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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r 14. 2023

정신질환과 천재성에 대해서

어떻게 가능할까?

이 텍스트는 프로이튜브의 초기 영상 중 하나에서 조현병과 자페 스펙트럼 장애에 천재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기에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질문 우선 읽어드리죠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영화에서도 조현병에 걸린 사람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내용도 나오는데 정말 그럴 수 있나요? 영화 [샤인]에서도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주인공이 조현병에 걸려도 뛰어난 연주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게 일반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자폐 스펙트럼이나 조현병에서 천재성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그냥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자폐에서는 찾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폐의 경우 정신분석에서는 그 사람들의 언어를 연구해야 합니다. 템플 그렌딘 박사와 같은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국내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교수 한 분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현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우영우 드라마가 방영된 후 저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폐인들의 부모님들에게 "우영우처럼 키우면 되지 않느냐?"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여겨집니다. 이 때의 언어 대응 태도도 신경증 문제와 관계지을 수 있습니다.


정신 의학에서 조현병이라고 하면 제 입장에서 조금 막연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망상을 기준으로 이야기해봅시다. 망상이 체계화되는 케이스와 서로 따로 노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존 내쉬 교수가 망상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이 때는 망상이 따로 논다기보다 체계화 되어있습니다. 망상들이 있지만 하나의 논리로 쭉 묶입니다. 이 때 '신’의 문제가 등장하면 그 때는 논리적 종착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체계화 작업은 학문에 잘 어울리며 위대한 학자들도 이런 경향을 보입니다.  편집증적 상태에 빠지면 세상이 다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해석됩니다.


 그러나 망상들이 따로 놀 때가 있습니다. 편집증에서는 망상 A와 B가 있으면 그것을 묶어주는 망상 C가 등장하는데 분열증에서는 이 ABC가 다 따로 노닙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망상에 빠져 가만히 있기도 합니다. 어떤 학문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은 과학적인 것에서 업적을 이루기도 합니다. 편집증에서의 천재성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질문자분이 언급한 영화 샤인의 예처럼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세잔이라는 화가는 정신분열증 환자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풍경화는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세잔은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세잔이 풍경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풍경 자체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세잔의 정신에서 병든 부분들은 환경에 사로잡혀 있지만 건강한 부분들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건강한 부분을 통해서 현실에 에너지를 투자하게 되었고, 그 에너지가 어마어마하여 굉장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승화는 막무가내로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승화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억지로 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으로 고통을 승화한다고 합시다. 누구나 여기에 대해서 도전은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프로게이머 레벨로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게 잘 안됩니다. 신경증에서는 뭐 하나를 해도 끝까지 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너지는 되게 많은데 그 에너지를 처리하기 위해서 신경증을 끌어들입니다. 이것을 '자기 사랑’이라고도 합니다. 에너지를 외부로 투자하지 않는 겁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자를 인류의 스승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프로이트는 신경증자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좋습니다. 이것은 때로는 정말 드라마틱하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정신질환이 발병하게 되면 행동 효율이 확 떨어져버립니다. 생각도 굉장히 많아지고요. 이 생각 많아지는 것부터 시작되는 게 많으니까요. 그것을 기존에는 '이동’이란 말로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정신분석 서적에서는 '전위'라는 말로도 쓰여져 있습니다. 

 제가 '이동’이라고 이야기한 것들을 영어로 옮겨보니까 'mental shift’로 번역이 되더군요. 생각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자꾸 변하는 겁니다. 이게 그냥 생각이 많은 수준이 아니에요. 체력까지 많이 떨어집니다.



정신의학에서 증상에 대해서 홍보할 때 그런 영상이 있습니다. 위인들도 ADHD를 앓았다는 식으로요. 물론 에디슨 같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죠. 그러나 의학 자체에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 있는지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정신의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증상 모델에서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는 이것이 설명됩니다. 채택하고 있는 증상모델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분석 내담자들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에 투자하던 에너지가 현실에 투자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그게 정말 드라마틱합니다. 신경증자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라캉에 와서도 그렇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우울증이나 강박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에 시달린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그 사람들이 자기 힘이 투자 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면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는 그런 경우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는 제가 컴퓨터를 한번 날려먹어서...사진들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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