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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Aug 02. 2020

나다움은 할 수 있는 가까운데서부터 찾는거더라.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나도작가다 공모전>

아이 100일이 지나고 나의 "첫생일"이 왔다. 가족모임도 했겠다. 가능한 가까운 곳부터 나다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친구들의 사심 담긴 생일선물 전통?

멘탈 날아가는 자유로운 여자들의 저녘 티타임.


첫 출산때 즈음에 오는 나의 첫 생일은 폭파시켜버리고 싶었다. 일정잡기, 생일선물 선택, 거절하기 힘든 내 성격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쓴소리를 듣고 시간을 쪼개서 만들어야되는 생일모임이란 그랬다. 그렇게 출산 후 몇번의 생일 모임을 하고 나니 이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빨리도 깨달았다.


"얘들아~ 나 생일 선물 받고 싶은거 있어~"

"(인사동사장친구)음? 뭐? 선물 얼렁 골라서 링크보내."

"샤랄라 나이트 슬립~이랑 수분보충할 기초화장품~ 너희들의 취향을 선물받고 싶어~"

"(강남새침이친구)ㅋㅋㅋ 무섭지 않아?"

"(화이트슬립스샷을 보고)응~! 이건 너무 하얗고 청초한~스타일이다~ 좀 더 화사해도 좋아~ 너의 능력을 믿고 이러는거 알지?"(그 뒤로 폭풍 검색에 잠수. 근무중이었다.)

"그마나 화장품이 편하지. 로션? 크림?"

"스킨로션도 좋고~ 니 스타일대로 크림 하나 뙇 해도 좋고~"

(한동안 연락없음)


생일 바로 전날에 맞춰서 택배가 도착했다. 푸른색 야리야리한 가느다란 어깨끈이 아스아슬하게 푸른꽃 잔무늬 원단이 연결되어져있다. 살짝이 비치는 두께에 얇고 촘촘하게 주름이 잡혀있다.  넓고 깊게 파여셔 살짝 덮은 푸른레이스 가슴선 위에 수줍고 자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리본. 발목까지 찰랑이는 a라인 치맛자락. 그리고... 허리에서 손바닥 정도의 간격만 남겨놓고 시원하게 파져있는 뒷 라인까지. 정말 내가 골라서는 절대 살 수 없는 공주잠옷이 생겼다. 이게 또 왜 이렇게 신선하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지. 이게 강남새침이 스타일이지.


생일 모임 하루 지나 또다른 택배가 요란하게 등장했다. 자기는 '라네즈'를 쓴다며 여름한정 세트로 준비했다고 일찍 오면 나눠써도 된다고 시~원하게 질러줬는데. 번쩍이는 '라네즈 워터뱅크 리미티드에디션 에센트 크림'세트가 보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홀로그램 파우치, 홀로그램 메모장, 한주먹 가득히 들어있는 샘플... 그리고 단단하고 두터운 연핑크종이케이스에 수분과 빛의 빛깔을 담은 물결무늬로 화려하게 디자인 되어있는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휘황찬란한 아이가 숨겨져 있었다. 찰랑이는 물의 시원한 느낌으로 늘씬한 타원 모양의 자그마한 에센스병에는 크리스탈볼이 포인트로 걸려있었다. 이 한발 늦은 타이밍이며, 이 방대한 양이며, 화려한 스타일까지. 그래 이게 인사동 사장 스타일이지.


역시. 폭파시키지 않을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 힘들 땐 친구들이지.


평일 목요일 저녘시간. 스릴 넘치는 퇴근으로 날아 온 친구, 첫 아이 임신으로 태교중인 친구와 기다리던 저녘시간이 왔다.(여전히 각자의 개인 취향이 있어 메뉴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시원하게 메뉴선택권을 넘겨겨주고, 나도 사양 않고 당당히 결정권을 휘둘렀다. 때론 배려가 독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받아 첫째를 하원시켰다. 중국집 배달음식으로 우리들의 생일상을 만들었다. 꽃무늬에 하늘거리는 롱 샤원피스를 입고 연핑크 아기슬립으로 마음이를 안았다. 이번엔 과감히 신랑은 빼버렸다. 없으면 공기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실오라기 같은 기대를 품으며 말이다.


그날 거녘 식탁은 참으로 말랑했다. 꽤 많이 폼잡는 걸 내려놓은 식탁에서 하늘이는 밝게 웃고 친구들의 수다가 끈이지 않았다. 영상을 찍고 있는 와중에도 거침없는 발언과 끈이지 않는 수다에 요리는 필요하면서 중요치 않았다. 부산에 있는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며 방구경을 하는 깜짝 집들이까지 이어졌다.


신랑이 오자 다시 한번 과감하게 아이들을 맞기고 나오기 귀찮아하는 애들을 끌고서 뛰쳐나왔다. 8시. 늦은시간. 호텔까페는 아쉽게도 못갔지만  맥주카페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창밖은 어둑어둑 밤이 깔렸다. 버터에 잼이 발라져있는 카야 토스트,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캬라멜마끼아또가 식탁위에 놓여졌다. 몇번에 사진놀이와 영상놀이를 하고나니 삽시간에 저 세상 텐션에 올라가있었다. 아... 참 고마운 내 친구들. 정말 신랑있을때, 아이 있을 때 많이 참아 준거였구나. 친구 지켜주고 아이 이쁜거 듣게 해줄려고 이 많은 말들을 참으려고 얼마나 애썼을지. 물어보면 "아닌데? 그냥 있었는데?"라고 발뺌할게 분명할테지만.


옆에 사람들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쁘게 자려입은 치마들이 뭔소용인지. 곱게 그린 메이크업이 무슨 소용인지. 여자들 셋이 모이면 접시깨진다는 말은 괜히 생긴게 아닌게 확실하다.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고 손짓이 커지고 표정이 망가지고... 급기야 컨셉사진으로 오버스런 표정을 찍다가 서로서로 티격태격 공격하기까지. 이쁜척 좀 하니 그 자리에서 날라오는 얄밉고 매서운 디스질들. 아... 저기 구석에 쪼그려서 얼굴도 들지못한 내가 단번에 튀어나와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표정 하나하나, 손가락 끝, 어깨 들썩임까지. 어디 하나 내가 아닌 게 없었다.  


코로나에 임신한채 밤 마실 나간 와이프를 기다리는 신랑.

다음날 출근 나가야하는 와이프를 데릴러 오는 신랑.

집에서 두아이를 돌보느라 탈진하고 있는 신랑.

각자 신경쓰이는 가족이 있음에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건.

여기서만 있을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끝내기 싫어서랄까?


구절판에 부채살구이에 등심미역국이라니~ 이런 생일상을 어디서 또 받는다?
레스케이프 호텔부터 하늘 정원을 찍고 남대문 쇼핑 데이트.



방문 전날부터 가슴이 졸여졌다. 엄마와 주고 받는 전화에 의견차가 심했다. 고작 반찬거리 하나 정하고 시간하나 정하는데 왜 이렇게 불꽃이 튀기는지... 살림하고 육아하니 이제는 친정엄마네 빈손으로 가기 뻘쭘하다. 생활용품 뭐라도, 화장품 샘플이라도, 나는 손질하기 어려운 고난도 식재료라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바리바리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혹시 분위기 망이되더라도 예약한 호텔은 갈 수 있다며 불안을 잠재웠다.

 

친정집 문이 열렸다. 문앞부터 풍기는 밝은 기운에 긴장이 절로 풀어졌다. 그냥 친정엄마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하고 내려놓은 터라 생일상은 기대도 않하고 갔는데... 왠걸? 생각했던 것과 달리 각종 나물과 오이냉국이 육각형으로 모양있게 놓여진 상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 뭐지? 비싸다고 오리훈제 먹자고 했던 얘기는 어디가고 등심 미역국에 부채살 소고기감까지 싱크대 위에 가지런히 준비 되어있었다.(갑자기 설레지는 마음) 그때부터 였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엄마 옆을 쫑알거리며 서성거리는 철딱서니 없는 딸이 되는건. 어느 순간 아이들을 챙기는 애기엄마인 나는 없어지고 다시금 김치 맵다 뭐라하고 국 맛있다고 더 달라고하고 배부르다며 드러눕는 세상 편한 딸래미가 소환됐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진 않았지만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비스 엔트호번 지음/ 이상원 옮김/ 갈매나무 출판사.     

엄마가 되고, 엄마를 이해하고
새로 태어난 맏딸은 엄마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사전에 아무리 준비를 한다 해도 그 변화의 폭과 정도를 미리 짐작하기란 불가능하다. 처음 아이가 태어난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맏딸이 이제 몇 살이 되었든 엄마를 엄마로 만들어준 존재인 것만은 여전하다. 엄마가 자기 안에서 넘쳐나는 사랑을 처음으로 깨닫게끔 해주는 존재이다. 다시 아이를 낳아 똑같은 사랑을 준다 해도 처음으로 그 폭포수 같은 애정을 경험하게 했던 맏딸은 언제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무리 많은 글 읽었다 해도, 경험 많은 엄마들로부터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해도 실제로 겪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 -109p          

어머니와의 관계가 편하든, 친밀하든, 복잡하든 간에 당신은 중간다리이다. 어렸을 때 당신이 거쳐온 모든 일이 여전히 당신 안에 남아 있고 이는 알게 모르게 당신 자식에게 그대로 전달 될 것이다. 당신의 어머니는 맏이였나, 막내였다? 어머니가 왜 현재의 모습인지 알아야 그 행동을 제대로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다. 어머니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당신 자신의 인식은 바꿀 수 있다. 현대 어머니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어째서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그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만 해도 치유의 효과가 있다. -203p     

내딸은 다르게 키우겠다는 결심.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부모와는 다른 부모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것이다. 또 어머니와의 관꼐가 어떻게든 맏딸과는 최고로 좋은 사이가 되고 싶어 한다. 맏딸이 어린 동생들을 책임지려는 성향을 보일 때 어머니로서 당신이 개입할 수 있다. 당신은 맏딸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무거운 부담을지지 않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부모가 맏이인 당신이 가장 현명한 존재이기를 기대하고 독려했다면 당신은 맏이인 아이에게 그런 부담을 지워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 나이부터 가정에서 동생들 도시락을 챙기고 옷을 입혀주는 등 실제적인 돌봄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면 당신의 맏딸만큼은 자유로운 시절을 보내길 원할 것이다. 맏딸을 베이비세터로 만들고 싶지 않을 테니까. 맏딸의 날 행사 중에 청중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순간이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함석한 젊은 맏딸이 자신은 맏딸이라는 지위와 무거운 책임을 전혀 연결 짓지 못하겠다고 말했들 때였다. 그날 모인 많은 어머니 들이 바로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맏딸로서의 자기 경험이 어머니가 된 지금 유익하게 작용하다니 반가운 일이 아닌가? -214p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마침내 떠난 블랑슈는 날개를 펴고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시작했다. 그래도 토요일 저녘식사는 늘 가족과 함께한다고 했다. 어머니와 동생이 어떻게 지냈는지 들어준 다음에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오면 영원히 맏딸이어야만 하는 가족으로부터 다시 분리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중략)내용은 문제가 아니다. 일이 어따ᅠ갛게 되었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좋았던 예날이야기는 동지애를 강화한다. 이야기의 반복은 함께 그 일을 겪었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공유 기억을 확인 시킨다. 한 지분 아해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가족의 삶이 정확이 어땠는지 알 방법이 없다(중략) 자기 발로 일어서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 늘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들이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돈을 쓰는 방식, 언제 무엇을 먹을지의 문제, 치약 뚜껑을 돌려 닫아주느냐 아니냐의 문제 등등. 새로운 친구는 낯선 관점과 습관을 알려준다.(중략)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같은 인물조차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언금했을 정도이다. “이제 내 목소리를 갖게 되었으니 더 이상 침묵하지는 않을 겁니다.”-221p     

가족과 이별 할 때가 되었을 때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신 후 남은 가족 관꼐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은 맏딸인 당신의 몫이다. 모두를 함께 모으는 새로운 균형과 리듬을 찾아내야 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해야한다. 형제자매를 하나로 묶을지, 맏이에게 돌아오는 그 역할을 포기해 버릴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가족 중 다른 누군가가 맏이인 당신을 제치고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맡길 수 있을까? 전체를 위한 책임을 지고 번보다 더 크게 가족에 기여할 것인가?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버지는 이제없다.”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던 어머니도 없다. 인생길을 함께 걷는 형제자매들분이다. 평생 동안 알고 지낸 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당신은 여전히 궁금하고 관심이 많다. 동생들도 똑같이 맏이에게 관심이 많다.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데 아직도 확신이 없는가? 상대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고 다시 춤을 계솓춰라. 맏딸만의 리듬에 맞춰서 말이다.-243p     

차창에 두드려 내리는 빗소리.

말을 아끼는 두 부부 사이에 투둑투둑

임창정의 '소주한잔'

창문 옆으로 익숙한 시청 사거리가 보인다.


줄줄히 연결된 금융사건물.

바로 건너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5층 건물 전층에 보이는 음식점 간판들.

맞은편에 자리잡은 웨스틴조선 호텔.

하나씩 지나니 드디어 전면이 유리인 고층빌딩 숲들.

그리웠다. 자신감과 싱그러움이 잔뜩 차있었던 시간들.


남대문에 이런 호텔도 있었나?

핑크골드 엘레베이터문 안에 장식 된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드레스를 입은 마담들의 그림.

황금장식으로 테두리를 두른 거울전면을 가리는 커다란 연핑크 화이트 장미다발이 담긴 황동 꽃병.

양 옆 안쪽에 비밀스럽게져 배치되 있 카페는 한순간 여성스러움을 불러왔다.

천장 전면에는 장미넝쿨로 페인팅이 되어있고

은은한 카키색의 벨벳 의자앞에

리시안꽃이 소담스럽게 병꽃이 되어있는 원형탁자가 놓여져있다.


애프터눈티세트 안에는 딸기 마들렌, 크렘브휠렌, 연어샌드위치, 살라미? 산딸기잼?

절대 혼자 못해먹을 디저트탑을 바라보며

연신 컨셉사진을 찍으며 놀기 바빴다.


급작스레 신랑이 찾은 하늘정원으로 산책을 하는데(이게 뭔일인가? 신랑이 이 땡볕아래 산책이라니)

옥잠화, 파리지옥, 수국하나씩 지나가며

유행 한참 지난 발사진 찍기를 해보았다.

흰색 운동화, 아이보리 샌들.

자유연주하는 피아노.  

언제부터 남대문이 이렇게 깔끔하고 한산해졌지?

먹을 순 없어도 빨갛게 익어가는 떡볶이. 동네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얼굴만한 파프리카.

길거리 곳곳에 파는 생활소품들까지.

아~ 이래서 주부들의 핫 플레이스구나.

자꾸만 뻗어나가는 손을 막느라 급급했다.

들어가기 마지막 길 신랑 팔짱을 끼며 모자와 패션용품 로드샾(?)

으로 들어가자고 졸랐다(마치 돈많고 너그러운 남자친구에게 애교부리는 어린 여친이 된 기분을 내는것같았다)

한다발에 5000원 하는 곱창묶음.

하늘하게 레이스로 덧대져 있는 덧양말 꾸러미를 손에 들고

나는 백화점 명품 쇼핑을 하고 몽뚱이만한 쇼핑백을 들고 돌아갈 때보다

더 높은 득템기분을 만끽하며 친정집을 향해 돌아가는 차에 올라탔다.

한손엔 예약해 놓은 장미 티라미슈 케잌을 담은 케이스를 들고.



신랑이 사갔고 온 특대 수박에 호텔케잌을 놓고

남동생 친구들로 둘러 쌓여진 생일축하 노래를 받고 박수를 받았다.

그 사이 하늘이는 신나서 엄마의 생일 케잌에 촛불을 끄고

생일 분위기를 만끼하는 기분을 모두에게 선물받았다.

(예전과 다르게 사뭇 민망했다.)

노래를 부르려고 블루투스 마이크를 챙겨왔다며

바닥에 뻗어 뒹구는 누나를 한심하게 발로 툭툭차고 배를 누르는 동생.

뭘 할라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애라며 웃는 친정엄마.

체력이 모자라 끝내는 생일이 아쉽기만 했다.

 

 .

.

.




형님이 생일 축하 문자와 함께 카톡 쇼핑리스트에 있던 컬쳐랜드 문상을 선물해줬다.

시어머니가 계좌로 생일 용돈을 부쳐 주셨다.

신랑이 코치 딩키백 구매를 실패하고 신상 샴브레인 허튼숄더백을 선물해 주었다.


처음보단 쉬워졌다.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졌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은

유행도 sns 도 일도 멀리있는 화려한 그 어떤 것 속에도 없었다.


내가 정한 일정.

내가 고른 선물.

내가 좋아하는 음식.

이렇게 이루어진 시간, 공간 속에서

남겨진 기억을 더듬어

나의 언어로 정리해서 쓴다는 행위가


결혼생활, 육아생활로 온통 뒤덮혀 있던 나의 삶이

이제야 겨우 '나의 방','나의 세계'가

작지만 확실하게 피어나고 있는 듯 했다.


아이의 엄마로서의 나와, 신랑의 와이프로서의 나와,

시댁 친정 안의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온전한 나로서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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