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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06. 2022

조현병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현병이라는 말이 가지는 이미지에 대하여

(이미 영상은 꽤 진행을 한 상탭니다.)


정신질환을 다루기에 앞서서 증상에 대해서 조금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정신의학이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 알려져 있는 관점이 정신의학적 관점이기 때문에 여기서 정신분석의 관점과 비교를 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조현병은 현실 검증력이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기능상의 문제가 생길 때 주로 진단이 됩니다. 주로 환각과 망상 외에 사고 흐름의 장애를 지적합니다. 대화를 잘 이어가다가 두서없이 말하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현병의 근거로 생각하는 것은 환각입니다. 

 

저는 과거 어떤 조현병 진단을 받은 남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일반 논리를 통해서 이야기를 잘 이어갈 수 있었지만 환각이 있었죠. 그는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조현병이 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신분석에서는 ‘환각이 정신병의 근거는 아니다’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기 환각들이 등장하면 그 환각들이 같이 대화를 하고 웃는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는 환각이 어느 정도로 심한지 주장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에서는 환각을 정신병의 근거로 채택하지는 않습니다. 


 조현병에 시달리게 된다면 환청을 주로 호소한다고도 합니다. 급성기에는 더욱 심합니다. 여러 명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그 목소리도 커집니다. 나중에는 ‘인칭’까지 변화합니다. 게다가 이 목소리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서 나중에는 그 환청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죠. 


 이러한 환각을 경험한 이후에는 조현병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조현병 이외에도 다른 진단명이 덧붙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정신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전이 작용한다고도 설명을 하죠. 혹은 유전보다 가족력이 적용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가족 중에 조현병 환자가 있다면 위험군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이 없다면 극도의 스트레스나 불우한 환경이 발병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특정 연령대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하는데 가장 눈에 띄기 좋은 젊은 시기입니다. 


 정신질환자 개인에게도 유전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자기 병의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님 때문에 조현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유전설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부모를 죄인으로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부모가 병을 물려준 죄인이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병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병을 치료하는 방식, 즉 약물치료는 정신의학 전통입니다. 정신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신이 뇌와 중추신경계를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을 잘 먹지 않는 환자, 즉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는 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병과 자아가 따로 떨어져서 기능하고 있다는 생각의 힘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병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식의 주장이죠. 

 

대중의 인식에서는 뚜렷한 고위험군의 환자를 격리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입원이 까다로워져서 조현병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주장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그러한 격리 치료는 제1차 산업혁명 이후의 대감 금으로 실시된 대대적인 수용소 치료가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의학에서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정신분석가들이 그 진단에 동의하는 경향은 드뭅니다. 이는 진단체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dsm을 쓰질 않습니다. 물론 정신분석을 공부하신 분들은 라캉이 정신분석은 정신 의학과 합쳐져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정신분석을 하면서 발생시키는 정신작용과 약물이 발생시키는 정신작용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신분석을 하면서 초기에는 약을 쓸 수는 있습니다. 증상을 막연하게 견디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발생시키는 정신작용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즉, 신경증으로 인한 고통이 필요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신경증을 가끔 거머리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렇게 비유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붙어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그 거머리가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면 그때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까지 큰답니다...


 물론 여기서 약이 없이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대부분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은 전통적으로 약을 쓰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1960년까지는 정신과에서 제1차 정신치료로 정신분석을 했었습니다. 효과가 있었으니까요. 


 자연 상태에서의 정신작용과 약물이 들어가서 일으켜지는 정신작용은 그 차이가 꽤 큽니다. 그리고 정신 역동을 검토할 수 있다면 그 정신작용 사이에 있는 문제들도 캐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정신 질환이 발병되는 데는 뇌 문제가 무척 중요하다고요. 물론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프로이트는 뇌란 덩어리로 연구되어야 할 신체 기관이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로이트 후대에 언어문제를 연구하면서 뇌와 인간 행동 사이의 문제를 검토하고 또 신경정신분석이라는 분야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뇌 문제를 상당히 중시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물론 신체가 문제로 작동한다면 치료는 쉽고 빠르게 진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신이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메를로 퐁티와 같은 학자들이 미국의 정신분석을 두고 ‘퇴폐적’이라고까지 합니다. 쉽고 재밌는 부분들만 모아놓았으니까요. 좀 어려운 내용은 좀 잘라낸 것도 있고요. 제 경험으로부터 드는 생각은 뇌 문제로 병을 설명하려는 것은 치료 태도로 여겨지진 않습니다. 정신치료 능력을 판가름하는 것이 뇌를 수용하는 방식과 관계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와 관계가 지어집니다. 행동이 예측되긴 어렵지만 그 행동이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에 대한 가설은 세울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사이에 있는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막연하게 뇌와 신경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요즘은 정신질환에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합니다.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약입니다. 그걸 사용한다고 해서 정신질환 범죄가 줄어들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정신작용을 신경작용과 동일하게 바라본다면 줄어든다는 가설이 세워지겠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따라서 표면적인 안심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중을 안심시키는 것은 가능해도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주사제의 확대 적용이 증상에 반드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으로 증상이 발달한다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발달한다는 것은 주사제가 리비도에 간섭하면서 발생하는 정신작용이 고립을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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