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리해고

by 권지혜

팀 미팅 중에 동료가 이번 달 말일이 자기의 마지막 날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에 디렉터가 그렇게 알려줬다면서.


9월에 예고되었던 정리해고가 7월에 들이닥쳤다. 우리 모두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7월이면 7월이라고 말을 해줘야지 갑자기 그렇게 해고를 당해버린 우리 팀 동료.


일주일 정도가 지나 다른 팀들에서도 3명이 해고를 당한 걸 알게 되었다.


센터에서 정리해고가 있을 것이고 나도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일을 처리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고 다음 주 센터 전체미팅에는 그 3명을 참석하지 않았고, 그 이후의 7월 모든 미팅에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아직 고용되어 있어도 해고 통지를 받으면 미팅에 나오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것이 흔한 모습인 것 같다. 필수적인 인수인계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나는 그 3명을 앞으로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센터 미팅에서 디렉터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회의를 진행하고 우리의 질문에 당황해서 매우 방어적으로 답변을 하였다. 해고를 당한 우리 팀 사람이 참석할 줄 몰랐을 것이다.


디렉터는 정리해고가 있었다고 짧게 말한 뒤 센터의 미래계획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 없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무게감 없이 내던졌다. 들어오지 않았다. whatever였다. 4명이 해고당했는데 언급만 하고 벌써 미래이야기? 심지어 한 명이 미팅에 참석했는데? 내 동료에게 너무 미안했다. 한 동료가 용기 내어 해고당한 사람들을 위한 의견이 냈을 때도, 그건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황당했다. 이게 리더십이라니. 사실 내가 앉아보지 않은 자리이지만 정말 내가 저 사람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들을 몇 명을 보면서 한다. 이래서 창업을 한다는 걸 작년 올해 피부로 느낀다.


올해 내내 오피스에 계속 나오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듯한 내 옆방 동료도 그 3명 중 한 명이었다. 그 사람의 오피스에 수개월 간 그 사람의 전동스쿠터가 있었는데, 해고 통지 다음주에는 그 스쿠터가 없어져 있었다. 아마도 주말에 와서 가져간 듯하다. 안 그래도 비어있던 오피스가 완전히 비어버렸다.


미국은 지금 회사와 대학들 모두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임금동결 및 고용금지를 실시하고 있고, 회사들도 계속 해고를 하고 고용은 최대한 안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10%의 정리해고를 예고했고 스탠퍼드 등 다른 학교들도 유사한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근데 우리 센터는 8월 중에 또 한 번의 정리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리해고가 2달 연속으로 찾아온다.


한번 단행이 되고 난 뒤에는 누가 대상이 될지 1차보다는 생각보다 예측이 쉽지 않다. 몇 명이 대상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내가 매우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정규 교수들 빼고는. 해고를 당한다면 영주권을 진행 중인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합법적으로 거주가능한 시간 60일. 60일 이내 재취업? 재취업이 가능하다면 영주권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몇 년이 걸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최악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귀국?


날이 서있다. 오피스에 분위기가 무겁고 답답해졌다. 한숨이 푹푹 나오고 근데 나름 괜찮은 척을 해야한다랄까? 친한 우리 팀 동료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팅에서 미소와 웃음이 거의 사라지고 누가 나를 조금이라도 건들면 받아친다. 공정하지 못한 상황들에 화가 나다가 그런 화나는 생각을 하다가.. 원래 세상을 불공평한 거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센터에 기여하는 만큼 타이틀로 그리고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나는 인정받고 있는가? 슬프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는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여기 있는 동안에는 센터에서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정리해고 결정에 input을 낼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낼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센터에도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고, 그런데도 끝까지 나의 능력에 상응하는 승진을 실시하지 않는 다면 영주권이 나온 뒤 옮길 것이다.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싫어서 일 것이다. 싫은 사람은 실컷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실컷 좋아하고 실적도 많이 내면서 일할 것이다. 승진의 이유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대학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대통령, 갑자기 금기시된 나의 분야. 친구들이 뉴스를 보고 괜찮냐고 걱정을 해준다. 인종 다양성 및 인종차별 연구들을 완전히 금기시 혹은 악마화하는 정권의 정책들 때문에.


실적을 내기가 너무나도 힘든 현실인 것 맞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결국 변명이다. 이 현실을 그렇게 단순하게 좁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상황이 나의 능력 100%를 없애버릴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것이다 머리를 써서 전략적으로 할 것이다. 상황이 싫다면 두 가지 답밖에는 없다: 1) 떠나기, 2) 증명해서 나를 위한 상황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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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