식의 절차를 통해서 증상이 결정이 되었다고 하는 겁니다. 


 여기서 신뢰도는 어떻게 될까요? 신경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생활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때, 그 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같이 일으키면서 기존 치료효과들을 무화시켜버리는 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치료 저항이죠. 


 물론 여성 혐오로 이 범죄를 설명한 의사가 모든 정신과 의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1~2년 공부해서 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 설명은 환자를 상담하는데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의 능력이 약물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조현병에 대한 명저 [분열된 자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의사가 정신질환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의 말은 그만한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을 진행할 때 그 정신 과정을 추적하고 의미를 검토한다면 훨씬 유익해집니다. 정신분석에서 치료 주체는 분석가가 아니라 내담 자니까요. 그렇게 스스로의 증상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증상에 대해서 의사가 이야기해주면 좋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약 몇 개 먹고 괜찮아지는 것 보다 의사의 말이 더 중요합니다.


 의사의 말이 암시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의료 암시라는 것도 있지만 의사의 암시는 환자와의 전이 관계를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기도 하죠. 치료에서도 영향이 있는 것이고요. 즉, 증상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알게 된다는 겁니다. 이 지점은 의학적 스탠스 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의사 개인의 능력 차원에서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지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다음 시간에는 범인의 증상이 어떤 식으로 발달하게 되었는지를 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임상 사례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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