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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놀자고 말을 못 하니

by 권지혜

Photo by JJ Jordan on Unsplash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만나자고 연락하면 100% 오케이인 사람. 무슨 활동이건 항상 나오고 일정이 맞지 않으면 그 다음 주에라도 맞춰서 보는 사람. 시간이 흘러 보니 꽤 많은 것들을 같이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 만남의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근데 어느 순간 문자를 하다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 사람은 먼저 뭘 하자고 제안을 안 하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달은 것 같다. 그 사람을 내가 많이 좋아했다면 자주 보고 연락을 해서 더 빨리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까지 좋아한 사람은 아니고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고 그냥.. 그냥. 편한 면도 있고 무난하다랄까 아무튼 내가 너무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친구.


가끔 종종 나에게 연락이 온다. 뭐 하고 지내냐고 잘 지내냐고 분명히 만나고 싶어서 약속을 잡고 싶어서 인 것 같은데 확실하게 제안하지는 않는다. 이건 무슨 심리인가? 제안은 항상 내가 해왔으니 내가 해주길 바라는 건가? 뭐 여행계획이 있는지 바쁜지 그런 것들을 나에게 묻는다. 그러면서 내가 답변으로 "이번 주에 놀자!" 하길 바라는 것으로 들린다. 뭐 big deal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좀 답답하고 조금 못나 보인 다랄까? 왜 원하는 걸 말하지 않는지? 수동적인 역할만은 하고 있는지? 사실 내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만나자고 할 수도 있지만 안 하게 된다. 그 사람의 이런 의사소통 방식을 알아차린 것 그리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의 매력 자체가 떨어진 것이 그 이유이다.


만나자고 했을 때 내가 거절할까 봐 두려운 건가? 그냥 제안 자체를 하는 것이 싫은가?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걸까?


그리고 이런 식의 의사소통을 이성에게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역시나 답답하다. 아직 호감이 크지 않고 답장만 하고 있는 상황인데 매일 문자로 너무나 간접적으로 말하면서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이 드니까 그나마 있던 호감도 없어졌다. 더 이상 문자 연락이 설레는 일이 아니라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그 관계의 끝을 생각하게 된다. 일을 그르칠까 봐(?) 그러는 마음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계속 그런 식의 연락은 너무나도 매력이 없다. 그냥 제발 원하는 걸 담백하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시원하게. 내가 해석하게 만드는 연락은 이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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