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게 지적한 뒤에 오는 현타

by 권지혜

회사 미팅 중에 기분이 나쁜 또는 거슬리는 일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 다른 경험과 가치관과 직업관을 가지고 만나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일은. 이런 과정에서 아름다운 시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서로에게 감동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인종차별을 줄이고자 하는 일을 위해 모인 우리 센터사람들을 생각하면 가끔 벅차고 기분이 좋다. 회사 만족도가 떨어진 지금도 이것은 그대로 유효하다.


오바마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및 대학들의 슬로건은 인종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 센터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게 되고 그 규모도 커져왔다. 근데 그 센터 규모가 너무 빠르게 커진 게 문제 이긴 한 것 같다.


현재 트럼프 정권에서의 우리 센터는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충분한 프로젝트와 연구비를 가져올 수 있다면 일단은 keep going이고 아니라면 어쩌면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있는 절체절명? 의 위기와도 같다.


그래.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다 같이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지만 나는 사람과 노력의 힘을 믿는다. 이런 과정에서 이런 마인드에서 서로의 기분이 종종 상하기도 한다. 이래야 되는 게 저렇게 해야 되는데 의견이 다르고, 책임을 회피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느리게 하고, 말을 생각 없이 하고.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커리어에 우리 자신을 가져오는가? 10%? 50%? 아니면 거의 100%? 나는 평균에 비해 그 비율이 좀 높은 편인 것 같다. 그래서 기쁨과 실망 또한 더 크게 느낀다. 기분 나쁜 상황에 대해 의사소통을 한 뒤에 '좀 덜 감정적으로 대할 걸'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하고 나니 속 시원하네' 하면서 줄어든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한다.


리더들에게 솔직한 반대 의견 또는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은 떨리고 두려운 일이다. 동시에 그것을 하지 않고 계속 참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가끔은 참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아 말할 결심을 안 했는데 이미 해버리고 있네. 어쩔 수 없지 마무리는 해야지' 하면서 리더에게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그의 책임을 물어버렸다. 그것도 굉장히 좌절스러운 목소리와 제스처로. 길어지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비비다가 툭하고 말을 해버렸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언가였나 보다.


방어적인 진실되지 않은 짧은 답이 돌아왔고, 약 30초간의 침묵이 회의실을 감쌌다. 나는 말을 할 의지가 없었다 더 이상. 내 생각을 이미 말했고 그 방어적인 답의 논리로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리더한테 기분이 안 좋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리더를 부서뜨리는 것도 싫었다. 다른 동료는 나보다는 훨씬 더 부드럽게 그 리더에게 조금 다른 주제로 반문하였다. 그 부드러움이 고마웠다. 내가 하지 못한 그 부드러움. 그 회의의 무겁디 무거운 공기를 전환시켜 분 동료가 고마웠다. 그 순간 나도 그런 스킬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회의가 끝나고 나는 한동안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내 오피스로 들어왔다. 같은 말을 좀 더 차분하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나의 머리를 지배했다. 동시에 '근데 참을 만큼 참았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바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동료가 나에게 와서 내 말이 고마웠다고 해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말을 해버렸다고 부드럽게 네가 다시 정리 해주어서 다행히었다고 답했다.


가마니로 보이기 싫고 불도저로 보이기도 싫다. 그래도 가마니가 되는 것은 기분이 너무 나쁘다. 무시당하는 기분. 인종차별과 유사한 기분. 어쩔 때는 나를 인종차별하는 동료도 있다. 당사자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업무적인 것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무엇이 인종차별인지 아닌지 피부로 직감으로 알 수 있다. 내가 백인이었다면, 외국인이더라도 백인이었다면 평생 겪지 않고 느끼지도 못할 무수한 감정들 경험들.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한국에서 태어나서 백인 나라인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한국인 여성인 것을. 미국에서 외국인 아시안 여성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와 태도를 나는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그들을 놀라게 하거나 실망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리더가 된다면 리더의 고충과 외로움을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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