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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Mar 29. 2020

민간어린이집 도전기. 입문.

백미러 맞출 줄도 모르는 두사람. 어딘지도 모르고.  

민간어린이집 등원을 하려면 기존에 대기 신청 중 한 개를 취소하고 새로이 신청을 해야 한다. 국민행복카드로 결제를 하고 아이의 안전한 원 생활을 위해서 처리를 꼼꼼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노트북을 켜고 일처리를 하고 있어도 아이는 옆에 있다는 사실. 육아 살림 현장 모드에서 전자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문명인 모드로 들어가는 나는 와이파이 접속 불량한 핸드폰보다 더 버벅댔다. 엄마가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걸 눈치챈 아이는 계속해서 조르고 울고 관심을 끌만한 무언가를 계속 벌린다. 머릿속 회로는 표피가 벗겨진 전선 틈으로 튀기는 불꽃처럼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에서 멈춰진다. 얼굴 표피가 당겨지고 혈관이 쪼그라드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아이를 돌보면서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 여유도 경험도 없다. 멀티가 어려운 엄마.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가 보채는 강도는 높아진다. 엄마 손등을 흔들고, 노트북에 올라타고, 간식을 보채고, 텔레비전을 틀어달라고 한다, 계속해서 반응해주다 안하니 본격적으로 집안 살림 뒤집어놓기 시작한다. 미안함이 들다가 짜증이 들다가 피로해진다. 결제를 위한 은행이체 처리하는데 그 사이 공인인증서 프로그램이 뭐가 또 바뀌었단다. 은행 홈페이지는 시스템이 바뀌어서 유틸리티를 설치하고 새로운 백신 프로그램을 깔라고 한다. 인터넷 속도가 벅벅 대고 그 와중에 홈페이지 정보가 빈약하여 카페나 블로그로 정보를 알아봐야 한다. 서치 능력이 체계적이지 못해 자꾸만 튕겨져 나가는 집중력에 시간은 흘러만 만간다. 아이는 울고 밥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숨이 가파르게 올라와 머리 끝까지 뻐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국립어린이집 대기인원 24명, 인기 가정어린이집 21명, 나머지 한 개를 급하게 취소하고 신랑이 찾아온 민간어린이집을 등록했다. 미리 전화로 신설반 상담을 받은 어린이집에 예상을 빗나간 짤막한 면담을 마치고나니 결정과 준비를 쫓겨서 하는 기분이 드는 걸 떨칠 수 없다. 결정에 자신감과 확신이 들기 어려웠다. 불확실한 두명이 불안을 가지고 출발하니 위태로웠다. 결제카드 등록을 확인하고 블로그 교육계획서, 통신 문외에도 세밀하게 하면 끝도 없는 정보사항 준비사항을 확인하고 처리하면서 이해 안 되는 일과 새로운 일투성이가 릴레이 하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레이스 자동차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기어변속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백미러 촛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구르고 있는 도로가 자갈길인지, 흙길인지, 고속도로인지 보이지도 않는다.   







등원 준비물 목록과 위임사항이 담겨있는 안내서를 손에 들었다. 낮잠이불, 여벌 옷, 크레파스, 20 매파 일, 물티슈, 로션, 이름표, 스케치북, 칫솔, 치약, 물병, 수저세트, 원복과 원가방, 식판을 받아왔다. 종이를 잡고 있는 손에 생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이제 나가는 건가?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는 건가? 당장 등원하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발을 딛기가 무섭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은 설레는 게 분명했다. 그런 설렘도 잠시 물건을 사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생소한 수많은 브랜드와 휘황산란한 특색. 천차만별의 가격에 정신이 날아가고 있었다. 무슨 물건이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걸까? 어떤 게 좋고 적절한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가 해서 좋은 건 다를 수 있었고 좋아서 샀다고 해서 후에 관리가 좋을지도 의문이었다. 아...... 하늘이가 특히 애정 하는 이불은 고르다 산소가 희박해져서 머리가 저릿할 정도였다. 조립구조로 분류되는 일체형과 분리형. 포그미, 프랑브아즈, 밀로 앤 개비, 도노도노, 베베누보, 히요코.., 생판 처음 보는 브랜드들 바다가 펼쳐지고 그 속에서 얼마나 허우적댔는지. 겨우겨우 브랜드를 정하고 보니 원단 종류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다. 텐셀 원단이라는 세탁을 돌려도 솜이 뭉치지 않는 이불, 어머니 세대가 적극 선호하는 순면 원단은 30,40,60 수 순으로 내구성, 무게, 보온도 전부 다르다. 바닥이 도톰하고 밀리지 않는 매트가 있는 반면, 폭신하고 부드러운 매트도 있다. 날씨에 따라선 겨울용, 4계절용, 여름용. 무늬조차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전시전이 열렸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동물 일러스트, 꽃무늬 도트 프린팅, 자동차 도로 포스터, 새하얀 이불까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패닉에 빠지고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이쁘고 좋은 건 관리가 어렵겠지. 크기가 크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건 어느 정도여야 하지? 내 눈엔 이쁘고 좋은데 아이는 다른 취향이면 다시 사야 하나? 하나하나 따지면 끝이 없지만 어떻게 하던 놓을 수 없는 선택과 결정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3일간의 머리 아프게 고민해서 준비한 등원 물품들을 택배로 받고 쇼핑백에 담은 그 순간,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불안이 잠시 잊히고 마치 내가 입학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이래서 같이 큰다고 하는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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