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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19. 2022

강남역 사건 3

망상에 대하여

 저번 시간은 저의 편집증 내담자의 이야기를 끝으로 해서 영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망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정신질환에서 범죄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망상’이 필수적으로 등장해야 합니다. 망상이 없다면 정신질환 범죄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성민에게는 피해망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신분석에서 바라보는 망상에는 구조가 있습니다. 핵심 망상이 있고 그에 따라 결정된 망상구조가 작동합니다. 곧바로 ‘피해망상’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 망상은 확신으로 등장한다고 했습니다. 망상 덕분에 김성민은 여성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것을 맹신하게 됩니다. 거기다 추가적으로 히스테리 기제를 통해 객관화가 되면 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몸이 아프거나 감각이상이 등장할 수도 있죠.

범인 사진

 여기서 하나 체크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공격당할 것 같은 불안감을 호소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피해망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막연하게 공격당할 것 같은 느낌은 불안에 더 가깝습니다.


 피해망상은 ‘당할 것 같다’라는 추측으로 등장하지 않고 ‘당했다’는 완결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이야기하는 건데요, 초자아 불안이 심하게 등장하는 것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불안에 비해서 초자아 불안은 완전히 심리 내적이기 때문에 망상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범인 김성민을 면담한 프로파일러 팀장은 그의 망상이 ‘자신을 제외한 타인들의 행동에 전체적으로 적대감을 갖고 있는 형태로 분석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무엇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요? 평범하게 사람들은 사회의 질서를 따릅니다. 그런데 정신병이 발병하면서 사회의 질서보다 자기 나름의 법이 무척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기존 사회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가 법의 집행자와도 같은 입장에 섭니다. 현실은 그를 계속 공격하고 있고 그는 거기에서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박해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 박해자는 자신에게 환청을 속삭이는 그 무엇인가가 될 겁니다. 이는 병이 그의 자아에 찰떡처럼 붙어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최초에 과대망상이 등장했을 겁니다 그렇게 그는 자기 자신을 사회에서 분리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딴 세상 사람으로 인식하는 상태가 된 겁니다. 아마도 그의 인식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이방인들로 가득 차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긴장을 늦출 수는 없죠. 따라서 그 높은 긴장이 적개심의 형태로 등장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개별적인 어떤 조건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현장 검증을 할 때 범인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미안하고 송구하다고요.


 피해 여성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은 없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 덕분에 혼란이 더 야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여성 혐오로 잡게 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사회적 선동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혼란스러워지게 되면 진실에 대한 은폐가 이루어집니다. 대중 입장에서 사실이 뭔지 알 수가 없어지는 겁니다. 


 모든 정신질환에는 제각각의 자가 치유 방식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정신질환자가 아무리 심각한 행동을 한다 해도 그 해석에서는 자가 치유적 의미를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 것은 더 나아가서 증상 구조적인 측면과 관계가 됩니다.


 이론 이야기는 넘어갑시다. 김성민이 원래 여성을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박해자는 공격해야만 했을 겁니다. 즉, 박해자를 공격하기 위한 행동의 쏠림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그의 정신병이 현실과의 관계를 파괴했지만 박해자와는 관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박해자를 공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병리적 방식으로 생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저지른 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가 범행 후에 얌전해진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배우 뒤 플로스를 공격한 에메 역시도 범행 이후에 놀랄 만큼 얌전해졌습니다. 현실과의 관계가 처벌이라는 방식으로 다시 연결이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김성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어떤 저항도 없이 시키는 것은 다했죠.


 아마도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서 제가 설명하는 내용이 익숙하지도 않은 내용이고 이상심리학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내용일 겁니다.  특히나 편집증 같은 경우는 정신의학 하고 의미를 다르게 쓰다 보니 더 어색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편집증은 정신병에 있어서는 가장 난해한 질환이라고도 합니다. 오죽했으면 프로이트는 융과 나눈 편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신의학이 편집증, 그 당시에는 조발성 치매라고 불렀습니다. 이 조발성 치매를 이겨낼 수 있다면 모든 정신질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이 당시의 언론 보도 등을 관심 있게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조현병에는 정신분석이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을 겁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정신병에서는 전이가 잘 일어나질 않습니다. 전이가 일어나지 않아서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프로이트 제자들의 연구에 힘입어서 편집증에서도 전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프로이트도 관찰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편집증 내담자에게서 전이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프로이트는 편집증자의 꿈을 분석하면서 전이를 발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편집 증자의 꿈에서 전이가 되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제 내담자의 꿈에 제가 나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은 저의 임상집에 실려있습니다. 

국내 임상을 프로이트 처럼 분석한다면?

 이제 영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까 프로이트 이야기가 멈추질 않네요. 정신질환으로 인해서 범죄가 일어날 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 방어라는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주변에서 다른 어떤 요소들을 끼워 넣는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인 목적은 자기 방업니다. 정신질환 범죄를 바라보실 땐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관찰해보시면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 영상에서는 '겨냥하는 환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했었습니다. 촬영 전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마약을 먹고 여성이 욕하는 환청을 들었다는 범죄자의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원래 대본에는 없었던 내용입니다. 즉흥적인 애드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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