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미레짱 Apr 18. 2020

엄마의 사회적 거리두기.

2020년.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건 더 넓고 많아질 수 있다.


# 사회적거리두기캠페인     


1. 아이 엄마의 투표를 하러 가는 길     


21대 국회의원 선거날. 햇살에 눈이 부셨지만 따뜻했다. 나무에 가지런히 피어있던 벚꽃이 어느새 눈처럼 흩날리며 벚꽃 소용돌이를 치며 흩날리고 있었다. 쫓기는 시간도, 알아봐야 한 급박한 정보도, 보채고 뛰어다니는 아이도, 지휘 본능 갑갑한 신랑도, 눈 아프게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가볍고 안전한 1시간가량의 외출. 나만의 시간이었다. 단지 내 나무는 어느새 새순이 다자라 연한 녹색잎이 자리 잡고 1년여 동안 피어있던 잎새는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따가운 햇볕, 팔에 닿는 바람은 살짝 차갑지만 따사로웠다. 집 앞 코앞에 있는 투표소 복합상가 가는 길. 10분남짓의 짧은 거리에서 여느 날에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족이 단란하게 손 붙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투표장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은 조금도 불편한 기색 없이 약간은 상기된 살구빛 얼굴과 주관에 차있는 투표에 대한 대화들.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무언가 희망과 의지와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루한 기색 없이 줄을 서있었다.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얼마만일까? 투표를 마치고 짧은 쇼핑을 즐겨보자. 파리바게트에서 빵을 고르고, 올리브영에서 아이소이 세럼과 각종 화장품을 아이쇼핌 끝에 약산성 클렌징 폼을 손에 들었다. 집 앞 슈퍼에서 아이돌봌포인트로 1회용 장갑을 들고 집에 들어오기까지 1시간 반가량. 24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면 과한 거짓말일까? 마음과 생각이 담긴 시간이었다.     




2. 출산 육아로 한발 빨랐던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 변화     


요즘 육아에 대한 거부감, 엄마의 육아에 대한 부정적 기억, 할머니 육아에 대한 향수, 돈만 쫒았던 사회생활 회의와 인간관계에 대한 실망. 시댁에 대한 반발심. 계속해서 퇴화하고 스스로 몰아넣어갔던 혼자만의 고립된 육아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회를 받아들이기엔 빠르고, 지나간 시대를 붙잡기엔 너무 늦었던 나날들. 사회와 단절하고, 가족생활에 매몰되고, 세상엔 오직 신랑과 아이와 나와 시댁만이 있는 세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살림, 돌봄. 조금 나아가 쇼핑. 다른 건 없는 줄 알았다.     


탈피하고 싶으면서 머물러 있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면서 방황했다. 대다수가 공유하는 마음이 아니기에 공감을 받는 걸 포기하고 홀로 사그라들어가고 있었다. 같지 않다면 함께 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고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조금 얼굴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코로나 사태로 떠오른 현상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 각자의 대응과 기사들을 접하면서 이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고 대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걸 알았다.          


자가격리를 하고 사회와의 거리를 둔다는 것은 단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의 선두에 서서 달리고 활동해야만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거리는 두되 관심은 걷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방법도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그 상황을 버텨내는 것. 그런 것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한 발 앞섰던 나의 자가격리는 드디어 공존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감이 오히려 차올랐다.          





3. 코로나 사태,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가져다준 바람.     


사회가 거리를 두고 한 발짝 물러서니, 가정의 울타리에 갇혀있던 나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뛰었던 사람들은 잠시 걷기를 권고하고, 머물러 있던 사람은 약간의 용기로 함께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같게 되었다.      


코로나의 조짐이 일은 초기 예민했다.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고 마스크를 챙겨줘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그것도 잠시. 가족과 지인이 하나둘씩 마스크를 챙기다가 사재기 열풍이 불더니 국가적 대응으로 방역과 공적 마스크 대응이 나왔다. 코로나 대응에 안으로 안으로 폐쇄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사람들은 강했다. 저 멀리 지방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서 각종 식자재를 올려 보내는 엄마들, 폐쇄하고 문 닫는 와중에 긴급 보육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불러들여 교육하는 교사. 손소독제와 살균제도 모자라 방역복을 입고서라도 생업에 종사하는 사회인들, 그 틈을 타서 각종 잇슈 상품을 발 빠르게 내놓는 쇼핑 업계, 배달업계, 외식업계.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의료진과 공공기관이었다. 도망가지 않고 앞장서 자가격리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구조정책으로 재난 비와 각종 제도들 의안이 물밑듯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생에 대한 열기.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 부정적이었던 생각을 밀고 하나씩 새겨졌다.      


18세 청소년이 처음 참여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 민주당이 180석 넘는 국회 의석 확보가 주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집권당 마지막 당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한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연줄 당선되어 좌석까지 넓히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이제는 포기하지 말고,

과하게 맞서 싸우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그동안의 나를 부정하지 말자.      


세상에 과하게 아름다운 것,

과하게 깊고 아픈 곳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볼 수 있는 것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왜 면하지 말자.


왜곡된 말에 아파하고 뒤로 주춤하지 않고      

떨어지는 화살을 가끔은 피하고

단단히 막아내자.

 

강하고 단단히 내가 할 말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때는 하지 말며

그렇게 나의 길을 갈 시간이 왔다고.          


작가의 이전글 민간어린이집 도전기. 입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